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행어음 수신액 10조 돌파 초읽기
20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한국투자증권과 NH투자증권, KB증권 3곳이 발행어음 수신액을 10조원 이상으로 늘리는 건 시간문제다. 한국투자증권(5조4000억원)과 NH투자증권(3조3000억원) 수신액만 합쳐도 이미 8조7000억원에 달한다. 여기에 KB증권까지 이달 들어 발행어음업 인가를 받았다.
자기자본을 4조원 이상 쌓은 초대형 IB 5곳 가운데 미래에셋대우와 삼성증권을 뺀 나머지 3곳이 모두 발행어음시장에 뛰어든 것이다. 한국투자증권은 2017년 11월, NH투자증권은 이듬해 5월 각각 인가를 따냈다.
삼성증권은 더욱 시기를 점치기 어렵다. 삼성그룹 총수인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재판을 받고 있고, 1년 전 주식배당 착오로 일부 영업정지를 당하기도 했다.
후발주자가 도리어 속도를 내고 있다. 신한금융투자는 곧 자기자본을 4조원 이상으로 키워 발행어음업 인가를 신청한다. 회사 관계자는 "오는 6월 모회사인 신한금융지주를 대상으로 유상증자를 실시한다"며 "하반기에는 인가 신청이 가능할 것"이라고 전했다.
◆경쟁 심화에 역마진 가능성도
단기금융업 인가를 받더라도 제약이 많다. 초대형 IB는 자기자본 대비 2배까지만 어음을 발행할 수 있다. 이뿐 아니라 발행어음 수신액 가운데 35%는 언제라도 유동화할 수 있는 우량자산(국공채)에 넣어야 한다.
역마진을 우려할 수밖에 없는 이유다. 국공채 수익률은 현재 1%대 중후반에 머물고 있다. 이에 비해 발행어음이 투자자에게 제시하는 수익률은 2.3~2.4%에 달한다.
이를 메꾸려면 기업금융이나 부동산 투자로 벌어야 한다. 규제는 여기에도 있다. 기업금융(여신)은 수신액 대비 50%까지, 부동산 투자는 30%까지만 가능하다.
더욱이 인건비나 부실위험을 감안하면 수익률이 아무리 낮아도 3%는 돼야 한다. 여기에 발행어음 수신 경쟁까지 치열해지면 손익분기점이 4%를 넘어설 수도 있다. 실제로 가장 늦게 시장에 합류한 KB증권은 올해에만 발행어음으로 2조원가량을 끌어모을 계획이다.
김기명 한국투자증권 연구원은 "발행어음업자는 시중금리보다 높은 수익률을 제시해 투자자를 모은다"며 "서로 더 많은 이자를 주면서 수신 경쟁에 나서면 역마진이 발생할 수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