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최대 전자상거래 기업 알리바바(阿里巴巴)가 중국 4대 택배업체에 잇달아 투자를 단행했다. '중국 국내 24시간 이내, 해외 72 시간 이내' 제품 배달을 목표로 하는 마윈(馬雲) 알리바바 회장의 스마트 물류망 구축 계획의 일환으로 볼 수 있다.
중국 대표 민영 택배업체인 선퉁택배(申通快遞·STO)가 11일 오전 선전증권거래소 공시를 통해 알리바바로부터 46억6000만 위안(약 7850억원) 투자를 유치했다고 발표했다. 이로써 알리바바는 간접적으로 선퉁택배 지분 약 14%를 확보할 계획이라고 봉황망 등 현지 언론이 이날 보도했다. 다만 이번 협력은 기본협의 방식으로, 정식 체결되기까지 불확실성은 남아있는 상황이다.
1993년 설립된 중국 민영택배업체인 선퉁택배는 중퉁(中通·ZTO),위안퉁(遠通·YTO),윈다(韻達)택배와 함께 '삼퉁일다(三通一達)'로 불리는 4대 택배업체다. 하지만 시장점유율은 이중 꼴찌다. 중국 경제 전문 매체 이어우(億歐)가 집계한 2017년 중국 민간 택배업체 시장점유율을 살펴보면 선퉁은 9.7%로, 중퉁(15.5%), 위안퉁(12.6%), 윈다(11.8%)에 뒤쳐져 있다. 선퉁택배의 지난해 매출과 순익은 각각 170억1400만 위안, 20억4500만 위안으로, 전년 대비 각각 34.42%, 37.46% 늘었다.
이번 알리바바 투자가 선퉁택배가 시장점유율을 확대해 나가는데 도움이 될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실제로 알리바바 투자 소식이 전해진 이날 선전증권거래소에서 선퉁택배 주가는 일일 상한폭인 10%까지 뛰며 주식 거래는 중단됐다.
알리바바의 중국 택배회사 투자는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지난해 5월 말 알리바바는 중퉁택배에 전략적 투자를 통해 10% 지분을 확보했다. 2015년 5월에도 알리바바는 위안퉁택배에 전략적 투자를 진행한 바 있다. 이밖에 알리바바는 중국 또 다른 민간택배회사 바이스(百世)의 지분 23.4%를 보유한 최대 주주이기도 하다.
사실 알리바바는 이미 산하에 물류회사도 보유하고 있다. 2013년 설립한 차이냐오(菜鳥)네트워크가 그것이다. 차이냐오는 직접 택배 배달을 하는 회사가 아닌, 일종의 국내외 물류 창고와 택배업체들을 한데 모은 물류 데이터 플랫폼으로 볼 수 있다. 소비자가 타오바오나 티몰 같은 알리바바 온라인 쇼핑몰에서 물품을 주문하면 차이냐오와 제휴한 택배업체가 물건을 배달하는 방식이다. 이를 통해 방대한 물류데이터를 확보한 알리바바는 이를 제휴 택배업체와 공유한다. 현재 중국 국내외 3000여개 택배 물류회사가 차이냐오와 제휴를 맺고 있다. 중국 국내 물류·택배 업무의 70%가 차이냐오를 통해 이뤄진다는 통계도 있다.
알리바바가 이처럼 물류사업에 집중하는 이유는 '중국 국내 24시간, 국외 72시간' 제품 배달을 목표로 하는 마윈 회장의 스마트 물류망 구축을 실현하기 위함이다. 이번 투자가 알리바바의 스마트 물류망 구축에 있어서 중요한 한걸음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물류를 중국 경제발전의 중대한 인프라로 보는 마윈 회장은 물류 스마트화를 실현해 중국 국내총생산액(GDP)의 16%에 달하는 물류비용을 5%까지 낮추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이를 통해 중국 기업들의 물류비 부담을 낮추고 제조업 분야 효율성을 높이는 한편, 물류업 방면에서 신규 일자리를 창출하겠다는 계획이다.
양다칭(楊達卿) 중국물류학회 특약연구원은 "중국 택배 물류시장은 거대한만큼 스마트화·글로벌화를 위해선 거액의 투자가 필요하다"며 "이를 위해 알리바바와 차이냐오, 그리고 다른 택배·물류기업이 함께 힘을 합쳐 서로 통하는 물류 생태계를 만들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알리바바의 물류업 투자는 앞으로도 이어질 전망이다. 중국 물류전문가 자오샤오민(趙小敏)은 "알리바바가 '전 세계에서 사들이고, 전 세계에 내다판다'는 목표를 실현하기 위해서는 물류가 매우 중요한 인프라 설비"라며 "알리바바가 앞으로도 물류 영역에서 투자를 확대해 나갈 것"이라고 전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