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영윤 스페셜 칼럼] 남북철도 연결이 경협의 최고 '촉진자'

2019-03-29 05: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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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핵화와 경제협력이 같이 갈 수 있도록 해야

[김영윤 회장]


한반도와 북방 철도 길을 열려는 정부의 마음이 각별하다. 남북정상회담 17주년 기념식(2017.6.15.)에서 문재인 대통령은 “우리 청년들의 상상력이 한반도 북쪽을 넘어 유라시아까지 뻗어나가도록 돕겠다”고 했다. 제73주년 광복절(2018.8.15.) 경축사에서는 동북아 6개국과 미국이 함께하는 '동아시아철도공동체'를 제안했다. 동아시아철도공동체가 “우리의 경제지평을 북방대륙까지 넓히고 동북아 상생번영의 대동맥”이 될 것이라고 했다. '동아시아철도공동체'를 제의하면서 문 대통령은 '유럽석탄철강공동체'를 사례로 들었다. '유럽석탄철강공동체'는 전쟁방지, 평화구축, 경제재건이라는 목표를 두고 창설된 것이다. 오늘날 유럽연합(EU)의 모태 역할을 했다. 무기를 만드는 석탄과 철강을 관리해 평화를 창출한 것이 오늘날의 유럽이다. 철도는 인적‧물적 교류를 통해 평화를 창출하려는 것이다. 철도가 시발이 되어 에너지를 공동생산하고 이를 통해 경제공동체를 이룰 수 있다면 이만큼 확실한 평화창출의 방법이 있겠는가.

남북관계에서 지금 가장 중요한 것은 철도를 연결하여 운행하는 것이다. 남북을 철도로 연결하는 것은 분단을 물리적으로 극복하는 일이다. 남북이 철도로 연결되면 광활한 유라시아가 바로 우리 곁에 있는 일상의 무대로 변한다. 기차를 타고 달려가 못 이를 데가 없다. 비좁은 남한 내 갇혀 살지 않게 된다. 우리 사고의 스케일이 달라질 것이다. 남북한은 정상회담(18.4‧27)에서 이미 “끊어진 민족의 혈맥을 잇는”데 합의했다. 다른 사업을 다 두고 왜 철도와 도로를 잇는 사업을 가장 먼저 제안했을까? 그만큼 중요하고 의미심장한 사업이기 때문이다. 남북한 철도-도로 연결과 현대화를 위한 착공식(18.12.26)을 열었던 것은 그런 마음을 담은 것이다. 남북철도 연결·현대화를 위한 경의선과 동해선에 대한 북쪽 구간 공동조사 사업(2018.11.30.~12.17)은 남북철도 운행의 실질적 첫걸음이다. 철도 착공식 날 국토교통부 장관은 "이제 철도는 시공간만이 아니라 남과 북의 마음의 거리까지 줄이는 역할을 하게 될 것“이라고 했다. 맞는 말이다. 연결하면 가까워질 수밖에 없다.
철도는 교통수단으로서의 기능만을 수행하지 않는다. 산업을 발전시키고, 도시를 변화시킨다. 문화와 관광의 발전을 가져온다. 유럽에서는 철도가 산업혁명을 가속화시켰다. 일본 근대화의 견인차가 철도였다. 우리 국토의 공간구조를 바꾸어 놓은 것도 철도였다. 역사적으로 잘 사는 나라치고 철도가 발달하지 않았던 나라가 없다. 철도가 개통된 도시는 예외 없이 발전했다. 여행의 기회가 증가하고 문화가 전파되는 계기를 만들었다. 어디 그뿐인가. 기차는 한 번도 경험하지 못한 세상 밖 모습을 통해 내면을 성찰케 한다. 북한 주민이 기차를 타고 남한으로 올 때 그들의 두근거리는 마음은 어떨까? 기차의 출‧도착 시간이 떨어진 지역을 벌써 연결해낸다. 한반도를 가로질러 중국 대륙과 시베리아로 이어질 때 ‘공간의 정복’이 가능해진다. 서울역에서 평양 경유 신의주 출발시각과 플랫폼 숫자의 전광판을 볼 때, 남북한 주민은 심정적으로 가까워질 수밖에 없다. 북한 주민의 마음을 잡으려면 철도 길을 열어야 한다.

