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국 일간 가디언에 따르면 EU 정상회의에서 일단 6월 30일까지 연기하고 싶다는 기존 입장을 강조할 것으로 보인다. 회의 전날인 9일에는 앙겔라 메르켈 독일 총리와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을 만나 브렉시트 연장을 도와줄 것을 요청했다.
반면 EU 내에서는 브렉시트를 1년까지 연기하되 영국이 조건을 이행하지 않으면 오는 6월 1일에 탈퇴할 수 있게 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도날트 투스크 EU 정상회의 상임의장은 9일 EU 정상들에게 보내는 서한을 통해 "지금까지 영국 하원이 보여준 모습을 감안할 때 6월 말까지 브렉시트 협상안의 비준이 이뤄질 수 있을지 알 수 없다"며 "필요한 기간만 연기하되 1년을 넘지는 않을 것"이라고 전했다.
이는 6월 말까지 연장하고 싶다는 메이 총리의 '단기 연장' 제안을 사실상 거부하고 조건부 '장기 연장' 안을 새로 제안한 것으로 풀이된다. 물론 연장이 이뤄지더라도 영국과 EU 의회가 브렉시트 합의안에 대한 비준동의 절차를 끝내면 브렉시트 시기를 앞당길 수 있다.
이에 따라 영국은 유럽의회 선거(5월 23~26일) 전날인 22일까지 이탈 방안을 비준하지 못할 경우 유럽의회 선거에 참여해야 한다. 당초 영국은 유럽의회 선거 참여에 대해 부정적이었지만 만약의 상황에 대비해 기존 입장을 완전히 바꿔 관련 조치를 마련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다만 EU 내에서는 영국의 선거 참여에 대한 불만도 터져 나오고 있다. EU를 탈퇴하려는 국가가 차기 유럽 지도부와 EU 예산 결정에 관여하는 건 앞뒤가 맞지 않는다는 것이다. 의석수도 문제다. 영국의 EU 탈퇴 의사에 따라 영국이 갖고 있는 73석 중 27석이 14개국에 분배될 예정인데 영국이 선거에 참가하면 이 14석의 주인을 찾는 데도 논란이 일 수 있다.
브렉시트 연기와 관련해 레오 바라드카르 아일랜드 총리는 언론 인터뷰를 통해 "영국이 여야 간 협의를 통해 결론을 낼 수 있는 시간을 주기 위해 연기 요청을 수락한다"며 "어떤 EU 회원국이 브렉시트 연기에 거부권을 행사해 아일랜드 등 다른 국가에 어려움을 가져온다면 용서받지 못할 것"이라고 말했다.
반면 마크롱 대통령은 제2국민투표 실시 등 명확한 이유가 없는 한 연기 요청이 인정돼서는 안된다고 주장하는 등 거듭된 영국의 브렉시트 연기 요청 자체에 거부감을 갖고 있는 회원국도 적지 않아 내홍이 적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