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사법 안착 위해 ‘임용할당제’ 도입…대학가는 ‘언 발에 오줌누기’ 반응

7년간 표류하던 ‘고등교육법’(이하 강사법)이 올 8월부터 실시된다. 박백범 교육부 차관은 4일 세종청사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국무회의에서 ‘고등교육법 시행령’ 일부 개정령안이 심의·의결됨에 따라 사회적 난제였던 강사법을 현장에 안착시키기 위한 제도적 준비를 마쳤다”고 밝혔다. 하지만 대학가는 교육부의 이번 발표가 근본적으로 강사 문제를 해결할 수 없을 것으로 예측했다.

이번 시행령 일부 개정령안은 강사법 개정에 따른 것으로 강사의 임용절차와 교수시간, 겸임교원 등에 대한 자격 요건을 규정한다. 또한 학무후속세대 임용할당제, 임용절차 공정성 제고 및 간소화 방안 등 강사제도 운영 요령을 담고 있는 ‘대학 강사제도 운영매뉴얼’도 함께 배포된다.

8월부터 적용되는 강사법은 교원에게 강사 신분을 부여하고 소청심사 청구권을 인정한다. 1년 이상 임용을 원칙으로 3년까지 재임용 절차를 보장한다. 방학 기간 중에도 임금을 지급하며, 겸임·초빙교원 등에도 강사 관련 규정을 준용한다. 교수시간은 주 6기간 이하지만 필요시 9시간까지 가능하다.

 

4일 교육부 브리핑룸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박백범 교육부 차관(오른쪽에서 세번째)가 강사법 안착 방안을 설명하고 있다. [사진=윤상민 기자]

◆강사 고용 안정
대학 강사제도 안착을 위해 교육부는 올 2학기 대학 강사 고용현황 조사에 조기 착수한다. 대학의 강사 임용계획 수립이 시작되는 6월 초부터 고용현황 조사에 착수한다는 계획이다. 다른 직업이 없는 전업강사의 고용 변동을 집중 관리하면서, 풍선효과 방지를 위해 겸임·초빙 교원 등 고용 현황 조사도 병행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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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학의 적극적인 참여를 위해 교육부는 대학 기본역량 진단 및 재정지원사업에 강사 고용 안전 관련 지표를 반영할 계획이다. 대학과 전문대 혁신지원사업 핵심 성과지표에 ‘총 강좌 수’를, 세부 지표에 ‘강사 담당학점’을 반영 추진한다.

방학 중 임금 배부도 대학별로 차등 지급한다. 2019학년도 2학기 2주 분인 288억원을 배부시 고용변동 및 비전임 교원 전체 중 강사 비중을 계산해 반영한다.

◆학문후속세대 체계적 지원
앞으로는 강사 임용 시 박사학위 신규 취득자 등 학문후속세대 대상으로 자격을 제한해 임용 가능하도록 했다. 또한 BK21 후속사업을 통해 학문후속세대를 양성·지원하기로 했다.

시간강사연구지원 사업 추경을 편성해 해고 강사의 연구도 지원한다. 해고로 인해 연구 경력이 단절될 우려가 있는 연구자들에게 추경 예산 280억원을 투입한다. 이 예산으로는 2000명의 강사가 과제당 1400만원의 연구비를 지원받을 수 있다.

인문사회 학술생태계 활성화 방안에 따른 기존 비전임연구자 대상 사업도 확대된다. 2020년부터는 인문사회학술연구교수로 확대·개편해, 박사 취득 후 연구 역량과 의지가 가장 높은 시기에 안정적으로 연구에 몰입할 수 있도록 유도한다.

◆공개임용절차 마련…방학 중 임금 등 재정 확보도
강사 신규채용 시 임용절차를 간소화한다. 공고기간을 5일 이상으로 단축할 수 있으며, 면접심사 생략도 가능하다. 임용 절차의 공공성 확보를 위해 성별·연령·사진은 미기재하고 학부 증명은 반드시 필요한 경우에 한해 제출토록 했다.

방학 중 임금 지원 예산은 현재 288억원이다. 개강 전 강의계획 수립에 1주, 종강 후 성적처리에 1주 등 통상적으로 업무를 수행하는 기간인 2주에 대해 예산을 확보했다. 1년 이상 임용 또는 3년간 재임용 절차 보장 등의 항목으로 퇴직금 지급 대상자가 증가함에 따라 퇴직금 지원 예산도 확보를 추진한다.

김용섭 전국비정규교수노조 위원장은 이번 안에 대해 일단 수용 의사를 밝혔다. “서정민 강사 이전에도 자살한 강사가 23명인데 이 자리까지 오게 돼 벅차다”며 “신분보장, 고용안정, 처우개선이라는 측면에서 강사법이 다행이지만 완전하지는 않으니 점차 개선돼 갈 것”이라고 기대감을 밝혔다.

강사법 TF에 참여했던 김영곤 전국대학강사 노조 대표도 일단 이번 안에 지지의사를 밝혔다. 강태경 전국대학원생 노동조합 수석부지부장은 “기존 강사와 학문후속세대 사이에 불필요한 경쟁은 없애도록 임용할당제를 적극 활용해 달라”고 요청했다.

반면 대학가는 이번 교육부의 강사법 안착안이 실효성이 없다고 봤다. 이형철 국공립대교수연합회장은 “결국 강사 문제를 해결하려면 정부가 재정을 마련해야 하는 건데 그게 안 되면 대학을 옭죄는 방식으로 갈 수밖에 없다”며 “앞으로 3년간 강사사회에 어떤 일이 일어날지 모르니 교육부는 탁상행정을 하고, 재정이 약한 대학은 강사법을 보수적으로 해석해 채용하지 않으면서 피해는 고스란히 강사에게 돌아가는 언 발에 오줌누기식 처방”이라고 비판했다.

김용섭 사립대교수회연합회장 역시 “이번 방안은 교육부가 고심한 흔적이 보인다는 점에서 긍정적이지만 이미 대학들은 강사 해고계획을 마쳤다”며 “시간강의만 하던 강사들이 높아진 강사 채용 요건을 충족시킬 수 없어 결국 강의를 할 수 없을 것”이라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