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의점을 보면 아시아 경제가 보인다

2019-04-24 10:30
  • 글자크기 설정

2022년까지 편의점 5조달러 규모...아시아 급성장

중산층·젊은 인구 급증 영향...'캐시리스' 주도 가능

일본, 노동인구 부족 탓에 단축 영업·무인 계산도

베트남의 유명 편의점인 '빈마트 플러스'에서는 시간대마다 진열 상품이 달라진다. 잘 팔리는 상품은 술과 음료, 간식이지만 즉석식품도 인기를 끈다. 특히 오후 4시가 되면 야채와 가공식품, 간단한 식사류 등 바로 먹을 수 있는 상품 위주로 진열이 바뀐다. 일부 제품에 대해서는 최대 20%까지 할인 혜택을 제공하기도 한다. 이 시간대가 '주부들의 황금시간대'로 불리는 이유다.

◆편의점 '잘알' 젊은 소비 늘어..."2022년까지 6.6% 성장"

빈마트 플러스는 베트남 제1기업 빈그룹의 최대 유통계열사인 빈커머스가 운영한다. 2016년 편의점 사업에 뛰어든 이후 1년 만에 1000개 매장을 돌파하며 가파르게 성장했다. 하노이 매장에서는 반경 700m 이내의 주택 배달 서비스를 시작하면서 고객수가 급증했다. 연내에 빈마트 플러스 매장을 3000개까지 늘리는 게 목표다.

미얀마의 편의점 '시티 익스프레스'는 2017년 기준 전국 운영 매장 수가 70여개에 달한다. 닛케이아시안리뷰에 따르면 시티 익스프레스의 강점은 24시간 운영이다. 밤에 쇼핑하는 것이 일반적이지 않은 미얀마의 상황을 고려하면 이례적이다. 다른 국가의 편의점처럼 다양한 상품을 취급하지만 튀김 음식과 찐빵 등 미얀마 고유의 '패스트푸드'도 판매한다. 향후 시장에 진출할 외국 업체와 차별화하기 위해서다.

식료품 전문 시장조사업체인 IGD는 전 세계 편의점 시장이 연평균 6.6% 성장해 2022년까지 5조1000억 달러 규모로 확장될 것으로 내다봤다. 특히 아시아 내 편의점 사업이 활성화될 것이라는 분석이다. 경제 성장에 따라 중산층의 소비 여력이 늘어난 데다 타 국가에 비해 낮은 중위연령(총인구를 연령순으로 나열할 때 정중앙에 있는 연령)으로 인해 구매자의 쇼핑 습관이 빠르게 변화하고 있다는 것이다.

실제로 인도네시아만 해도 전체 인구가 세계에서 4번째로 많은 약 2억6000만명에 달한다. 인구 10명 중 6명은 40대 이하의 젊은이들이다. 1인당 국내총생산(GDP)이 3000달러를 초과하는 동남아시아 도시 수도 증가하고 있다. 글로벌 부동산 컨설팅 회사 나이트프랭크에 따르면 2006년부터 10년간 베트남에서 3000만 달러 이상의 순자산을 보유한 사람들의 수가 320%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아시아 가운데서도 특히 베트남은 편의점 사업이 가장 빨리 성장하는 시장으로 꼽힌다. 베트남 편의점이 젊은 소비자를 겨냥해 일부 매장에서 무료 와이파이 서비스를 제공하는 한편 인기 있는 수입 제품을 진열하는 이유이기도 하다. IGD는 오는 2021년까지 베트남의 편의점 연평균 성장률이 37%에 달할 것으로 내다봤다. 필리핀과 인도네시아는 각각 24%, 16%로 그 뒤를 이을 전망이다.

IGD아시아의 선임 소매 분석가인 찰스 찬은 "향후 몇 년간 소매업계에서 인도네시아 등 아시아의 편의점이 강력한 성장세를 보이게 될 것"이라며 "특히 1~2인 가구가 늘고 있는 한국에서는 바로 먹을 수 있는 즉석식품과 소포장을 선호하는 소비자의 행동을 반영하는 구도가 늘어날 것"이라고 평가했다.
 

[그래픽=임이슬 기자 90606a@]


◆소매 혁명 주도...소프트웨어 등 관련 시장도 활성화

통상 리테일 업계의 매장은 △포어코트(테이크아웃 위주의 일시 거래) △CVS(소형소매점포) △주변 편의 매장(신선한 음식 제공 서비스) △1K 슈퍼마켓(1000㎡ 규모 대형 매장) 등 네 가지 형태로 분류된다. 이 가운데 포어코트와 주변 편의 매장은 운영 특성상 각각 북미 지역과 서유럽 지역에서 많이 나타난다. 크고 혼잡하며 젊은 인구가 많은 아시아에서는 편의점 형태의 CVS가 가장 유리하다는 분석이 나온다. 아시아가 소매 업계 '인큐베이터'가 될 수 있다는 것이다.

