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에서 미·중 무역전쟁의 희생양으로 자리매김한 화웨이에 대한 응원 열기가 뜨겁다.
중국 기업들은 애국주의 여론에 편승해 화웨이 지지를 표명하고 있지만 곤혹스러운 기색이 역력하다.
미국 상무부는 지난 16일(현지시간) 화웨이와 68개 자회사를 거래 제한 기업으로 지정하고 통신장비와 스마트폰 제조에 사용되는 핵심 부품 공급을 금지했다.
미국의 십자포화를 맞고 있는 화웨이에 대한 중국 내 동정 여론과 반미 감정이 거세지고 있다.
화웨이 직원들이 중국판 트위터인 웨이보(微博)에 올린 게시물도 화제다.
한 직원은 "이런 특수한 시기에 화웨이를 위해 분투할 수 있어 영광"이라며 "회사가 원한다면 월급이 깎이고 성과급을 못 받아도 감내하겠다"고 말했다.
또 다른 직원은 "가족들과 떨어져 일해 온 탓에 이직 권고가 많았지만 최근에는 가족들이 나서 탈영병이 되지 말라고 독려한다"고 전했다.
화웨이 퇴직 직원들이 모인 온라인 커뮤니티에서는 "회사가 허락한다면 다시 돌아가 3년간 무급으로 일하겠다" 등의 발언도 회자되고 있다.
애국주의 여론의 등쌀에 화웨이 지지를 표명하고 나선 중국 기업들이 늘고 있다.
중국 스마트폰 시장을 놓고 화웨이와 치열하게 경쟁해 온 샤오미의 레이쥔(雷軍) 회장은 임원들에게 "화웨이의 위기를 틈타 인력을 빼오는 등의 행위를 불허한다"고 말한 것으로 알려졌다.
중국 최대 인터넷 보안 기업인 치후360은 공식 웨이보를 통해 화웨이 자회사인 하이실리콘(海思)의 반도체를 계속 쓰겠다고 선언했다.
대만의 반도체 파운드리(위탁생산) 업체인 TSMC는 미국의 제재에도 화웨이에 제품을 지속 공급하겠다고 발표해 중국 내에서 애국 기업으로 대접받고 있다.
이밖에 많은 기업들이 △사내 전자제품은 화웨이 제품만 구매 △직원이 화웨이 휴대폰을 구매하면 보조금 지급 △화웨이 제품 구매를 위한 바우처 제공 등의 방침을 앞다퉈 내놓는 중이다.
반면 미국의 관세폭탄을 피해 생산기지의 해외 이전 계획을 밝힌 PC 제조업체 레노버는 성난 민심에 곤욕을 치렀다.
해당 발언을 했던 황웨이밍(黃偉明) 레노버 최고재무책임자(CFO)는 즉각 사과했지만, 미국의 관세율 인상 품목에 PC·노트북·태블릿 등이 포함돼 타격이 불가피한 상황이다.
베이징의 한 정보기술(IT) 기업 관계자는 "당장은 여론에 밀려 화웨이 편을 들지만 무역전쟁 장기화에 따른 후폭풍을 염려하지 않을 수 없다"며 "미국이 중국 IT 기업을 추가 제재할 가능성이 커 긴장감이 높다"고 토로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