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중서부를 덮친 물바다 덕(?)에 되살아난 농산물펀드가 얼마나 더 뛸까. 세계 최대 농업국인 미국이 갑작스러운 흉작으로 시름하자 농산물 가격이 치솟기 시작했다.
◆한 달 만에 8% 넘어선 수익률
성과가 꽤 좋았던 금펀드(6.36%)와 원자재펀드(2.73%)도 농산물펀드에는 한참 못 미쳤다. 도리어 국내주식형펀드와 해외주식형펀드는 각각 0.52%와 1.35%에 달하는 손실을 냈다.
농산물펀드별로는 삼성자산운용 '코덱스 3대 농산물 선물 특별자산 상장지수투자신탁' 수익률이 한 달 동안 14.17%로 가장 좋았다. 미래에셋자산운용 '타이거 농산물 선물 특별자산 상장지수투자신탁'(9.98%)과 신한BNP파리바자산운용 '애그리컬쳐 인덱스 플러스 투자신탁'(9.19%) 수익률도 평균보다 높았다. 가장 저조했던 삼성자산운용 '삼성 코덱스 콩선물 특별자산 상장지수투자신탁'조차 6%에 가까운 수익을 냈다.
홍수가 휩쓴 지역은 미국 곡창지대인 중서부다. 여파가 커질 대로 커진 이유다. 박상준 키움증권 연구원은 "옥수수와 콩은 현재 각각 83%와 60%만 파종을 마쳤다"며 "2018년까지 5년 동안 평균치를 보면 옥수수는 99%, 콩은 88%에 달했었다"고 말했다. 그는 "한 달 만에 옥수수 가격은 25%, 콩값도 8%가량 올랐다"고 덧붙였다.
◆중장기 성과 낙관은 아직 일러
농산물펀드 수익률이 중장기적으로도 안정적으로 움직일지는 미지수다. 얼마 전만 해도 농산물펀드는 천덕꾸러기 취급을 받았다. 1년 수익률은 아직도 -12.54%로 저조하다. 더 길게 보아도 마찬가지다. 2년과 3년, 5년 수익률은 각각 -17.35%와 -28.61%, -38.84%로 오래 투자할수록 손실만 커지는 악순환에서 못 벗어났었다.
농산물펀드 전망이 아직 조심스러운 이유다. 황병진 NH투자증권 연구원은 "앞으로 눈여겨보아야 할 농작물은 콩"이라며 "파종을 거의 마친 옥수수와 밀 가격은 벌써 크게 올랐지만, 이달 중순까지 파종하는 콩 가격은 더 뛸 수도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미국 농무부가 이달 말 내놓을 재고와 파종 관련지표를 잘 살펴야 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투자자도 신중하기는 마찬가지다. 수익률이 좋아지자 농산물펀드에서 돈을 꺼내는 투자자가 조금씩 늘어나고 있다. 한 달 동안 순유출액은 26억원으로 집계됐다. 올해 들어서는 72억원이 빠져나갔다. 추가적인 강세에 돈을 걸기보다는 손절매로 손실을 제한하려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