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수완의 월드비전] 무역전쟁 난타전에 악화되는 미.중 경제지표 ..환율 전쟁으로 확전되나

2019-06-11 18: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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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수완 논설위원[남궁진웅 기자, timeid@ajunews.com]


미.중간의 무역 전쟁이 난타전으로 치닫고 있는 가운데 어제 중국 해관총서는 5월 수출입 통계를 발표했다. 전년 5월 대비 수출은 1.1% 증가했으나 수입은 무려 8.5%나 감소했다. 5월의 수입 감소는 예상을 훨씬 뛰어넘는 심각한 수준으로, 전문가들은 중국의 내수 시장의 급격한 수요 위축과 성장 둔화를 우려하고 있다. 

워싱턴 미.중 무역 협상 결렬과 함께, 트럼프 행정부는 지난달 10일부터 중국산 제품 2000억 달러어치에 부과하던 관세율을 기존의 10%에서 25%로 대폭 인상했다. 중국도 이에 맞불을 놓으며  600억달러 규모의 미국산 제품에 5~25% 관세 부과를 발표했다. 이후 양국이 한 치의 양보 없는 보복전과 자존심 싸움을 이어가고 있는 가운데, 어제 발표된 수츨입 통계는 무역전쟁의 장기화를 불사하며 대미항전의 선봉에 나서고 있는 시진핑 국가 주석에게 큰 부담으로 작용할 것으로 보인다. 
전달인 4월 2.7% 감소했던 수출이 5월에는 약간이라도 늘어난 이유는 미국이 관세를 올린 제품에 대한 선적을 중국 기업들이 앞당긴 이유이다. 미국의 관세 인상 조치 실제 적용 시점은 6월 1일이다. 또한 위안화 가치가 5월 한 달 동안 2.5% 가까이 하락한 영향도 큰 것으로  분석이 되고 있다. 위안화 약세가 미국의 중국산 제품에 대한 관세 부과 효과를 일부 상쇄하고 있는 것이다. 미.중간 관세 전쟁이 이어지면서 위안.달러 환율이 조만간 심리적 마지노선인 7달러를 돌파할 가능성도 점쳐지고 있다. 위안화 환율은 글로벌 금융 위기가 발생한 2008년 5월 이후 한번도 7위안대를 넘지 않았다. 

4월에 4% 증가했던 수입이 5월에 8.5% 감소한 것은 대두 등 상품가격의 하락요인도 있지만 무엇보다도 전체적으로 중국 경제가 갈수록 취약해지고 있다는 방증이다. 그리하여 중국이 추가적으로 강력한 경기 부양책을 내놓을 가능성도 있다. 5월 수입이 크게 줄면서 중국의 대미 무역수지 흑자는 4월의 210억달러에서 올해 최대인 269억달러로 늘어났다. 특히 주목할 것은 중국이 미국과의 기술 패권 경쟁에서 '무기'로 사용을 검토 중인 희토류의 대미 수출이 19%나 감소했다는 점이다. 4월에 비해 감소폭이 2배나 된다. 희토류에 대한 미국내 수요가 미약해서 인지 아니면 미국의 관세 폭탄에 대한 보복 차원인지는 좀 더 면밀한 분석이 필요한 듯하다. 

올 들어 중국의 미국과의 교역액은 뚜렷한 위축세가 감지됐다. 1~5월 중국의 대미 수출액과 수입액이 전년 동기 대비 각각 3.2%, 25.7% 감소했다. 미국 경제도 달러 강세와 무역전쟁 여파로 흔들리기 시작했다는 분명한 신호가 연이어 나오고 있다. 작년 대규모 감세정책으로 호황을 구가했던 미국의 제조업 경기는 작년과 비교하면 뚜렷한 둔화세를 보이고 있다. 미국 노동부가 9일(현지시간) 발표한 5월 미국 제조업 일자리 증가는 3천개에 머물러 작년과 비교할 때 초라한 성적이었다. 미국은 작년 공업생산이 역대 최고 수준에 달했고, 제조업 전반에 걸친 일자리 증가분도 130만개에 이르렀다. 올해 1월부터 4월까지 미국 산업생산은 아예 감소를 기록했다. 시장조사업체 IHS마킷이 발표한 지난 5월 제조업 구매관리자지수(PMI)도 2009년 9월 이후 최저였다. 작년에 미국이 예상을 깨고 2.9% 경제성장률을 기록한 데에는 제조업 호황이 한몫을 했지만, 올해 사정이 크게 달라진 모습이라 할 수 있다. 다수의 이코노미스트들은 올해 미국의 국내총생산(GDP) 증가율은 2.5% 이하로 떨어질 것으로 진단하고 있다.

