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관영 언론인 환구시보가 4일 헌트 장관에 맹비난을 쏟아냈다. 헌트 장관이 최근 홍콩 시위를 놓고 중국을 향해 “중국이 홍콩반환협정을 위반할 경우 심각한 결과를 불러올 것”, “중국은 일국양제(一國兩制 한 국가 두 체제)를 준수하라”고 경고한 데 대해 반격한 것이다.
환구시보는 이날 사평에서 “제레미 헌트의 발언은 상식 밖”이라며 “영국 보수당 대표 경선에서 이겨 영국 수상이 되기 위해 이 같은 강경 발언을 하는 것”이라고 꼬집었다.
사평은 “그는 자신은 물론 영국 이미지를 훼손하는 것”이라며 “개인의 정치적 이익을 위해 중국과 영국간 정상적 관계를 망가뜨리고 있다”고 했다. 그러면서 “이기주의적이고 수준 떨어지고 궤변을 늘어놓는 이같은 태도를 계속해서 이어갈 경우, 영국의 대중 외교는 대가를 치를 것”이라고까지 경고했다.
홍콩은 1841년부터 영국의 식민지였다가 1997년 중국에 반환됐다. 반환 당시영국과 중국은 홍콩의 민주주의와 자치를 보장한다는 일국양제를 근간으로 홍콩반환협정을 체결했다. 그런데 최근 홍콩 정부의 인도법 개정이 홍콩 자치를 훼손할 것이란 우려 속에 홍콩 내 대규모 반중 시위가 벌어졌고, 헌트 장관 등 영국 정부 관료들은 시위대를 지지하는 발언을 이어왔다.
이에 중국은 “영국이 ‘식민지 환상에 젖어있다”, "내정간섭하고 있다"고 맹비난하며 외교 채널을 통해 공식 항의하고, 영국도 이에 맞서 주영국 중국 대사를 초치하는 등 강력히 맞서며 갈등이 고조되고 있는 것이다.
류샤오밍(劉曉明) 주영국 중국 대사도 3일(현지시각) BBC, 로이터 CNN 등 외신을 불러놓고 가진 기자회견에서 "영국은 마치 홍콩이 이제 더 이상 자국 식민지가 아니라는 사실을 잊은 것 같다”며 홍콩 내정에 간섭하지 말 것을 경고했다.
류 대사는 “영국 정부가 잘못된 편에 서서 적절치 못한 발언을 하는 것은 홍콩 내정 간섭은 물론, 불법 폭력분자를 지지하는 것”이라며 “영국이 홍콩 법치에도 간섭하고 있다”고도 했다. 이어 그는 영국 일부 관료나 정치인들이 ‘식민주의적 사고방식’에 여전히 사로잡혀 있다며 “홍콩 문제에서 손을 뗄 것”을 요구했다.
류 대사의 강경 발언에 이날 영국 외무부는 류 대사를 즉각 초치했다고 로이터 통신 등은 보도했다. 초치는 외교적으로 분쟁 사안이 있을 경우 상대국 외교관을 불러 항의하는 것으로 상당한 강경 조치로 읽힌다.
앞서 중국도 헌트 장관의 발언 등과 관련, 영국에 외교 채널을 통해 공식 항의를 제기했다. 3일 중국 공산당 기관지 인민일보에 따르면 중국 외교부 홍콩 주재 부서는 이날 헌트 장관의 홍콩 관련 발언에 대해 엄정한 교섭을 제기했다고 밝혔다. 중국은 특정 사안에 대해 외교 경로로 항의한 경우 '엄정한 교섭을 제기했다'는 표현을 쓰는데, 이는 상당히 높은 수준의 불만 표출로 볼 수 있다.
특히 해당 부서 책임자는 "강력 범죄자를 감싸는 것은 최소한의 도덕 수준도 상실한 것으로 영국 외무장관의 입에서 이런 말이 나오는 것은 황당무계하다"고 비판했다. 이어 이 책임자는 "홍콩은 중국의 홍콩이며 중국의 한 특별 행정구라는 점을 영국에 다시 알린다"면서 "홍콩이 조국에 복귀함으로써 영국의 관련 권리와 의무는 모두 끝났기 때문에 영국이 홍콩에 개입하는 것은 말이 안 된다"고 꼬집었다.
겅솽(耿爽) 중국 외교부 대변인도 이날 정례브리핑에서 헌트 장관의 발언에 대해 "헌트 장관은 며칠간 계속 홍콩 문제와 관련해 잘못된 발언을 하고 있다"면서 "중국은 이에 대해 강력한 불만과 결연한 반대를 표했지만, 그는 영국 식민통치의 환상에 여전히 취해 있는 것 같다"고 비판했다.
이어 겅 대변인은 "중국 정부는 홍콩이 반환된 뒤 헌법과 기본법에 따라 일국양제를 확실히 시행하고 고도의 자치를 보장했다"면서 "홍콩인들에게 전에 없는 민주 권리를 법에 따라 보장했다"고 말했다.
한편, 홍콩 경찰은 입법회 청사 점거 시위 및 '범죄인 인도 법안'(일명 송환법) 반대 집회 활동과 관련해 총 18명을 체포했다고 이날 밝혔다. 홍콩 경찰은 이날 보도자료를 내고 1일 입법회 점거 시위와 지난달 30일 당국의 회의 방해 관련해 이들을 체포했다고 밝혔다고 AP 통신 등이 보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