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히 현재 조성되고 있는 지역은 각종 발암물질 배출과 고농도 미세먼지를 발생시키는 석유화학단지의 허파 역할을 담당해 온 여의도 공원 4배 규모 녹지대라는 점에서, 울산시의 환경 정책에 근본적인 의문을 낳고 있다.
20일 울산시와 울산도시공사에 따르면 울산 남구 부곡동 산5번지 울산미포국가산업단지에 포함돼 있는 93만9279㎡규모 산림 녹지대가 2023년 완공목표로 지난해부터 산업단지로 개발되고 있다. '부곡·용연지구 조성사업'으로 이름 붙여진 이 사업은 공영개발 방식으로 진행되고 있다. 사업시행자는 울산도시공사, 승인기관은 울산시다.
전체 조성 부지 가운데 3분의 1 가량은 효성과 한전의 사업용지로 이미 정해진 상태다. 현재로서는 나머지 60만4220㎡ 부지에 대한 개발계획이 추진되고 있다.
문제는 울산도시공사가 환경영향평가법에 따른 평가협의회의 심의를 받은 '평가준비서' 토지이용계획에 나와 있는 유치업종이 평가서(초안)의 토지이용계획과 다른 점이 발견되면서, 촉발됐다.
울산 최초의 환경단체인 울산울주공해추방협의회(이하 공추협)는 "울산도시공사가 환경영향평가 기초가 되는 유치업종을 숨기고 거짓으로 평가함으로써 환경영향평가법을 정면 위반했다"며 "이 과정에서 유치업종의 배출시설 및 원단위 계산서가 전혀 없었다"고 문제 삼고 나섰다. 이는 환경영향법 제53조5항 및 제74조1항4호 및 4의3호 등을 위반한 위법행위라는 게 공추협의 주장이다.
공추협 관계자는 "지난해 12월 환경영향평가협의회에서는 이곳에 화학물질제조업이 들어선다고 했지만, 지난 3월 주민설명회에서는 석유정제업과 가스·전기공급업까지 유치한다고 했다"며 "가스·전기공급업은 천연가스발전소를 염두에 둔 것으로, SK가스에 특혜를 준 것"이라고 주장했다. 또한 “송철호 시장이 지난달 8월 조명래 환경부 장관을 만나 대기질 개선을 위해 동남권 대기환경청 설립을 요청했는데, 정작 시 산하기관인 도시공사는 녹지를 없애고 최악의 대기오염 물질 배출 시설을 유치하는 데 앞장서고 있다”고 비판했다.
주민들의 반발도 거세지고 있다. 특히 해당 조성 부지와 바로 옆에 위치한 장생포 마을 주민들은 환경영향평가를 위한 주민공청회 참석마저 통지받지 못했다며, 향후 실력행사를 예고하고 있다.
장생포발전협의회 박주식 운영위원장은 "지난 5월말 울산도시공사는 행정동이 다른 지역(선암동)에서 주민공청회를 연다는 공고문을 냈다는 이유로, 장생포지역 주민들에게는 일언반구도 알리지 않았다"고 볼멘 목소리를 냈다. 같은 협의회 김성관 회장은 지난 18일 열린 주민공청회에 참석, “공기업인 울산도시공사에서 개최하는 환경영향평가(초안) 공청회를 주민들에게는 전혀 공지하지도 않고 일방적으로 열었다”며 “조상 대대로 살아온 고향이 공해와 환경오염 터로 변화되는 상황을 용납할 수 없다”고 강한 불만을 쏟아냈다.
이에 대해 울산도시공사는 부곡·용연지구에 대한 입주 공모절차 및 환경영향평가는 정상적으로 이뤄지고 있다는 입장이다.
울산도시공사 관계자는 “환경영향평가협의회 평가준비서 심의는 환경영향평가법 제24조에 따라 개략적인 토지이용계획으로 작성하므로, 환경영향평가서(초안)의 토지이용계획(유치업종)이 일치해야 하는 것은 아니다”라며 “이번 환경영향평가서 토지이용계획은 공공시설(전기공급시설)로 계획된 부지를 전기업 용도의 산업시설용지로 표기 변경한 것으로, 법에 위반된 사항은 없다”고 밝혔다. 또한 주민설명회 때 용역대행업체 직원들이 동원됐다는 일부 언론의 보도와 관련, “모든 과정이 합법적으로 진행됐다”고 일축했다.
이어 "그동안 주민설명회 2번, 공청회 1번 등 충분한 설명기회를 갖기 위해 노력해 왔다"며 "산업단지의 제한 업종 이외 업종은 일단 유치한 뒤 환경영향평가 준비서 및 초안을 만들어 가는 과정에서 이를 모두 투명하게 공개하고 있는 데도 '거짓, 은폐' 등으로 매도하는 것은 이해할 수 없다"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