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0만 문신 시대'...못 따라가는 규제에 '양성화 한목소리'

2019-04-01 16: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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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비의료인 문신시술 한국만 불법...합법적인 시술 의사는 10명밖에 안돼

- ‘선문신·후뚜맞' 신조어 등장하기도

- 현실적인 법 개정 필요 목소리 나와

[타투를 한 유명인들 사진=연합뉴스]



국가대표 골키퍼 조현우, 래퍼 박재범, 가수 이효리.

언뜻 달라 보이는 이 셋의 공통점은 타투(문신)를 했다는 점이다. 비단 이들 연예인, 스포츠스타 뿐 아니라 수많은 사람이 문신을 하고있다. 문신이 자신의 개성을 살리는 하나의 표현방식인 시대다. 국내 문신사만 2만 명이며 반영구 눈썹 등 미용문신까지 포함하면 20만이 넘는 인원이 문신업계에 종사하고 있다. 하지만 이 문신사들은 모두 불법을 저지르고 있다. 국내에서는 법적으로 의사만 문신을 시술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이에 ‘비의료인도 문신 시술을 할 수 있게 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비의료인 문신 시술 한국만 불법...왜?

한국에서는 1992년 대법원 판결이후 27년째 불법이다. 당시 대법원 판결(91도3219)은 “작업자의 실수 등으로 진피를 건드리거나 진피에 색소가 주입될 가능성이 있으며 문신용 침으로 인하여 질병의 전염 우려도 있는 점”에서 문신 행위를 의사만이 할 수 있는 의료행위로 판단했다. 현재 국내에서 합법적으로 문신을 시술하는 의사는 10명 내외로 알려져 있다.

한국을 제외한 대부분의 다른 국가에서는 비의료인의 문신 시술을 허용하고 있다. 미국은 과거에는 한국과 같이 의사만 문신 시술을 허용 했지만 현재는 대부분 주에서 면허제를 통해 허가를 해주고 있다. 프랑스는 문신사가 보건 위생 교육 수료증을 제출하고 신고를 하면 합법적으로 영업할 수 있다. 우리와 같은 아시아권인 중국도 자격제도를 통해 부분합법화하고 있다.

비의료인이 문신을 시술하는 것이 불법이었던 일본도 지난해 11월 14일 오사카 고등법원이 ‘문신 시술을 의료행위로 볼 수 없다’고 판결하여 사실상 문신에 대한 규제가 사라졌다고 볼 수 있다.
 

[타투합법화 운동이 일어나고 있다.[사진=타투이스트 박덕영 인스타그램]]

이에 국내에서도 ‘문신 문화에 대한 인식이 양지로 나온 만큼 규제도 완화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있다.

문신사들은 “Does it look Illegal? (불법으로 보이십니까?)”이라는 이름으로 문신합법화 운동을 펼치고 있다. 올해 1월부터 시작된 이 운동은 그들이 직접 시술한 문신을 SNS에 게재하여 문신에 대한 이미지 쇄신 및 문신 합법화 필요성에 관해 설명한다.

한국패션타투협회는 문신 시술 합법화를 위해 끊임없이 노력 중이다. 의사만이 문신을 시술할 수 있는 현행법이 직업선택의 자유를 침해한다며, 협회원들과 헌법소원을 제기하고 문신사 면허 신설을 요청하는 ‘문신사법’을 제정하기 위해 고군분투하고 있다.

임보란 한국패션타투협회 회장은 “문신을 받는 사람들이 기분 좋아하거나 치유 받는 것을 보면서 행복을 느낀다. 문신 시술 행위는 위생만 철저히 한다면, 의료법 위반이 될 만큼 고도의 의료기술이 필요한 것은 아니다”며 “대신 위생교육은 필수적인데 체계적인 교육을 위해서는 문신 시술의 합법화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선문신 후뚜맞'

문신에 대한 인식도 많이 변했다. 문신을 예술문화로 인식하고, 자신의 개성을 살리는 하나의 표현방식으로 삼기 시작했다. 한국문신협회의 자료에 의하면 2018년 한 해 동안 눈썹 등 반영구 문신을 포함한 문신 시술 건수는 650만 건이다. 실제로 기자가 SNS에서 쉽게 문신 후기와 시술 광고 글을 접할 수 있었다.

1990년대 까지만 해도 문신은 위화감을 상징하는 이미지였다. 영화나 드라마 등 많은 미디어는 조직폭력배 등 무서운 이미지를 연출하기 위해 문신을 사용했다. 실제로 대중목욕탕에는 문신 한 사람의 입장을 금지하기도 했으며 위화감을 주는 문신은 경범죄의 대상이 되기도 했다.

이제는 문신에 대한 이미지가 달라졌다. ‘먼저 문신을 하고 나중에 부모님께 뚜드려 맞으면 된다’는 뜻의 ‘선문신 후뚜맞’이라는 신조어가 나오고 있을 정도다. 이는 문신에 대한 대중의 인식이 가벼워졌다는 것을 의미한다. 대중들은 연예인의 문신에 관심을 많이 가지고 있으며 SNS에는 실제로 연예인과 비슷한 문신을 하는 일반인도 많이 볼 수 있다.
 

[의사 겸 문신사 조명신씨가 인터뷰를 하고 있다 사진=정석준 인턴기자]

◆현실적인 법 개정 필요

문신업계는 현실적인 법개정을 요구한다.

타투이스트이자 의사인 조명신씨는 “소비자가 건강하고 만족스럽게 시술을 받도록 노력하는 것이 문신사가 가져야 할 직업윤리다. 이를 위해서는 의료지식이 필요하지만, 의사로는 문신수요를 모두 만족하게 할 수 없기에 단계적으로 간호조무사까지 시술을 가능하게 해야 한다”며 시술 가능자의 확대를 주장했다. 이어 “의사에게도 문신에 대한 소양교육이 필요하고, 일반인이 문신사가 되고 싶다면 최소 1년간의 간호조무사 교육을 거쳐 의료지식을 익혀야한다”고 덧붙여 말했다.

한국타투협회에 따르면 현재 문신시장 규모는 연간 2조에 가깝다. 송강섭 한국타투협회회장은 "국민의 건강과 직업선택의 자유 보장, 새로운 직업시장의 탄생을 위해 국가의 현실적인 판단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이어 “타투는 현대의 문화이자 사회현상”이라며 "현재 관련법이 없기에 소비자에 대한 법적인 보호가 안 된다. 의사는 안번 보건상의 이유로 반대하는 데 반대만 하고 대안이 없다. 현 상황이 오히려 국민의 안전을 위협한다”고 걱정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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