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93년 6월 7일 독일 프랑크푸르트 켐핀스키 호텔. 이건희 삼성전자 회장은 주요 간부 200여명을 한자리에 불러 모아 그룹의 혁신을 채찍질했다.
이른바 '신경영 선언'이다. 이는 삼성그룹 경영의 중심을 양(量)이 아닌 질(質)로 전환하는 계기가 됐고, 결과적으로 명실상부한 '글로벌 기업으로 성장'하는 밑거름이 됐다.
◆신경영 선언 26주년··· 반도체·스마트폰 '흔들'
삼성그룹은 7일을 기점으로 신경영 선언 26주년을 맞는다. 신경영 선언 이후 삼성그룹의 경영 성과는 신기록의 연속이었다. 1993년 30조원에 못 미치던 매출은 지난해 약 244조원으로 8배, 40조9600억원이었던 그룹 자산은 지난해 879조1883억원으로 20배 이상 늘었다.
하지만 승승장구하던 삼성에 올해 들어 이상기류가 감지되고 있다. '전례없는 위기'라는 말까지 나온다. 삼성전자가 생산하는 주력 제품들의 글로벌 시장 지위가 흔들리고 있기 때문이다.
특히 지난 2년간 실적 신기록 행진을 이어오던 반도체 사업에서 이익이 급감하고 있다. 반도체는 삼성전자 전체 매출의 약 80% 차지하는 만큼 그룹 전체에 미치는 영향력이 막대하다.
올해 1분기 반도체 영업이익은 4조1200억원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무려 64.3% 감소했다. 역대 최고치였던 지난해 3분기(13조6500억원)의 4분의1 수준이다. 올 2분기부터는 회복세를 보일 것이란 연초의 기대와는 달리 하반기에도 실적 회복이 불투명한 상황이다.
올해 1분기 반도체 영업이익은 4조1200억원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무려 64.3% 감소했다. 역대 최고치였던 지난해 3분기(13조6500억원)의 4분의1 수준이다. 올 2분기부터는 회복세를 보일 것이란 연초의 기대와는 달리 하반기에도 실적 회복이 불투명한 상황이다.
여기에 최근 미국 정부의 중국 화웨이 거래제한 조치에 따른 '불똥'은 가뜩이나 한 치 앞을 내다보기 어려운 삼성전자에 또 다른 불확실성 요인이 되고 있다. 화웨이는 삼성전자의 '5대 거래업체' 가운데 하나다.
디스플레이 패널 사업 역시 올해 1분기 5600억원의 영업손실을 내면서 2016년 1분기(2700억원) 이후 처음 적자를 기록했다.
스마트폰 등 IT·모바일(IM) 부문은 2조2700억원의 영업이익을 거둬 1년 전(3조7700억원)보다 40.0%나 줄어들었다. 올해 1분기 19.2%의 시장점유율로 전 세계 스마트폰 판매량 1위의 자리는 지켰지만, 판매량은 전년 동기 대비 약 8.8% 감소하며 2위 화웨이의 추격에 바짝 쫓기게 됐다.
스마트폰 등 IT·모바일(IM) 부문은 2조2700억원의 영업이익을 거둬 1년 전(3조7700억원)보다 40.0%나 줄어들었다. 올해 1분기 19.2%의 시장점유율로 전 세계 스마트폰 판매량 1위의 자리는 지켰지만, 판매량은 전년 동기 대비 약 8.8% 감소하며 2위 화웨이의 추격에 바짝 쫓기게 됐다.
그나마 소비자가전(CE) 부문이 선전하고 있지만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불법 이민자 문제를 빌미로 모든 멕시코산 수입품에 관세를 부과하겠다고 경고하고 나서며 위기감이 짙어지고 있다. 삼성전자는 미국에 수출하는 TV 물량 대부분을 멕시코 티후아나 공장에서 만들고 있고, 냉장고 등 가전제품도 현지 케레타로 공장에서 생산하고 있어 미국이 고율 관세를 물리면 경쟁력이 떨어질 수밖에 없다.
◆이재용 부회장 "일희일비하지 않겠다"
이 같은 위기 상황에서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은 경영 보폭을 넓히며 그룹의 중심을 잡고 총수로서의 존재감을 부각하고 있다.
지난 4월에는 삼성 반도체 사업의 청사진을 제시했다. 올해부터 2030년까지 12년 동안 133조원을 시스템 반도체에 투자해 이 분야 세계 1위를 달성하겠다는 '반도체 비전 2030'을 발표했다.
재계에서는 이 회장의 신경영 선언에 이은 사실상 이재용식 뉴 삼성 선언이라는 평가가 나왔다.
지난 1일에는 삼성전자 계열사 사장단들을 긴급 소집해 글로벌 경영 불확실성과 위기에 대한 대책 마련에 나섰다. 이 자리에서 이 부회장은 앞서 약속한 투자와 채용 계획을 재확인하면서 위기 상황을 정면으로 돌파하겠다는 의지를 밝혔다.
이 부회장은 "단기적인 기회와 성과에 일희일비하면 안 된다"며 "지난 50년간 지속적인 혁신을 가능하게 한 원동력은 어려운 시기에도 중단하지 않았던 미래를 위한 투자"라고 재차 강조했다.
재계 관계자는 "반도체, 스마트폰 등과 같은 천문학적 투자가 필요한 사업 분야에서는 신속하고 과감한 오너의 의사결정이 중요하다"며 "과감한 투자로 위기를 돌파해온 과거 삼성의 성공전략을 이 부회장이 재확인했다"고 평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