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창근 현대상선 사장이 이미 넉달 전 사임 의사를 밝혔다는 뒷말이 나오고 있다. 채권단인 산업은행도 이 시기부터 후임 최고경영자(CEO)를 물색해 왔다는 전언이다.
27일 해운업계 고위 관계자는 "지난해 말께 이동걸 산은 회장이 현대상선의 모럴해저드를 지적할 당시 이미 유 사장은 산은으로부터 사퇴를 권유받은 것으로 안다"며 "이에 유 사장이 독일 출장 등을 급히 만들어 출국하는 등 반발했으나, 결국 모양새 좋게 물러날 수 있도록 산은 측에 요청한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업계 안팎에서 제기된 산업은행의 퇴임 압박이 사실이었다는 것으로 읽힌다.
실제 앞서 이동걸 회장은 지난해 11월 본지가 현대상선 일부 해외 지점에서 일탈행위가 있는 등 모럴해저드가 심각하다는 보도(2018년 11월 14일자 현대상선, 수천억 손실내며 혈세 '펑펑')를 한 직후 고강도 경영혁신을 추진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이와 같은 산은의 '유 사장 밀어내기'는 경영정상화에 대한 기대가 크게 못 미친 데다, 해마다 되풀이되는 실적 악화, 내부장악 미흡 등에 대한 책임을 물은 것이다.
이런 이유로 산은은 유 사장이 사임 의사를 밝힌 직후부터 여러 루트를 통해 이를 수습할 적임자를 물색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유 사장처럼 해운 영업 출신이 아닌 2자 물류사, 다른 해운사 CEO 출신, 금융 및 사모펀드(PEF) 출신 등이 물망에 오른 것으로 전해졌다.
특히 최근에는 이 가운데 동종업계이면서도 덩치가 큰 2자 물류사 출신들을 집중적으로 들여다보고 있다는 얘기가 나온다. LG, 현대차, 삼성, 롯데, 효성 등 대기업 계열사가 여기에 포함된다.
이에 대해 다른 해운업계 고위 관계자는 "이동걸 산은 회장이 IT전문가가 사장으로 오길 기대한다고 밝혔으나, 이는 비업계 출신이라는 점에서 자칫 역풍을 맞을 수 있다"면서 "다만 산은이 해운업계에서 차기 CEO 후보들을 추천받고 있어 아무래도 덩치가 큰 2자 물류사 출신들이 (현대상선을) 맡지 않겠느냐"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