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일 금융권에 따르면 금융위원회는 이 같은 내용의 개인신용평가시스템(CSS) 개선방안을 2금융권에 도입하기 위해 이달 중 유관기관 실무 태스크포스(TF)를 꾸리고 활동에 나선다. TF에는 금융위를 비롯해 금융감독원, 저축은행 및 카드사, 신용평가(CB)사와 신용정보원 등의 실무진이 참여한다.
이번 TF는 신용점수제를 2금융권으로 확대 시행하기 전 필요한 사항을 점검하기 위한 차원이다. 앞서 신한·KB국민·KEB하나·우리·NH농협 등 5대 시중은행은 지난 1월부터 대출 집행 시 CB사의 신용점수제를 활용하고 있다. 금융당국은 TF 운용 결과에 따라 이르면 내년 상반기 2금융권에 점수제를 도입한다는 방침이다.
신용점수제란 금융소비자의 신용도를 총 1000점을 기준으로 점수를 매기는 방식이다. 기존 10개 등급으로 나눴던 등급제에 비해 소비자의 신용수준을 100배로 세분화하는 셈이어서 대출고객은 금리나 한도를 보다 합리적으로 책정받을 수 있다.
카드사에 이 같은 방식이 도입되면 현행 7등급인 소비자도 신용카드를 발급받을 수 있게 된다. 현재는 여신전문금융업감독규정에 따라 신용등급이 1~6등급이어야만 카드를 사용할 수 있다. CB사의 신용평가 체계상 7등급에 해당하는 점수는 600~644점인데, 신용점수가 644점이 책정돼 1점 차이로 7등급으로 분류되더라도 신용카드 사용이 불가능한 것이다. 앞으로는 7등급이더라도 6등급에 가깝다면 카드 발급이 가능해질 전망이다.
중·저신용자가 주고객인 저축은행의 경우 차주의 대출한도 및 금리 기준에 대대적인 변화가 예상된다. 저축은행은 신용대출 취급 비중이 높은데, 신용대출의 경우 신용등급이 금리와 한도 책정에 결정적인 영향을 끼치기 때문이다. 또 저축은행은 자체 CSS가 없는 곳이 많아 10등급 체계인 CB사의 고객 등급을 그대로 활용하는 게 일반적이다. 1000점제로 바뀐 CB사의 등급을 쓰면 보다 면밀한 대출심사가 가능해지는 것이다.
이에 금융당국은 '등급 절벽' 현상이 완화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현재는 신용등급이 일정 수준 이하라면 금리가 급등하거나 한도가 대폭 축소되는데, 점수제 하에선 이러한 부작용이 줄어들 것이란 분석이다.
다만 신용점수가 하위등급에 가깝다면 현재보다 대출 받기가 까다로워질 수 있다. 예컨대 현재 등급이 6등급이지만 향후 신용점수가 7등급보다 1점 높은 645점으로 책정된다면, 대출금리나 한도는 현행 7등급에 가까운 수준으로 적용될 수 있다. 저축은행 관계자는 "신용대출은 대손충당금 비용 부담이 크기 때문에 점수제 전환에 따라 불이익을 보는 고객도 대거 발생할 것"이라고 말했다.
정책금융상품의 지원 체계도 대폭 변화할 것으로 보인다. 대표적인 중금리상품인 햇살론을 비롯해 새희망홀씨, 바꿔드림론 등은 현재 6~10등급자만 이용할 수 있지만 앞으로 최대 4등급자도 사용할 수 있을 전망이다. 현재 신용등급을 지원 기준으로 삼는 정책금융상품은 주택금융공사·신용보증기금·기술보증기금 등의 상품까지 총 20여개에 달한다.
이와 함께 당국은 향후 정책금융상품의 지원 기준을 신용수준이 아닌 소득수준으로 바꾸는 방향을 검토 중이다. 대체로 소득이 적을수록 신용도가 낮지만, 열위에 놓인 저소득자 가운에 금융지원을 받지 못하는 경우를 최소화하기 위해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