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유럽 신화속의 토르가 어벤저스 시리즈의 수퍼히어로로 부활했다. 마블스튜디오가 1962년 출판된 스탠 리의 만화 ‘토르: 천둥의 신’을 2011년 영화화하면서 21세기로 불려나온 토르는 ‘어벤져스(2012)‘, ‘토르: 다크월드’(2013)‘, ‘토르: 라그나로크’(2017) 등에 출연해왔다. 다른 수퍼히어로들과 함께 어벤저스의 일원으로 활약하던 토르는 올해 4월 개봉된 ‘어벤저스: 엔드게임’으로 활동을 마쳤다.
토르는 고대 게르만족 신화에 나오는 천둥과 번개의 신이자 농업의 신이다. 토르의 분신과도 같은 망치 ‘묠니르’는 던지기만 하면 반드시 적을 쓰러뜨리고 되돌아오며 자기장이나 중력장같은 엄청난 에너지를 발사하고 포털을 열어 차원 간 이동도 가능하게 해준다. 토르가 아스가르드의 숙적 거인족을 물리친 것도 묠니르 덕분이었고 묠니르를 내리친 곳마다 커다란 계곡이 생겨났다. 거인족의 왕에게 속아서 술인 줄 알고 마신 바다가 눈에 띄게 줄어들 정도로 주량도 세다. 어벤저스 영화에서는 매력적인 미남이지만 신화속에서는 붉은 수염에 힘은 세지만 어리숙하고 앉은 자리에서 소 두 마리를 먹는 대식가에 술고래로 표현된다.
신들의 왕이자 아버지인 오딘이 귀족 전사들의 수호신인 데 비해 그는 농민의 수호신으로 숭배되어 왔다. 농사에 가장 중요한 것이 비인데 천둥은 항상 비를 동반하는데다 신화에 따르면 농사에 방해가 되는 서리 거인들과 바위 거인들을 무찔렀다고 하니 농민들이 그를 받드는건 당연지사.
토르의 또 다른 역할은 결혼과 출산, 장례식 같은 인생의 통과의례 때 의식을 정화하는 일이다. 북유럽사람들은 묠니르를 결혼식이나 산실, 화장터의 장작더미에 올려놓고 건강한 자녀 출산과 망자의 안식을 빌었다. 묠니르를 형상화한 T자 모양의 부적들이 노르웨이 아이슬란드 등 스칸디나비아 청동기시대의 무덤들에서 숱하게 발굴되고 있다. 본래 토르는 로마신화의 주피터(유피테르)에 해당하는 주신이었는데, 바이킹 시대가 도래하면서 전사들이 권력을 잡게 되자 오딘에게 주신의 자리를 빼앗겨버렸다고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