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은 인도·일본·호주를 동맹으로 하는 인도·태평양 전략으로 중국을 압박하고 있다. 또 대만을 '국가'로 지칭해 중국이 절대 허용하지 않는 ‘하나의 중국’이라는 원칙을 훼손하는가 하면, 홍콩의 ‘범죄인 인도법’ 제정 반대 시위를 지지 함으로써 중국을 전방위로 공격하고 있다. 미국에게 계속 밀리는 중국은 이번 방문에서 '중조(中朝·북중)' 동맹의 강화와 북핵 문제를 미·중 패권 경쟁에서 지렛대로 활용할 것으로 예상된다. 한반도가 미·중 강대국의 패권전쟁 단층면으로 지정돼 '전장화(戰場化)' 할 가능성이 매우 높아진 셈이다.
우리는 왜 미·중 패권전쟁의 싸움터를 제공하게 됐을까? 대개의 전문가들은 한반도의 지정학적 위치를 이야기 하지만, 가장 큰 요인은 우리 자신에게 있다. 과거를 돌이켜보면 수 백년간 중국에게 사대(事大)하고, 일본 식민지 통치를 겪거나 남북한으로 갈라져 전쟁을 치른 것도, 사실은 열강들의 이념전쟁의 탓도 있지만, 우리 자신의 책임이 가장 크다. 남만을 탓할 일이 아니다. 이제 우리는 강대국에게 기대는 종속적인 삶에 대한 고리를 끊고, 독립적인 철학과 전략을 가져야 한다.
오랜 세월 동안 강자들의 우산 아래서 목전의 안일을 추구하기만 했지, 우리는 정작 장기적으로 미래를 위한 철학이나 전략적 사고를 가지지 못했다. 한국은 자유민주주의와 시장경제 바탕 위에서 경제발전과 민주화를 달성한 나라라고 자랑한다. 그러나, 우리의 독립국가로서의 의식이나 자존심은 아직도 식민국가나 사대주의의 언저리에서 머물고 있지는 않은가.
국가는 위기에 처해 있는데 정당이나 정부의 대응조치도 미흡하고 주어진 현실을 받아들이기만 하는 수동적인 자세를 취하고 있다. 독재타도나 민주화를 위한 투쟁에는 일가견을 가진 국민들이 강대국들이 한반도를 중심으로 전쟁 판을 펼쳐도 침묵하는 것은 참으로 이해하기 힘들다. 참으로 암담한 현실이 아닐 수 없다.
중국은 북한을 미·중 패권전쟁에 끌어들여서는 안 된다. 물론 주체사상을 신봉하는 북한도 중국의 대미 전략에 동조하는 사대주의적인 행동은 하지 않을 것으로 믿는다.
미국도 한국에게 내정 간섭의 압박을 해서는 안 된다. 우리도 맹목적으로 미국의 편에 서는 우는 범하지 말아야 한다. 남북한은 급변하는 한반도 상황을 정확하게 인식해, 강대국 어느 편에도 경도되지 않는 독립적이고 자주적인 전략을 구축하는 계기로 삼아야 한다.
최근 청와대는 “정부는 지난주부터 시진핑 주석의 북한방문 추진 동향을 파악하고 예의 주시해 왔다. 그간 정부는 시진핑 주석의 북한 방문이 한반도 문제의 평화적 해결에 기여할 것으로 보고, 이를 조기 실현하기 위해 중국 정부와 긴밀히 협의해 왔다”고 밝혔다. 정부가 시 주석의 북한 방문에 깊숙이 개입하고 있는 것처럼 들린다. 실제로 정부가 북한과 중국에 그런 정도의 영향력을 행사하는지도 의심스럽지만, 그렇다 하더라도 대외적으로 알릴 필요는 없다. 미국으로부터 쓸데없는 오해를 살 우려도 있는 발언이다.
한반도를 중심으로 하는 지정학적 전략의 기본 틀이 요동치고 있다. 위기는 불안감을 주지만 선택의 기회를 제공하기도 한다. 언제까지 우리는 강대국에 종속되는 삶만 살아야 하나? 우리 스스로가 목표를 만들고 설정해야 한다. 거칠게 우리는 독립적인 사유를 바탕으로 전략적인 목표를 가지고 미래를 향해 나아가야 생존 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