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베 신조 일본 총리가 지난달 27일 '경제 브레인'으로 통하는 후지이 사토시 전 내각관방참여(자문)와의 저녁 자리에서 "이대로 증세한다면 큰일이 될 것"이라는 의견에 이렇게 답했다고 니혼게이자이신문이 전했다. 2017년부터 공언해온 소비세 인상을 6개월여 앞두고 증세를 연기하거나 철회하면 10월 증세를 목표로 대책을 마련하거나 기대해온 민간의 반발이 불가피하다는 판단이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아베 내각은 2014년 소비세율을 기존 5%에서 8%로 인상했다. 2015년 10월에 이를 다시 10%로 올리기로 했으나 경제지표를 고려해 2017년 4월, 올해 10월로 재차 증세 시기를 미뤘다. 경기가 안 좋은 상황에서 단행하는 증세는 내수 소비를 위축시킬 수 있다는 우려가 작용한 결과다. 아베 정부의 강력한 부양책으로 회복세를 띠던 일본 경제는 2014년 소비세 증세 이후 침체로 돌아섰다. 이번에는 내수뿐 아니라 중국의 경기둔화와 영국의 유럽연합(EU) 탈퇴(브렉시트)를 비롯한 해외 변수들이 불확실성을 더 높이고 있는 형국이다.
소비세 증세로 인한 책임은 고스란히 총리에게 돌아온다. 실제로 그간 일본에서 소비세를 올린 총리는 모두 실각했다. 일본에서 소비세가 처음 도입된 것은 경기 호황이던 1989년 4월. 1990년 이후 경기 거품(버블)이 터지면서 소비가 위축되자 당시 다케시타 노보루 전 총리가 물러났다. 하시모토 류타로 전 총리도 1997년 소비세를 2% 포인트 인상한 후 소비둔화 등의 이유로 실각했다.
소비세 증세를 둘러싼 의견차는 여전하다. '아베노믹스'의 설계자인 하마다 고이치 미국 예일대 명예교수도 기존 입장을 바꿔 "수요가 공급을 초과한 일본 경제 상태를 볼 때 증세 계획을 연기하지 않아도 된다"고 돌아섰다. 일본 정부는 일단 5월 20일에 발표되는 1분기 성장률 등 경제지표를 주시한다는 방침이다. 경기침체 신호가 나오면 새로운 대책이 강구될 것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최근 여론조사에 따르면 응답자 10명 중 6명은 아베 총리의 자민당 총재 4선론을 반대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아베 총리로서는 10월 소비세 증세보다 여름 참의원 선거가 더 중요해진 셈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