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은은 31일 서울 중구 태평로 한은 본관에서 금융통화위원회를 열고 기준금리를 연 1.75%로 동결했다. 지난해 11월30일 기준금리를 1.50%에서 1.75%로 올린 뒤 이번까지 6개월 연속 동결한 것이다.
이번 금리 동결 결정엔 금융안정에 대한 경계감을 늦출 수 없다는 판단이 작용했다. 가계부채 증가율은 둔화했지만, 부채 수준이 여전히 과도하다는 것이다. 이주열 총재는 "금융안정 상황을 나타내는 대표적인 지표인 가계부채가 국내총생산(GDP)의 100%에 달하는 수준"이라며 "최근 가계부채 증가율이 둔화했다지만 명목소득증가율을 여전히 웃돌고 있다"고 말했다.
1분기 마이너스 성장률을 기록한 국내경제가 회복되는 움직임을 나타낸 점도 기준금리 동결 요인으로 꼽았다. 소비가 꾸준히 증가하고 있어 수출과 건설투자도 하반기에 회복할 것이란 분석이다. 소비자심리지수는 지난해 4분기 97.3에서 올 1분기 98.9로 소폭 올랐고 지난달 101.6을 기록했다. 지수가 100 이상이면 경기가 좋다고 판단하는 소비자가 더 많다는 뜻이다.
시장에선 오는 하반기 한은이 기준금리를 인하할 것이란 전망을 내놓고 있다. 금통위에서 대표적인 '비툴기파(통화완화 선호)'인 조동철 금통위원이 금리인하에 대한 소수의견을 내면서다. 앞선 금통위에서도 인하 소수의견이 나오면 수개월 내 금리인하 결정이 뒤따랐었다.
조 위원은 지난 8일 기자간담회에서 "이젠 우리도 장기간에 걸쳐 목표 수준을 큰 폭 하회하고 있는 지나치게 낮은 인플레이션을 우려해야 할 시점"이라고 말하며 금리 인하에 대한 견해를 밝힌 바 있다.
전상용 DS투자증권 연구원은 "둔화하는 경제 성장률을 끌어올리기 위해 정부는 2차 추경을 편성하고 있지만 효과가 단발성에 그치고 있다"며 "올해 말 한은이 기준금리를 인하할 가능성이 높다"고 내다봤다.
다만 이 총재는 기준금리를 현 수준에서 유지할 것이라는 입장을 분명히 했다. 이 총재는 이날 기자간담회에서 조 위원의 소수의견을 두고 "금통위의 시그널이라고 보는 것은 무리"라고 말했다. 그는 "거시경제와 금융안정을 종합적으로 판단해 통화정책을 운용한다"며 "현재 국내경제가 기준금리 인하로 대응할 상황은 아니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