즉각 국내로 소환해 철저한 조사를 지시한 것은 적절하지만, 문제는 언론 보도가 나가면서 국민들이 국방부와 해당 육군 장성이 엄청난 갑질을 한 범죄자인 것처럼 인식하게 됐다는 점이다.
특히 개인을 특정할 수 있는 '중국 베이징 주재 한국 대사관'이라는 장소, '무관'이라는 신분, '육군 준장'이라는 계급, '욕설에 구두닦기를 강요'한 혐의까지 알려졌다.
해당 의혹에 대해 만약 사건 번호가 부여됐다면 현재까지 알려진 사실은 피의사실 공표에 해당한다.
검찰 과거사위원회는 지난 달 '수사공보에 관한 법률'을 마련할 것을 권고하면서 주요 혐의 사실은 공보 대상에서 제외시키고, 공적 인물인 경우 오보 해명 공보 외에는 절대 허용해선 안 된다는 점을 강조하기도 했다.
피의사실 공표죄에 해당 되려면 '담당 수사관이 공표했다'는 명백한 증거가 있어야 성립된다. 입증이 어려운데다 공익사안의 경우는 면죄부를 받는 경우가 많아, 주요 피의자나 피고인이 피의사실 공표 혐의에 대해 고소·고발을 감행하는 경우는 거의 없다.
전자발찌를 채우는 등 공관병에게 ‘갑질’을 했다며 고발된 박찬주 전 육군대장은 최근 검찰로부터 무혐의 처분을 받았지만, 역시 피의사실 공표 혐의에 대해 고소를 하지 못했다. 검찰의 판단과 달리 국민들의 인식 속에 뿌리깊게 '갑질'의 대명사로 남게됐을 뿐이다.
'무관'인 육군 준장에 대한 조사는 철저히 이뤄져야 한다. 하지만 혐의가 확정되지 않은만큼 수사 과정도 철저히 지켜져야 한다. 군대 장성은 현역 복무 부적합 심사를 거치지 않는다. 통상적으로 보직해임 처분이 내려지고 불명예스럽게 전역하게 된다. 지휘관이기에 더욱 엄한 잣대를 들이대는 것이다.
정 장관이 철저한 조사와 더불어 의혹 당사자의 기본권에 대해 생각해보는 계기가 되길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