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년 말 금융혁신지원특별법이 국회를 통과한 후 올해 들어 금융의 규제샌드박스제도도입이 활발해지면서, 핀테크업계의 발걸음도 갈수록 빨라지고 있다. 특히 4월 이후 도입되기 시작한 혁신금융서비스는 지금까지 26개가 시범인가 됐다. 두 달 채 안된 걸 고려하면 상당히 빠른 속도다.
그럼 시장에선 핀테크산업을 어떻게 보고 있나. 시장에선 금융당국과 업계의 노력이 나름 시너지를 내고 있다고 보고 있고, 이에 따라 우리나라도 핀테크가 하나의 산업으로 자리매김 하고 있다는 평가다. 예컨대 간편결제 이용건수가 거의 분기마다 배로 늘고 있고, 카카오뱅크가 영업개시 100일만에 비대면계좌를 435만개 개설한 점은 핀테크의 빠른 성장속도를 보여주면서 동시에 금융소비자들이 그만큼 싸고 편리한 핀테크에 관심이 많다는 방증이란 얘기다.
특히 최근엔 이러한 양적 변화뿐 아니라 핀테크업계의 다분히 질적, 구조적 변화도 나타나고 있다는 게 전문가들 평가다. 예컨대 핀테크는 그 특성상 소비자입장에서 각 시공간 제약 없는 모바일 디지털상에서 분야별로 가장 좋은 서비스를 고를 수 있다보니 언번들링되는 게 일반 추세였다. 하지만, 핀테크업체중에 분야별로 많은 고객과 고객의 로얄티를 확보한 경쟁력 있는 업체가 나오면서 새로운 변화, 소위 ‘디지털플랫폼화’하는 업체가 등장하는 모습이다. 예컨대 카카오가 카카오뱅크 돌풍을 토대로 바로증권을 인수해 증권업에 진출한다든지, 카카오페이가 2800만 고객을 바탕으로 P2P업체에 투자창을 열어준 것, 네이버가 해외긴 하지만, 네이버페이를 통한 결제송금에 이어 노무라증권과 라인증권을 설립해 결제송금, 증권업을 엮기 시작한 점, 또한 토스로 유명한 비바리퍼블리카가 송금결제에 이어 보험업에 진출한 후 증권업 진출을 선언한 점 등은 핀테크업체가 다양한 금융서비스를 제공 즉, 디지털플랫폼화하고 있음을 보여주는 대표사례다. 또한 핀테크업체 중에 상장사가 출현하고 또한 미중 등 핀테크선진국보다 늦긴 했지만, 유니콘과 예비유니콘업체들이 등장하고 있는 점도 신산업 성공의 기대를 걸게 하는 구조적 변화 중 하나이기도 하다.
아무튼 이러한 변화를 통해 핀테크는 하나의 신산업으로서 자리매김을 하고 있을 뿐 아니라 또한 미래 트렌드의 핵심인 4차 산업혁명의 핵심기술이라 할 수 있는 ABCD(인공지능, 블록체인, 클라우드컴퓨팅, 빅데이터)와도 디지털상에서 쉽게 융합, 시너지를 낼 수 있다는 점에서 그만큼 미래산업으로서의 중요성을 부여받고 있다.
하지만, 아직 활성화가 부족하다는 지적도 있다. 글로벌 회계·컨설팅 법인 언스트앤영(EY)이 발표한 '핀테크 도입지수'에 의하면 우리나라 핀테크 이용률은 32%로 조사대상 20개국의 평균이용률 33%보다 다소 낮다. 특히 중국 69%나 인도의 52%, 브라질 40%보다 낮아서 IT와 모바일스마트폰 이용자가 많은 우리나라로선 여전히 더욱 적극적인 정책이 필요하단 목소리도 나온다. 현재 ‘4차 산업혁명의 원유’로 평가받는 빅데이터 활용을 위해 신용정보법이 국회에 상정돼 있다. 보다 빠른 또 보다 전향적인 개정안 통과를 기대한다.
서강대학교 기술경영대학원장 겸 핀테크지원센터장 정유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