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미경 CJ 부회장이 해외에서 그룹 문화사업에 든든한 조력자 역할을 하고 있다. 문화사업은 CJ그룹의 4대 사업 ‘식품·바이오·미디어·물류’ 가운데 이미경 부회장이 꾸준히 키워온 분야다.
이번 칸 영화제에는 영화 기생충의 엔딩 크레딧에 책임 프로듀서(Executive Producer)로 이름을 올린 이 부회장도 참석했다. 그가 공식 석상에 모습을 드러낸 것은 5년 만이다. 영화 기생충 제작에 총 140억원 가량이 들어갔는데, CJ는 가장 많은 금액을 투자한 것으로 알려졌다.
앞서 이 부회장의 칸 방문은 2009년 박찬욱 감독의 영화 ‘박쥐’가 경쟁부문에 진출한 이후 처음이다. 당시 그는 ‘박쥐’와 봉준호 감독의 ‘마더’를 지원 사격하기 위해 칸을 찾았다.
이 부회장이 영화투자를 시작한 것은 1995년 3월로 거슬러 올라간다. 그는 이재현 회장과 함께 미국 LA행 비행기를 타고 ‘드림웍스’ 투자 계약을 따내러 가면서 본격적으로 영화사업 투자를 시작했다. CJ가 드림웍스에 투자한 돈은 3억 달러(약 3555억원)다. 당시 자산 1조원에 불과했던 CJ그룹 내부에서는 반발이 심했을 정도로 ‘모험’이었다.
이 투자를 계기로 CJ는 문화사업의 초석을 다지게 됐다. 이 부회장은 음악전문 케이블방송 엠넷을 사들이고 영화투자배급사 CJ엔터테인먼트를 설립했다. 국내 첫 멀티플렉스 극장 CGV도 열었다.
하지만 영화 ‘변호인’과 ‘광해’를 제작한 뒤 이른바 문화계 블랙리스트에 올라 정부가 이 부회장의 퇴진을 종용했다는 얘기가 나오면서 그는 2014년 미국으로 건너갔다.
국내 경영에서 한 발짝 물러난 것으로 보였지만, 이 부회장은 해외 엔터테인먼트 업계에서는 계속 활동해왔다. 2017년 6월 아카데미상(오스카) 후보작들에 대한 투표권을 행사하는 미국 영화예술과학아카데미(AMPAS) 경영진 파트에 신규 회원으로 위촉됐다. 같은 해 12월에는 홍콩에서 열린 CJ E&M 행사 마마(MAMA, 엠넷 아시아 뮤직 어워드) 시상식에 주최사 자격으로 참석했다.
영화 기생충의 칸 영화제 수상은 이 부회장이 바깥 활동을 좀 더 활발하게 벌일 수 있는 계기가 될 것으로 보인다.
CJ그룹 관계자는 “이 부회장이 글로벌 네트워크를 활용해 영화 홍보와 해외판매 등을 지원하기 위해 칸을 방문했다”고 설명했다.
CJ ENM은 자사 방송채널 OCN과 CGV, 슈퍼액션 등을 총동원해 봉준호 감독 특집 방송을 편성했다. 설국열차와 마더, 플란다스의 개, 살인의 추석 등을 방영할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