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중앙은행인 연방준비제도(Fed·연준)의 긴축 중단, 미중 무역협상 낙관론, 기업들의 실적 호조가 가파른 상승을 뒷받침한 요소로 꼽힌다.
하지만 과거가 미래까지 보장하는 것은 아니다. 3월 경기 침체 공포에 증시 상승세가 확 꺾인 가운데 향후 전망을 두고 전문가들의 의견이 엇갈리고 있다.
◆1분기 들여다보니 'FAANG' 상승 두드러져
이른바 ‘FAANG’(페이스북, 애플, 아마존, 넷플릭스, 구글)으로 통하는 미국 기술 공룡들의 강세가 돋보였다. 페이스북이 연초 대비 27% 넘게 뛰었고 애플도 중국의 수요 둔화 우려에도 불구, 20% 이상 상승했다.
대니얼 모건 시노부스트러스트의 포트폴리오 매니저는 CNN 인터뷰에서 투자자들이 '실적 가뭄'을 걱정하고 있지만 기술주들의 실적 증가는 견조한 추세를 유지할 것으로 내다봤다. 그는 또 클라우드 컴퓨팅 사업 비중이 큰 기업들에 기대감을 나타내면서 아마존, 마이크로소프트, 세일즈포스 등을 주시하고 있다고 말했다.
한편 소비자 변화에 민첩하게 대응하지 못한 기업들은 상승 흐름을 타지 못했다. 백화점 체인 메이시스, 편의점 CVS는 모두 두 자릿수 하락했다. 백화점 노드스트롬, 드러그스토어 월그린도 평균 상승률에 못 미쳤다.
건강한 식습관에 대한 소비자들의 관심이 높아지면서 케첩으로 유명한 크래프트하인즈가 1분기에만 24% 넘게 미끄러졌고 코카콜라도 1% 떨어졌다. 이들 기업에 투자하던 워런 버핏의 버크셔헤서웨이 주가도 동기간 1% 내려갔다.
◆추가 상승 여부 두고는 낙관론vs경계심 엇갈려
지난달 22일 수익률 곡선 역전 현상이 불붙인 급격한 경기 침체 공포는 다소 잦아든 모습이다. 미국 국채 장기 금리가 단기 금리보다 낮아지는 수익률 곡선 역전은 대표적인 경기 침체의 전조로 통하지만, 전문가들은 이번에는 침체 신호가 아닐 수 있다는 관측에 무게를 실었다.
제프 밀스 PNC 전략가는 미국 증시에서 침체 공포의 힘이 곧 약해질 것이라고 낙관했다. 그는 CNBC 인터뷰에서 수익률 곡선 역전은 미국 경제에 제동이 걸리는 신호라기보다는 기술적인 움직임에 따른 현상이라고 봤다.
밀스는 “구조적으로 수익률 곡선은 과거에 비해 더 평탄해졌다. 그렇기 때문에 역전 현상은 더 자주 나타날 것이다. 늘 성장과 연관해서 읽어야 할 필요가 없다는 의미”라고 설명했다. 그는 “현재로선 패닉 버튼을 누르고 당장 주식 매도에 나설 때가 아니다”라면서 “증시가 추가 상승할 여력이 더 있다고 본다”고 말했다.
다만 지난 6개월 동안 증시가 냉탕과 온탕을 오가면서 투자자들의 경계심이 높아진 데다 1분기 증시 상승을 뒷받침했던 요소들이 2분기에도 호재로 작용할 수 있을지에는 신중론도 적지 않다고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전했다.
우선 미중 무역협상이 몇 달째 계속되면서 진전을 이루고 있지만 최종 합의 여부는 여전히 불투명하다는 지적이다. 미국과 유럽의 무역협상에서 새로운 통상갈등이 불거질 가능성도 우려된다.
높아진 밸류에이션(실적 대비 주식 가치)을 감안할 때 추가 상승 여력이 충분한지에 대한 의문도 제기됐다. 노벨 경제학상 수상자인 로버트 쉴러 예일대학교 교수가 개발한 밸류에이션 측정표에 따르면 현재 미국 증시의 밸류에이션은 근 20년래 최고 수준이라고 WSJ은 지적했다. 또 S&P500 편입 기업들은 올해 1분기에 전년 동기 대비 4% 순익 감소를 보고할 것으로 팩트셋은 전망하고 있다. 이렇게 되면 2016년 이후 첫 순익 감소다.
랜시 험프리 USAA자산운용 포트폴리오 매니저는 높아진 밸류에이션을 이유로 지난해 하반기 이후 미국 주식에 대한 노출을 줄이고 있다고 밝혔다. 그는 “경제 기초체력이 약화되고 경제 지표가 악화되는 상황에서 주식은 비싸게 거래되고 있다. 이는 경계심을 요구한다는 의미”라고 강조했다.
전문가들은 시장이 앞으로 발표될 기업 실적과 경제 지표에 한층 민감하게 반응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마트 해펠레 USB자산운용 수석투자책임자(CIO)는 투자노트에서 “앞으로 몇 개월 동안 경제 지표는 최근 경기 둔화가 바닥을 찍고 반등할 것인지, 둔화 추세를 공고히 할 것인지 확인시켜 줄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