철도는 다른 교통편에 비하여 안전성과 정시성에 우수하다. 대량 수송이 가능해 단위 수송비용이 낮다. 토지 이용효율 면에서도 대단히 우수하다. 철도가 연결되면 사람들은 일거리를 찾고, 만들어 남북한을 오가려고 할 것이다. 철도연결에 따라 발생하는 비즈니스의 종류는 이루 말할 수 없이 많다. 이의 최대 수혜자는 남한 기업이 될 것이다. 대규모 인프라 건설 사업에 따른 부대효과가 침체에 빠진 한국 건설업계를 건져낼 것이다. 기계와 플랜트가 남한으로부터 북으로 가게 된다. 한국의 토목기업이 설계와 엔지니어링에 참여하고 건설을 주도하게 된다. 엄청난 고용창출효과가 나타날 수밖에 없다. 그 대가는 모두 남한이 챙기게 되는 것이다.

북한 철도의 현대화와 남북한 연결은 북한이 운영하는 대기업 비즈니스를 탄생시킬 것이다. 대규모 자본을 끌어 모아 집행하고 인력을 교육하게 하는 기반이 만들어진다. 설비투자가 이루어지는 시점부터 현대식 경영모델이 북한에 정착될 수 있다. 설립투자를 위한 금융과정에서 회계기준들이 대거 정립된다. 회계와 복식부기, 감가상각과 자본형성 등이 철도산업을 통해 이루어지게 된다. 철도 건설에 들어가는 자본을 회사채나 주식으로 조달하려면 이에 대한 규정들이 필요하다. 신규정의 적용이 강제된다. 철도는 엄청난 면적의 사업구간에서 단일한 결정사항을 밑바닥 현장까지 전파해야 한다. 이를 위한 조직은 자본주의 효율성을 따를 수밖에 없다. 북한에서 남한 현대식 경영과학과 회계학의 전파로까지 이어지게 될 것이다. 현대식 경제‧경영의 첨병이 철도다. 철도가 북한 주민의 생각을 바꾸게 하고, 결국은 사회 전체를 통째로 바꾸어 낼 것이다.

지금 철도를 연결하는 일을 가로막는 것은 무엇인가? 다름 아닌 미국을 비롯한 국제사회의 대북제재다. 그러나 철도연결이 북한을 변화시키고, 한반도 평화를 창출하는 중요한 역할을 할 수 있다면 이에 대한 대북제재 문제는 달리 적용되어야 할 것이다. 유엔안보리 결의 2397호 제27조 및 미국의 대북제재강화법 제9228조(b)는 “한반도의 평화와 안정 유지, 한반도 긴장완화 노력”을 권고하고 있다. 철도연결‧운행과 같은 협력사업이 북한의 핵을 무력화하고, 한반도 평화정착에 직접적인 기여를 할 수 있다면, 대북제재로부터 비켜나 있도록 하는 것이 당연하다. 철도연결과 운행이 대북제재 면제사업으로 추진될 수 있도록 이의 범국민적 공감확산을 위해 노력해야 할 것이다. 미국 정부를 상대로도 남북경협에 대한 대북제재 면제 승인을 요구해야 한다.

북한의 비핵화는 한반도 평화를 위한 필요조건은 될 수 있으나, 충분조건은 아니다. 그 충분조건은 철도의 연결과 운행과 같은 경제협력사업의 추진이다. 비핵화와 경제협력이 같이 갈 수 있도록 해야 할 것이다. 남한 경제는 지금 더 큰 희망이 필요하다. 북한 철도연결과 현대화가 그 희망으로 가는 비상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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