미국은 거듭해서 중국이 고율 관세의 충격을 완화하기 위해 위안화의 가치 급락을 방치하고 있다고 경고하고 있다. 향후 미.중 무역협상 과정에서 중국에 대한 압박수위를 강화하기 위해 5G 선도업체인 화웨이 고사작전에 이어 환율 조작 국가에 상계관세를 부과하는 규정을 추진하는 등 환율 카드를 준비할 태세이다. 하지만 미국과의 무역 갈등으로 인한 충격을 최소화하고 경기 침체를 막기 위해 재정 확대와 감세 등 경기 진작 까지 고려해야 하는 중국 당국은 위안화 평가 절상을 위한 여력이 별로 없는 것으로 보인다.   

이강(易鋼) 중국 인민은행장은 9일"중국 경제는 '온중구진'(穩中求進·안정 속 진전) 기조 속에서 기본적으로 양호한 상태"라고 자평했다. 그러면서 향후 위안화 환율이 '기본적' 안정을 유지하도록 할 것이라는 입장을 피력했다. 중국이 현 단계에서는 기존 부양책 기조를 넘어서는 적극적인 행동에 나서는 데 신중할 것임을 시사한 것으로 보인다. 

중국 외환 당국이 당장 시장에서 대규모로 보유 달러를 매도하는 적극적인 환율 방어에 나설 가능성은 그리 크지 않다는 관측이 우세한 가운데  달러 대비 위안화 환율의 7위안 돌파에 대한 가능성이 높아지고 있다. 오랜 기간 지켜온 위안화의 심리적 지지선이 무너진다면 국제 금융시장의 변동성이 확대되고 중국의 자본 유출이 가속화는 물론 중국의 외화부채 상환 부담도 증가하는 등 중국 경제에 대한 역풍이 거세질 가능성이 크다. 최근 원화 가치도 위안화의 움직임과도 연동되는 경향을 보이는 가운데 국내 증시와 외환시장도 바짝 긴장하지 않을 수 없는 상황이다.    

김흥규 아주대 중국정책연구소장은 지난 7일 YTN 라디오와의 인터뷰에서 '회색 코뿔소'로 불리는 중국 경제의 위험 요소 중 하나로 과도한 기업 부채와 유동성 감소 등을 지적 했다. 그는 "미국이 금융 부분에 있어서 압박을 강화하기 시작하면 중국도 아마 달러 수급에 어려움을 받을 수밖에 없고, 계속 그것은 악화될 것"으로 전망했다. 그러나 일정 규모의 내수시장이 존재하고 상대적으로 폐쇄적인 금융 체제가 오히려 외부 공격으로부터 자신을 보호하는 데 도움이 된다는 점은, 중국이 무역전쟁에서 일정 정도는 충분히 버텨나갈 수 있게 만드는 힘이 되고 있다고 분석했다. 그러나 미국이 "아예 노골적으로 중국에 대한 경영이라든가, 금융 측면에서라든가, 다양한 측면에서 압박을 강화하고 있기 때문에 사실은 미래는 불확실하다"고 진단했다.

미국과 중국의 무역 갈등이 통상 문제를 넘어 기술패권, 외교안보, 환율 등 전방위적으로 확산될 조짐을 보이면서 전 세계 정부와 기업들은 그야말로  좌불안석이다.  우리가 제대로 통제하기 힘든 미.중 갈등이라고 하지만 충격을  최소화 하기 위한  한국 경제의 컨틴전시 프랜(비상 계획)이 절실한 시점이다.
 

중국 인민은행, 위안화 평가절상 (서울=연합뉴스) 임헌정 기자 = 미국이 자국 통화 가치를 떨어뜨리는 국가에 상계관세를 매기는 규정을 추진하는 등 '환율전쟁' 압박을 가하는 가운데 중국 외환 당국이 지난 27일 위안화 기준 환율을 비교적 큰 폭으로 내렸다. 인민은행은 이날 위안화 중간환율을 전 거래일보다 0.1%(0.0069위안) 내린 달러당 6.8924위안으로 고시했다. 이날 서울 중구 KEB하나은행 본점 위·변조 대응센터에서 직원이 위안화를 정리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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