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HK에 따르면 집권 자민당과 야당 관계자들은 12일 토론 프로그램에 출연해 "리먼사태 수준의 사건이 일어나지 않는 한 증세 방침은 그대로"라며 "견조한 고용지표 등을 바탕으로 10월 소비세를 인상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자민당은 그동안 글로벌 경제 위기를 불러온 2008년 리먼사태나 2011년 동일본 대지진 같은 극한 상황이 펼쳐지지 않는 한 증세 방침에 변함이 없다는 입장을 강조해왔다.
반면 민주당 측은 "아베노믹스(아베 신조 일본 총리의 경제정책)의 실패 원인은 소비자들이 돈을 사용할 수 있는 환경이 없었다는 데 있다"며 "경기 악화 속에서 소비세를 올린 경우는 한 번도 없는 만큼 지금이라도 (증세 방침을) 중단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야당의 이런 주장은 9~10일(현지시간) 미국 워싱턴에서 진행된 미·중 무역협상이 결실을 맺지 못한 데다 미·일 무역협상의 불확실성까지 높아지면서 경기 하방 가능성이 있다는 우려를 반영한 것으로 보인다.
미국과 일본은 지난달 중순부터 새로운 무역협정을 체결하기 위해 협상을 진행하고 있다. 미국은 △무역적자 축소 △농산물 시장 개방 확대 △환율 조항 △서비스·세관 절차 등 폭넓은 분야를 다룬다는 방침이지만 무엇보다 미국산 농산물 개방을 요구할 것으로 보인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아예 자신의 방일이 예정돼 있는 5월 25~28일께 서명을 마치고 싶다는 속내를 드러내기도 했다. 지지층(농업·제조업)을 고려할 때 내년 대선에서 승리하기 위해서는 미·일 무역협상에서도 조기 타결이라는 결실을 내야 한다는 판단이 깔린 것으로 보인다.
그렇다고 해서 당장 소비세 인상을 보류하기도 어려운 상황이다. 지난 10일 유아교육·보육을 무상화하는 아동·육아 지원법이 일본 의회를 통과했기 때문이다. 사회복지 차원의 이 제도는 소비세 증세로 인한 재원으로 충당하게 된다. 증세가 보류되면 아베노믹스에도 타격을 줄 수 있는 것이다.
지지통신은 최근 보도를 통해 "정부 측에서는 일단 증세 계획에 후퇴가 없다는 입장이지만 7월 예정돼 있는 참의원 선거를 고려할 때 아베 총리가 연기하는 방안을 완전히 배제하기는 어려울 것"이라고 내다봤다.
일본에서 3%의 소비세가 처음 도입된 것은 경기 호황이던 1989년 4월이다. 이후 1997년에는 2%포인트 높은 5%로 조정됐다. 아베 내각은 2014년 소비세율을 기존 5%에서 8%로 인상했다. 이후 2015년 10월에 10%포인트로 올리기로 했으나 경제지표를 고려해 올해 10월로 인상 시기를 연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