로이터와 블룸버그 등 주요 외신에 따르면 터키 정부는 이날 관보를 통해 체틴카야 총재를 경질하고 무라트 우이살 부총재를 신임 총재로 임명한다고 발표했다. 터키 정부는 이유를 공개하지 않았지만 에르도안 대통령이 체틴카야 총재의 금리정책에 불만을 품은 게 주된 이유라고 관측통들은 보고 있다.
터키는 지난해 8월 미국인 목사 투옥에 따른 미국과의 외교 갈등으로 리라화 폭락 사태를 겪으며 신흥시장 위기의 뇌관으로 떠올랐다. 이에 터키 중앙은행은 지난해 9월 리라화 가치 방어를 위해 기준금리를 24%로 대폭 올린 뒤 금리를 동결해왔다.
그러나 에르도안 대통령은 경제성장을 위해 금리인하가 필요하다면서 터키 중앙은행을 거듭 압박했다. 터키 정부의 한 고위 관리는 로이터에 "에르도안 대통령은 현재 금리를 못마땅해 했고 기회가 있을 때마다 불만을 표했다. 6월 금리동결이 에르도안 대통령의 불만에 불을 지폈다"고 말했다.
그러나 전문가들은 이를 곧이 곧대로 믿지 않는 분위기다. 터키 통화정책에 에르도안 대통령의 입김이 더 거세질 것으로 본다. 애널리스트들은 터키 중앙은행이 당장 오는 25일 통화정책회의에서 금리인하를 시작할 수 있다고 예상한다.
문제는 터키 중앙은행의 신뢰도가 훼손됐다는 점이라고 블룸버그는 지적했다. 터키 중앙은행이 금리를 올리든 낮추든, 정부의 입김이 작용하는 한 통화정책에 대한 불신으로 더 많은 투자자들이 터키에 등을 돌리게 될 수 있다는 게 전문가들의 중론이다. 이에 터키 리라화가 8일 개장과 함께 하방 압력에 시달릴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리라화는 5월 초 이후 달러 대비 8% 가까이 오른 상황이다.
나이젤 렌델 메들리 선임 애널리스트는 블룸버그를 통해 "의심할 여지 없이 터키 자산에 나쁜 소식이다. 물가상승률이 이제 막 하락하기 시작했는데 중앙은행의 신뢰도가 타격을 입게 됐다. 조만간 금리인하 가능성이 높은 만큼 시장은 리라 하락에 베팅할 것으로 보인다"고 내다봤다.
피오트르 마티스 라보뱅트 전략가는 "중앙은행 총재 경질을 통해 에르도안은 통화정책의 책임자가 누구인지를 다시 한번 상기시켰다. 이 결정은 중앙은행의 신뢰도의 훼손과 함께 급격한 금리인하 가능성을 시사한다"면서 "그나마 다행인 건 해임 소식이 주말에 나오면서 시장이 그 영향을 판단할 시간을 벌었다는 점"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