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폰 시대' 넘어라··· 디지털 서비스 제국 변신
애플의 서비스 부문 강화는 업계 전문가들이 예상했던 바다. 스마트폰 시장이 포화상태에 이르면서 대표 상품인 아이폰 판매가 둔화하고 있기 때문이다. 대신 서비스 분야는 매년 괄목할 만한 성장을 보여왔다.
애플이 지난 1월 발표한 2019회계연도 1분기(2018년 10~12월) 실적은 이 같은 경향을 뚜렷하게 반영했다. 아이폰은 전년도 같은 기간에 비해 15%의 판매 감소를 보였다. 그러나 애플 뮤직, 애플 페이, 아이클라우드 등을 망라하는 서비스 부문 매출은 무려 19% 증가했다.
애플 뉴스+는 월스트리트저널(WSJ) 등 미국 유력 일간지와 타임, 보그, 와이어드 등 300여개의 온·오프라인 잡지를 월 9.99달러(약 1만1300원)에 구독할 수 있는 서비스다. 흩어져 있는 유료콘텐츠를 한번에 제공하면서 가격을 낮춰 소비자를 공략한다는 전략이다. 애플 큐레이터와 인공지능(AI)이 추천하는 뉴스와 잡지를 골라볼 수 있도록 한 개인화도 강화했다.
애플 아케이드 역시 월 이용료(미정)를 내고 100여개의 게임을 무제한으로 즐길 수 있는 게임 구독 서비스다. 구독할 수 있는 게임은 계속 추가된다.
댄 이브스 웹부시증권 애널리스트는 블룸버그에 이날 행사에 대해 “애플이 아이폰을 처음 선보인 뒤 가장 큰 전략적 변화를 보여준 사건"이라고 평가했다.
14억명에 달하는 애플 기기 보유자들이 가장 큰 경쟁력이라고 전문가들은 진단하고 있다고 블룸버그는 전했다.
이브스 애널리스트는 “막대한 수의 이용자 기반과 비교불가의 브랜드 충성도를 충분히 활용한다면 3~5년 내에 1억명 이상의 구독자를 확보할 수 있을 것으로 본다"면서 “이 경우 연간 스트리밍으로 70억~100억 달러의 매출이 추가될 수 있다”고 말했다.
모건스탠리는 애플이 2025년까지 음악과 비디오를 포함한 미디어 패키지로 220억 달러 이상의 매출을 올릴 수 있을 것으로 추산했다.
◆"동영상 스트리밍은 경쟁 치열··· 애플만의 '필살기' 필요"
이날 애플이 오프라 윈프리 등 유명인사들까지 동원해 디지털 서비스 홍보행사를 열었지만, 세부 설명이 부족했다는 평가도 나온다. CNBC는 투자자들이 애플의 서비스 가치를 정확히 판단하기에는 충분치 않은 행사였다면서, 애플이 서둘러 행사를 열었다는 인상을 남겼다고 지적했다.
미국 IT전문매체 더버지는 "애플이 발표한 새로운 서비스 중 가장 모호한 것이 동영상 스트리밍 서비스"라면서 "가격, 출시일자, 기업의 전략 등 자세한 부분에 대한 설명이 모두 생략됐다"고 지적했다. 애플이 이날 소개한 동영상 서비스는 두 가지다. 애플 TV 채널스가 케이블 TV에서 볼 수 있던 프로그램들과 새로운 TV 콘텐츠를 쉽게 접할 수 있게 하는 서비스라면, 애플 TV+는 자체 제작 프로그램 제공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매체는 특히 최근 경쟁이 가열되고 있는 시장에서 애플이 어떻게 점유율을 높이겠다는 것인지에 대한 설명이 없다고 비판했다. 넷플릭스, 아마존 등 거대 기업들이 이미 자리를 잡고 있으며, 디즈니와 AT&T, NBC유니버설 등 글로벌 콘텐츠 강자들이 곧 합류할 예정이기 때문이다. 콘텐츠 확보를 위한 각 기업들의 경쟁은 시간이 지날수록 가열될 것이라고 전문가들은 전망했다.
미국 투자전문매체 시킹알파는 "애플이 넷플릭스나 아마존처럼 풍부한 콘텐츠를 확보하기 위해서는 막대한 돈과 긴 시간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한편 이날 애플은 핀테크 사업을 넘어 금융 사업에 본격 진출할 계획도 밝혔다. 애플은 미국 투자은행 골드만삭스와 손잡고 애플 페이를 강화한 애플 카드를 선보였다.
애플 카드는 매일 횟수 제한 없이 가맹점에서 2%의 캐시백을 얻을 수 있고, 바로 물건 구매 등에 이용할 수 있다. 애플 제품을 구매하면 3%를 돌려준다. 유례없이 강력한 혜택이다. 많은 현금 보유량을 활용해 온라인 결제 시장을 장악하겠다는 애플의 의지가 엿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