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경원 발언 논란’에 3월 국회 파행 조짐…또다시 강대강 대치

2019-03-12 14: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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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주, ‘국가원수 모독죄’ 윤리위 제소 방침…평화·정의도 일제히 비판

한국 “반대 얘기 듣지 않는 오만·독선…만행 가까운 폭거” 사과 촉구

문희상 국회의장이 12일 오전 국회 본회의장에서 나경원 원내대표와 교섭단체 대표연설 관련 이야기를 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나경원 자유한국당 원내대표의 교섭단체 대표연설로 가까스로 정상화된 3월 임시국회가 파행 조짐을 보이고 있다.

12일 오전 국회 본회의장에서 열린 교섭단체 대표연설에서 나 원내대표는 북한의 비핵화 문제를 언급하면서 “더이상 대한민국 대통령이 김정은 수석대변인이라는 낯뜨거운 이야기를 듣지 않도록 해달라”고 했다.

나 원내대표는 정부의 외교 안보 정책을 비판하며 “북한에 대한 밑도 끝도 없는 옹호와 대변, 이제는 부끄럽다”고도 했다.

이에 더불어민주당 의원들은 사과를 요구하며 강하게 반발했고, 본회의장은 여야 의원들의 충돌로 아수라장이 됐다.

홍영표 민주당 원내대표가 의장석으로 올라와 항의하는 등 본회의장에서 소동이 계속되면서 연설은 세 차례에 걸쳐 약 25분간 중단됐다. 문희상 국회의장이 나서 장내를 진정시키면서 겨우 연설은 마쳤지만 여야 간 신경전은 계속됐다.

이해찬 민주당 대표는 본회의 산회 후 의원총회를 열고 ‘국가원수 모독죄’에 해당한다며 국회 윤리위원회에 나 원내대표를 회부 하겠다고 밝혔다.

이 대표는 “제가 국회에 들어온 이후 오랜 기간 본회의장에서 여러 얘기 들어봤는데 오늘 같은 일은 없었다”면서 “도저히 당대표임에도 앉아있을 수 없는 발언들 듣고 분노가 생겼다”고 말했다.

민주당 의원들은 “한국당이 레드 콤플렉스가 아닌 탄핵 콤플렉스에 빠졌다”(윤호중 사무총장), “태극기 부대 수준의 망언”(설훈 최고위원), “평화를 사랑하는 사람을 학대한 나치보다 더 심하다는 생각”(이인영 의원) 등의 발언을 쏟아냈다.

청와대도 즉각 “나 원내대표의 발언은 국가원수에 대한 모독일 뿐만 아니라 한반도평화를 염원하는 국민에 대한 모독”이라며 강한 유감의 뜻을 표했다.

한정우 청와대 부대변인은 서면브리핑에서 “대통령까지 끌어들여 모독하는 것이 혹여 한반도평화에 대한 두려움 때문이 아니길 바란다”면서 “한국당과 나 원내대표는 한반도의 완전한 비핵화와 항구적 평화 번영을 염원하는 국민께 머리 숙여 사과하기 바란다”고 촉구했다.

반면 한국당 의원들은 나 원내대표의 연설이 끝나자 기립 박수를 보내는 등 환호했다.

나 원내대표는 해당 표현이 외신을 인용했을 뿐이라는 입장이다. 나 원내대표는 연설 이후 기자들과 만나 “원고를 잘 읽어보면 그런 이야기를 듣지 않도록 해달라는 말이었고, 반대편의 목소리를 듣지 않겠다는 민주당의 모습은 참으로 실망스럽다”고 말했다.

미국 블룸버그 통신 등 일부 외신은 지난해 9월 문 대통령의 유엔총회 연설 등을 다루는 기사에서 긍정적 평가와 함께 부정적 평가를 서술하며 이와 같은 표현을 쓰기도 했다.

이날 연설 도중 소란이 일었을 때도 장제원 한국당 의원 등이 "외신에 항의하라"고 말하기도 했다.

바른미래당에서는 여당이 지나치게 반발했다는 반응이 나왔다. 김관영 바른미래당 원내대표는 이날 연설 이후 기자들과 만나 “(나 원내대표가) 야당으로서 비판을 했지만 과한 면이 있었다”면서도 “국회는 그런 얘기들을 들어야 하는 자리라고 본다”고 밝혔다.

김 원내대표는 “과거에 그게 미국 언론에 나왔던 얘기 아닌가”라면서 “그런 얘기 듣지 않게 해달라고 한 건데 개인적으로 조금 (여당에서) 과민한 반응이 아닌가 싶다”고 말했다.

민주당과 민주평화당, 정의당 등은 한목소리로 나 원내대표의 연설을 비판했다.

박주현 평화당 수석대변인은 논평에서 “다른 정당의 대표연설에서 나 원내대표를 일본 자민당의 수석대변인 운운하면 연설이 제대로 진행되겠는가”라며 “한국당이 탄핵 이후 단 한 치도 혁신하지 못했고, 수십 년 이어져 온 대표적인 보수정당임에도 더 이상 수권 능력이 없다는 것을 확인해 준 대표연설이었다”이라고 혹평했다.

김종대 정의당 원내대변인도 서면 논평에서 “있어서는 안 될 막말이 제1야당 원내대표 입에서 나오다니 어처구니가 없을 따름”이라고 말했다.

이에 맞서 이만희 한국당 원내대변인은 논평을 내고 “청와대 눈치 보기에만 급급한 민주당 의원들은 야당 원내대표의 연설을 고함과 퇴장으로 막으며 연설을 중단시키려는 몰상식한 행동을 서슴지 않았다”고 사과를 요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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