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미·중 무역 갈등 속 중국 인맥 다지기 나서
18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최태원 회장은 지난달 방한한 러우친젠(娄勤俭) 장쑤성(江蘇省) 서기와 서울 워커힐 호텔에서 만났다. 이 자리에서 최 회장은 평소와 달리 늦은 시간까지 술자리를 가지며 중국 내 사업 방향과 관련해 폭넓은 의견을 나눈 것으로 알려졌다.
업계 안팎에선 최 회장이 이례적으로 긴 시간을 할애한 것과 관련해 중국 비중을 의식한 것이라는 해석이 나오고 있다. 실제로 러우친젠 서기는 시진핑 중국 주석의 친위대인 시자쥔(習家軍·시진핑 사람들)의 일원이다. 중국 내 핵심 실세 가운데 하나라는 얘기다.
이처럼 최 회장이 중국 고위 인사들과 물밑 접촉을 늘리는 데는 심화하는 미·중 무역 분쟁 영향이 크다. 자칫 한 국가를 택할 경우 불이익을 받을 수 있다는 우려가 커지고 있기 때문이다.
실제 미국이 지난달 중국 일부 기업이 안보를 위협한다며 한국 측에 제재 동참을 요구하자, 중국 정부는 삼성‧SK하이닉스 등 국내 주요 기업을 불러 수용하지 말 것을 경고한 바 있다.
무역협회 관계자는 "미국과 중국의 무역 분쟁은 수출액만 보고 판단할 수 없다" 면서 "개별 기업마다 시장 중요도가 다른 만큼 전략적인 중립 선언이나 한쪽 편들기를 할 수 없는 상황"이라고 짚었다.
◆ 차이나 인사이더 전략 가속화
SK그룹에게 중국은 매우 중요하다. 그룹 대표 계열사인 SK하이닉스의 최대 고객사가 화웨이인 데다, 주요 생산 공장도 들어설 예정이기 때문이다. 실제 SK하이닉스 전체 매출에서 화웨이가 차지하는 비중은 지난해 기준 12%(5조원)에 이른다.
다른 핵심 계열사인 SK이노베이션은 지난해 8월부터 베이징자동차, 베이징전공과 합작해 장쑤성 창저우시에 연간 7.5GWh 규모 전기차배터리 공장을 짓고 있다. 최근에는 이사회를 거쳐 현지 신규 배터리 생산공장 건설에 5799억원을 추가 투자하겠다고 결의한 바 있다.
업계 안팎에선 SK그룹이 '차이나인사이드' 전략을 통해 중국 시장에 관심을 기울여 온 만큼 이 같은 기조는 지속될 것으로 보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SK는 중국에 진출한 외국 기업이라는 이미지를 벗고 현지에서 각종 사업을 추진하며, 재투자하는 '내부자' 역할을 해왔다"면서 "그동안 중국 내 인맥을 쌓아왔던 만큼 긴밀한 협의가 있었을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