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6일 유 사장은 본지와의 전화통화에서 채권단인 산은이 경영에 책임을 물어 경질한 것이 맞느냐는 질문에 "아무 말 없이 떠나는 게 맞는다"면서도 "시간이 지나 재평가 받는 날이 올 것"이라고 말했다.
'경질설'을 인정하는 한편, 산은의 결정을 우회적으로 비판한 것이다.
애초 업계 안팎에선 산은이 혈세 수조원을 투입했음에도 좀처럼 되살아나지 않는 현대상선에 인내심의 한계를 느꼈고, 유 사장을 문책했다는 얘기가 흘러나온 바 있다. 실제 현대상선은 지난해에만 5765억원에 달하는 영업손실을 기록하며 2015년 2분기 이후 15분기 연속 적자를 기록했다.
앞서 산은은 27일 정기주주총회에서 현대상선 수장을 교체하기 위해 이달 초 배재훈 전 범한판토스 사장을 신임 대표로 내정한 바 있다.
산업은행 고위 관계자는 "지난해 말 유 사장을 제외하고 이동걸 회장과 산업은행 내 현대상선 담당 등 여러 명이 재무구조 및 실적 개선 등과 관련해 서울 모처에서 긴급회의를 가진 바 있다"며 "그런데 갑자기 유 사장이 나타나 실적 전망이 갈수록 낮아진 데 대해 해명하기 시작했고, 이에 격분한 이 회장이 급기야 자리를 뜬 적도 있었다"고 귀띔했다.
다른 산업은행 고위 관계자는 "유 사장이 시장 전망을 잘못한 탓에 실적 개선은커녕 적자 폭이 확대되고 이어졌다"면서 "특히 처음에는 2018년 3분기께 흑자전환할 것이라고 보고했다가 2020년 2분기에나 가능할 것이라고 말을 바꾸는데, 채권단이 어떻게 신뢰할 수 있겠느냐"고 말했다.
이 회장과 유 사장 간 대립이 극한에 치달으며 감정의 골이 깊어졌다는 얘기다.
이에 대해 유 사장은 "더 이상 할 말은 없을 것 같다"면서 "하고 싶은 얘기는 (전날 제43주년 창립기념식) 행사에서 다했다"고 말했다.
유 사장은 별도 퇴임식 없이 물러난다. 애초 그의 임기는 2021년까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