전 세계에서 6만7000개 매장을 운영하는 최대 편의점 체인인 일본의 세븐일레븐이 인도 시장 진출을 준비하는 것도 이와 같은 맥락으로 풀이된다. CNN은 최근 세븐일레븐이 인도 현지 소매 체인인 퓨처그룹과 프랜차이즈 계약을 체결했다고 보도했다. 기존 퓨처 그룹 점포를 세븐 일레븐 매장으로 전환하는 방식으로 올해 말까지 인도에 첫 번째 편의점을 설립한다는 계획이다.

인도는 다수 글로벌 소매 업체가 이미 눈독 들이고 있는 시장이다. 앞서 월마트는 지난해 인도의 전자상거래 업체인 플립카트를 인수하는 데 160억 달러를 투자했다. 최근 수년간 인도 사업에 50억 달러 이상을 투자하며 공을 들인 아마존도 인도 내 식료품 공급 채널을 확대한다는 방침이다. 

아시아의 편의점 인기는 소매 업계 활성화뿐만 아니라 부가적인 영역에도 긍정적인 영향을 줄 수 있다는 평가다. 일단 '비현금 결제'가 대표적이다. 현재 아시아에서는 젊은 인구를 중심으로 모바일 결제와 QR 코드 결제 등 기존 현금 결제에서 디지털 결제로 결제 방식이 변화하고 있다. 편의점 내 '캐시리스(현금 없는)' 결제를 선도할 수 있다는 기대감이 나온다.

편의점 소프트웨어 시장도 확대될 전망이다. 편의점 소프트웨어에는 △편의점 판매관리시스템(POS) 소프트웨어 △재고 관리 소프트웨어 △고객관계관리(CRM) 시스템 등이 포함된다. 인더스트리리포트24닷컴에 따르면 글로벌 편의점 소프트웨어 시장은 지난해까지 13억8000만 달러 규모였으나 2024년까지 6% 이상 성장하면서 20억2000만 달러 수준까지 확대될 것이라는 전망이 나왔다. 지금까지는 미국과 유럽이 가장 큰 소비국이었지만 중국과 인도, 동남아 지역을 중심으로 향후 수년간 시장점유율을 확대할 수 있다는 것이다.

◆편의점 강국 일본은 단축 운영·무인 계산 고려

편의점 강국으로 통하는 일본의 전국 편의점 매장 수는 약 5만개에 달한다. 일찌감치 편의점 시장을 구축했던 일본은 반대로 무작정 몸집 늘리기보다는 효율적인 운영을 위한 내실 다지기에 집중하는 모양새다. 다른 아시아 국가와 달리 초고령사회에 접어들면서 노동 인구가 줄어들고 있는 탓이다. 일본 경제산업성에 따르면 유휴노동인구가 빠른 속도로 감소하면서 오는 2030년에는 2015년 대비 735만명의 노동인구가 사라질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최근 일본 정부는 대형 편의점 체인 경영진을 향해 △시간 단축 영업 △무인화 △점주와의 대화 등의 대책을 촉구하고 나섰다. 일손이 없어 24시간 영업이 불가능하다며 편의점 점주들이 단체 행동을 벌이면서다. 세븐 일레븐은 가맹점 점주들의 불만에도 24시간 영업을 고집하던 대표가 경질되는 사건이 일어나기도 했다.

파나소닉이 개발한 무인 계산대 레지로보(レジロボ)가 관심을 끄는 이유다. 일본 경제산업성의 지원을 통해 개발된 레지로보는 구매자가 전용 바구니에 물건을 담은 뒤 올려 두면 제품에 있는 IC 태그를 읽어 가격을 카운터에 표시해준다. 결제가 끝나면 기계 아래에 있는 쇼핑 가방에 상품을 담아준다. 

니혼게이자이신문에 따르면 초창기 레지로보를 설치했던 편의점 로손은 셀프 계산대 시스템 도입에 나선 것으로 알려졌다. 오는 10월까지 1만4000여개 점포로 확대한다는 방침이다. 로손은 이미 40여개 점포에서 단축 영업을 하고 있다. 세븐 일레븐도 전국 10개 직영점에서 영업 시간을 기존 24시간에서 8시간 줄였다. 일손 부족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편의점 등 리테일 업계에서는 외국인 유학생 유치전을 벌이는 한편 인공지능(AI)과 로봇을 적극 도입해 대비할 것이라는 전망이다.
 

©'5개국어 글로벌 경제신문' 아주경제. 무단전재·재배포 금지

0개의 댓글
0 / 300

로그인 후 댓글작성이 가능합니다.
로그인 하시겠습니까?

닫기

댓글을 삭제 하시겠습니까?

닫기

이미 참여하셨습니다.

닫기

이미 신고 접수한 게시물입니다.

닫기
신고사유
0 / 100
닫기

신고접수가 완료되었습니다. 담당자가 확인후 신속히 처리하도록 하겠습니다.

닫기

차단해제 하시겠습니까?

닫기

사용자 차단 시 현재 사용자의 게시물을 보실 수 없습니다.

닫기
공유하기
닫기
기사 이미지 확대 보기
닫기
언어선택
  • 중국어
  • 영어
  • 일본어
  • 베트남어
닫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