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U 정상들과 만난 시진핑… '유럽 끌어안기' 성공했나

2019-03-27 07: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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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랑스,독일,EU 정상과 첫 4자회동 가진 시진핑

EU 정상들 "'일대일로' 긍정적 역할 높이 평가…단, 상호호혜적" 강조

26일(현지시각) 프랑스 파리에서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왼쪽 둘째)이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 앙겔라 메르켈 독일 총리, 장클로드 융커 유럽연합(EU) 집행위원회 위원장과 만나 4자 회동을 가졌다.  [사진=신화통신]


“협력은 중국·EU관계의 주류다.”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
“협력은 공평하고 호혜적이어야 한다.”<앙겔라 메르켈 독일 총리>

유럽 순방 마지막 날인 26일(현지시각)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이유럽연합(EU) 주요 정상들과 만나 중국과 유럽이 상대에 대한 의심을 거두고 함께 나아가자고 제안했다. 이에 EU 정상들은 협력은 상호호혜적이어야 함을 강조함과 동시에 중국이 EU의 단결을 존중할 것을 촉구했다고 홍콩 명보 등이 27일 보도했다.

보도에 따르면 시 주석은 이날 프랑스 파리에서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 앙겔라 메르켈 독일 총리, 장클로드 융커 유럽연합(EU) 집행위원회 위원장과 4자 회담을 가졌다. 한 시간 가량 열린 4자 회의에서 정상들은 무역, 기후변화 협약, 중국-EU 협력 관계 등을 논의했다.

비(非)EU 회원국인 중국 정상이 유럽을 방문해 EU 정상들과 이러한 다자간 회동을 가진 건 처음이라고 명보는 전했다.  특히 이번 회동은 최근 ‘차이나머니’ 공세 속에 유럽이 분열되는 양상을 보인 가운데 이뤄져 주목됐다. EU는 앞서 중국을 “경제적 경쟁자이자 체제 경쟁자(systemic rival)"라고 규정한 보고서를 발표해 중국 견제 움직임을 보이기도 했다. 

시 주석은 이날 회동에서 “협력은 중국·EU 관계의 주류”라고 강조했다. 그는 “양자 사이에 설령 분쟁과 경쟁이 존재하더라도 이는 선의의 경쟁”이라며 “협력이 경쟁보다 중요한만큼 우리는 긍정적 에너지를 늘려야 한다”고도 말했다. 그러면서 “우리는 함께 어깨를 맞대고 앞으로 나아가야 한다”며 “전진하면서 서로를 의심해서는 안 된다”고 강조했다.

EU 정상들도 중국과의 경제적 협력을 긍정적으로 평가했다.  특히 중국이 추진하는 신 실크로드 경제권 구상계획인 일대일로(一帶一路)의 역할을 높이 평가하면서도 상호호혜적으로 이뤄져야 함을 강조했다. 앞서 일대일로가 중국의 전략적, 군사적 영향력을 확대하려는 신식민주의 구상으로, 서방으로 세력을 넓히려는 중국의 ‘트로이 목마’가 될 수 있다고 경계했던 것에서 한층 누그러진 것이다. 

메르켈 총리는 “중국의 일대일로 계획은 유럽인이 참여하길 희망하는 중요한 프로젝트”라며 “다만 이는 공평하고 호혜적이어야 함”을 강조했다.

융커 위원장도 “유럽인으로서 일대일로가 적극적 역할 하길 바란다”면서도 협력은 반드시 호혜적으로 이뤄져야 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중국-EU간 대등한 무역이 이뤄져 중국기업이 유럽에 진출하는 것과 마찬가지로 EU 기업도 더 많이 중국에 진출해야 한다”고 했다.

마크롱 대통령은 “EU와 중국과의 경쟁이 세계 무역·정치체계의 붕괴를 가져와 고립주의로 변해선 안 된다”며 “중국이 약속한 것처럼 우리는 함께 앞으로 걸어가야 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그는 시 주석에게 EU의 단결을 존중할 것도 촉구했다.

사실 이번 4자 회동을 주선한 것은 마크롱 대통령이다. 그는 메르켈 총리와 융커 위원장을 직접 파리로 초청해 시 주석과의 회동을 주최했다. 이에 대해 AFP 통신은 “EU가 통일된 모습으로 중국에 대응하려는 것”이라며 “대중 정책에 있어서 유럽 내부적으로 통일된 노선을 찾길 희망한 것”이라고 전했다. 이로써 EU 회원국 개별국가와 중국간의 양자 관계를 약화시키겠다는 것이다.

실제로 중국은 그동안 '차이나머니'를 앞세워 유럽 내부를 파고들며 폴란드, 포르투갈, 그리스, 체코 등 개별국과 10여개 무역·투자협의를 체결했다. 시진핑 주석의 이번 유럽순방 목적도 경제적 협력은 물론, 무역전쟁을 벌이는 미국에 맞서 중국의 유럽내 정치적 영향력을 확대하기 위함으로 해석댔다.

이에 프랑스, 독일 등은 중국이 EU를 분열시키고 있다며 견제 목소리를 내왔다.  중국의 외교·경제적 공세 속에 분열 위기에 처한 EU회원국으로서는 대중정책에 대해 하나의 목소리를 낼 필요성이 커진 것이다. 하지만 최근 브렉시트(영국의 EU탈퇴), 내부 갈등 등으로 EU가 단결해 중국에 대응할 능력은 약해졌다는 게 전문가 진단이다.

앞서 프랑스, 독일 등 반대를 무릅쓰고 이탈리아가 시 주석의 방문 기간 일대일로 양해각서(MOU)를 체결한 것에 대해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시진핑의 외교적 승리'라고 평하기도 했다.

명보에 따르면 프랑스 국제정치 전문가 실비에 카우프만은 "시 주석의 유럽 방문은 유럽 단결에 위협이 된다"며 "이는 러시아·미국 등이 유럽단결 깨뜨리려는 것보다 더 큰 위협"이라고 우려하기도 했다.   또 프랑스 싱크탱크인 몽테뉴 연구소 프란체스코 연구원은 시진핑의 이번 유럽 방문 목적은 경제적 이유뿐만 아니라 유럽의 (중국에 대한) 의혹을 불식시키는 한편, 미·중 무역협상 진전 속에서 EU와 미국의 사이를 갈라놓으려는 것이라고 봤다. 

한편 시진핑 주석은 21일부터 26일까지 5박6일간 이탈리아·모나코·프랑스 등 유럽 3개국 순방을 마치고 귀국길에 올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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