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토교통부가 요즘 수도권 3기 신도시 인근 지역 주민들의 잇단 반발에 입단속 중이다. 관련 토론회의 주제 발표는 물론 토론 참석도 꺼린다. 시장과의 소통을 주저한다는 얘기다. 대책을 물어도 꿀 먹은 벙어리다. 공기업 등 산하기관 역시 국토부 눈치를 보며 손사래를 친다. 건설업 관련 협회들조차도 토론자리에 나서거나 업계 입장 내는 것을 조심스러워한다.
국토부와 산하기관 또는 협회는 낙하산 인사, 정부 예산 통제 등으로 수직 계열화돼 있다. 그래서 회원사 회비로 운영되는 협회까지도 구조적으로 제 기능을 할 수 없다. 회원사들은 협회가 자신들의 입장을 제대로 대변하지 못한다고 불만이다. 협회가 주인을 몰라보고 직무유기한다는 뜻이다.
답은 현장에 있다는데, 국토부가 이래서는 제대로 된 대책이 나올 수 없다.
국토부가 지난달 7일 경기 고양 창릉, 부천 대장 등 3기 신도시 추가 예정지를 발표한 지 한 달이 지났다. 3기 신도시 인근 도시가 주민들의 분노로 들끓고 있다. 이에 대해 국토부는 속수무책이다.
이에 비해 일산·검단 등 경기 서북부 신도시는 어떤가. 일산 1기 신도시 조성 이후 이곳 일대는 30년간 개발에서 소외됐다. 변변한 산업 유치나 교통망 확충이 전혀 이뤄지지 못했다. 대신 파주 운정, 김포 한강 등 주거 밀집 신도시만 잔뜩 들어섰다. 결국 이들 지역 주민들은 회사를 서울에 둘 수밖에 없었다. 이들의 서울 출퇴근 길 고통은 갈수록 커졌다. 이곳 집값이 상대적으로 낮았던 것은 당연한 이치다.
국토부가 발표한 3기 신도시 추진 정책은 어설프다고 할 수밖에 없다. 효과적인 자족기능이나 교통망 확충 계획을 담지 못했다. 국토부가 시장 또는 업계와 충분히 소통하지 못한 탓이다.
국토부는 이제야 기본 설계 마련 등을 위해 연구 용역을 하겠다며 야단이다. 사후약방문이다. 지역 이해와 갈등이 첨예한 시대인데도 30년 전 개발우선 시대에 익숙한 과거 관행과 타성을 따른 결과이다.
사후 대책이라고 내놓은 것 또한 헛발질 연속이다. 김현미 장관은 지난달 23일 평소 자주 갖지 않던 기자간담회 자리까지 마련해 대책을 내놓았다. 그 대책의 골자는 인천과 고양을 잇는 전철 연장이었다. 정작 주민이 바라는 서울 진입 교통망 확충과는 거리가 멀었다. 김 장관이 자신의 국회의원 지역구 주민 민심도 제대로 살피지 못한 것이다.
3기 신도시 추진으로 직접 영향권에 있는 국회의원 지역 선거구만 해도 인천 서·계양, 경기 고양·파주·남양주·구리·부천·과천·하남 등 최소 20곳이다. 이 정도면 원내교섭단체를 따로 만들 수 있는 숫자이다. 이 중 3~4곳을 제외하곤 모두 집권당 소속이 국회의원직을 차지하고 있다.
얼마 전 김수현 청와대 정책실장과 이인영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가 당정회의 자리에서 마이크가 없는 줄 알고 수군댄 적 있다. 당시 사정을 보면 국토부 관료에 대한 여권의 시선도 곱지 않아 보인다.
3기 신도시 건설은 현 정권이 싫어하는 토건사업의 일종이다. 이명박 정부의 4대강 사업 반대의 주역 김현미 장관이 이끄는 국토부 추진사업이기도 하다.
문재인 정부에서 마지막으로 실시되는 내년 국회의원 총선을 1년도 채 남겨두지 않은 시점이다. 국토부가 앞으로 주민 반발과 정치 외풍에 맞서 제3기 신도시 추진을 강단 있게 밀어붙일 수 있는 배짱과 자세를 가졌을까. 최근 국토부 일련의 모습을 보면 부정적인 게 아쉽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