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미 정상은 2018년 6월 12일 싱가포르에서 '세기의 만남'으로 불린 첫 정상회담을 가지면서 세계의 이목을 집중시켰다.
트럼프 대통령과 김 위원장은 △새로운 북미관계 수립 △한반도 평화체제 구축 △한반도의 완전한 비핵화△ 6·25전쟁 미군 유해 수습 및 송환 등 4개항이 담긴 6·12 북·미정상회담 공동성명에 합의했다.
그러나 북·미는 싱가포르 선언 1년 만에 돌파구가 보이지 않는 교착상태를 맞고 있다. 양국은 싱가포르 정상회담 이후 합의이행을 위한 실무 협상에서 번번이 부딪쳤고, 베트남 하노이에서 열린 2차 북·미정상회담은 비핵화 방법론에 대한 극심한 견해차로 파국을 맞았다.
◆싱가포르 회담 이후 비핵화방법 놓고 의견차
미국은 북한이 하노이에서 제시했던 영변 핵시설 영구 폐기 외에 추가적인 비핵화 조치가 필요하다는 입장인 반면 북한은 하노이 제안과 대북 제재 해제의 맞교환 카드가 마지노선이라며 맞서고 있다.
북한은 지난 4일 외무성 성명을 통해 미국이 ‘선(先)비핵화, 후(後)제재 해제’란 셈법을 바꿔야 한다는 이전의 주장을 되풀이했다.
앞서 김 위원장은 지난 4월 최고인민회의 시정연설에서 협상 시한을 올해 말로 제시하고 그때까지 미국이 셈법을 바꾸지 않으면 ‘새로운 길’을 가겠다고 공언한 바 있다. 그러면서 두 차례 단거리 미사일을 발사하며 미국을 압박했다.
미국은 대북 제재 유지를 강조하며 급할 게 없다는 태도를 보이고 있다. 북·미 간에 접점을 넓혀야 하는 한국 정부의 처지는 곤란해졌다. 다만 북·미는 '노딜' 하노이 회담 이후에도 대화를 지속하겠다는 의지를 비치고 있어 중재자 역할은 더 분주해질 전망이다.
트럼프 대통령과 문 대통령은 내년 대선과 총선이라는 대형 정치적 이벤트를 앞두고 있다. 양국 모두 북한의 비핵화를 최대 성과로 내걸고 있는 만큼 내년까지 북한의 추가 도발을 막고, 상황을 안정적으로 관리할 수 있는 조치가 계속될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변곡점 맞이한 남·북·미…美전문가 "北비핵화 진전 부족하지만 3차 정상회담 가능"
싱가포르 북·미 정상회담 1주년을 맞아 미국의 한반도 전문가들은 비록 북한 비핵화 논의에서 진전이 부족하지만, 양측의 필요에 따라 올해 3차 정상회담이 가능하다는 전망을 내놓았다.
미 국익연구소(CNI)의 해리 카지아니스 한국담당 국장은 "트럼프 대통령은 북한이 비핵화를 향해 큰 걸음을 내딛게 할 인센티브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에게 제공하는 가장 좋은 방법을 생각하고 있을 것"이라며 "올해 3차 북·미 정상회담은 거의 확실시된다"고 전망했다.
그러면서 카지아니스 국장은 "좋은 소식은 '화염과 분노'라는 핵전쟁 위협과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시험이 이뤄지는 위험한 시기와 거리가 멀다는 것이고, 나쁜 소식은 한반도의 최종적이고 자립적인 평화 체제를 만들 비장의 방안이 없다는 것"이라고 말했다.
다만, 전문가들은 북한에 분명한 비핵화 의지를 확인시키면서 구체적인 행동으로 이를 보여주지 않으면 핵심 제재 해제는 불가능하다는 점을 전달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또 미국에도 일부 제재 완화를 통해 북한의 의미있는 비핵화 조치를 견인해야 한다는 필요성을 설득하면서 단계적 과정을 통해 궁극적으로 비핵화를 달성하는 해법을 모색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북·미 간 불신이 걸림돌이라면 합의 위반 시 제재를 복원하는 스냅백 조항을 활용하는 방법이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