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상철 칼럼] 중국 시장, 왜 한국 기업의 ‘무덤’이 되고 있는가?

2019-03-08 15: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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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중국 시장 포화 상태, 품질이나 가격에서 어정쩡한 한국 상품에 직격탄 -

김상철 전 KOTRA 베이징·상하이 관장

수년 전부터 중국을 외국 기업의 무덤이라고 한다. 내놓으라고 하는 기업들도 중국만 들어가면 패퇴하고 철수하게 되는 것을 두고 빗대어 하는 말이다. 세계 최대 유통기업 월마트를 비롯해 테스코, 베스트바이는 물론이고 우리의 롯데마트, 이마트, 신세계, 현대홈쇼핑 등도 줄줄이 짐을 싸서 떠났거나, 떠나는 중이다. 구글, 넷플릭스, 우버, 휴렛패커드 등 유수 IT 업체들도 예외 없이 중국과 결별을 하고 있다. 몸집을 대폭 줄이고 있는 맥도날드에 이어 중국을 제2 안방으로 호령하던 스타벅스도 실적이 급격하게 둔화되고 있는 것으로 알려진다. 처음엔 모두가 낙원인줄 착각하고 들어갔지만 시간이 갈수록 줄줄이 고배를 마시고 있는 셈이다. 규제 범벅에 노골적인 텃세까지 더해져 중국 내에서 버틸 수 있는 입지 공간이 좁아지고 있는 현실이다. 현재 진행되고 있는 미·중 무역전쟁도 본질적인 측면에서 이와 무관치 않다. 기회의 땅, ‘차이나 드림’은 이제 아득한 과거의 이야기가 되고 있다.

서글픈 것은 이 무덤 속에 들어가는 한국 기업의 수가 많아지고 있다는 점이다. 특히 2017년 중국의 사드 보복 이후 이러한 추세가 급등하고 있다. 대표적인 예로 지난 2014년까지 한때 20%에 육박하던 삼성의 스마트폰 중국 시장 점유율이 1%도 안된다. 시장을 만회하려고 안간힘을 써보지만 역부족이다. 화장품도 이와 유사한 케이스다. 중국의 화장품 굴기가 가시화되면서 한국산이 직격탄을 맞고 있다. 중국 시장에서 밀리니 모두가 동남아로 타깃을 옮겨간다. 

급기야 자동차로 발등의 불이 떨어졌다. 2017년 이후 중국 시장 점유율이 급감하더니 더 이상 견디지 못하고 현대차가 17년 만에 베이징 1공장 문을 닫기로 결정했다. 본격적은 구조조정에 들어가면서 이 공장 직원 2500 명을 우선 감원한다. 가동률이 50%에 미치지 못하고 있으니 추가적인 구조조정도 불가피할 것으로 예상된다. 문제는 왜 이 지경에 들어가게 되었는지 하는 점이다. 대조적으로 경쟁자인 일본차가 점유율을 높이고 있는 것을 보면 더 뼈아프다. 또한 2∼3년 전까지만 해도 잘나갈 것으로 오판하여 중국 내 공장 증설을 서둘렀다는 것도 아픈 대목이다. 아무리 중국 자동차 시장이 잘 나간다고 하지만 언젠가 브레이크가 걸리기 마련이다. 급기야 작년 중국의 신차 시장이 28년 만에 2.8% 하락하였다. 경기 하강에도 원인이 있지만 더 근본적인 이유는 생애 첫 신차 구매자 수가 줄어들고 있다는 반증이다. 올 것이 온 것이다.

밀린다고 도망만 가는 것이 최선책이 아니다, 버틸 수 있을 때까지 버텨야

중국의 모든 산업이 공급 과잉이지만 이제 자동차 산업도 이 대열에 합류하고 있다. 시장이 포화상태가 되면 본격적으로 브랜드 간의 생존 경쟁이 본격화된다. 밀리는 플레이어는 시장에서 보따리를 싸야 하는 것이 정해진 수순이다. 특히 샌드위치에 몰려 있는 브랜드일수록 피를 볼 확률이 높다. 품질에서 독일 혹은 일본 브랜드에 밀리고, 가격에서 중국 브랜드에 치이다보니 어정쩡한 위치에 있는 한국차가 당하는 것이다. 뒤늦게 정신을 차려보지만 과거로 돌아가기가 쉽지 않아 보인다. 보다 심각한 것은 현대·기아를 보고 중국에 진출한 200 내외의 부품 공장들이다. 연쇄적인 구조조정이 불가피하며, 완성차업체와 다르게 이들 대부분이 100% 한국 본사가 단독 출자한 법인이라는 점에서 문을 닫는 기업이 나올 수 있는 상황이다. 한국 완성차업체에만 의존하지 말고 부품 공급선을 다변화해야 위기에서 살아남을 수 있다고 강조했지만 그렇지 않은 부품 기업일수록 땅을 칠 일이 생겨난 것이다.

이미 엎질러진 물이다. 더 이상 우리가 아는 중국은 없다. 새로운 중국과 정면 승부를 해야 한다. 개혁·개방 이후 지난 40여 년간 중국의 제조업은 한국 따라잡기에 모든 승부수를 던졌다. 제조업 강국을 기치로 하고 있는 ‘중국 제조 2025’도 일차적 추월 대상인 한국 제조업을 뛰어넘고 있다는 점에서 절반의 목표는 달성하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한동안 우리는 중국 시장을 장밋빛으로만 보고, 중국에만 들어가면 노다지를 캘 수 있다는 막연한 동경에 사로잡혀 있기도 했다. 소위 내놓으라 하는 아마추어 중국 전문가들이 이를 호도한 것이다. 지금 그들이 다 어디에 숨어있는지 궁금하다. 그래도 정신을 차리면 살아날 구멍이 생겨날 수 있다. 중국 경제도 지속가능성 확보를 위해 패러다임이 바뀌고 있는 중이다. 수출과 투자에서 내수와 개방 확대로 중심이 이동하고 있다. 우리 주력 산업의 중국 시장 후퇴는 국내 경기와 직접적으로 맞물려 있기도 하다. 안팎에서 급습하고 있는 이 거대한 쓰나미를 어떻게 치고 나가야 하나. 위기를 기회라고 입버릇처럼 이야기만 하지 말고 어떻게 해야 살 수 있을 것인가 하는 근본적인 질문에 화답하는 것이 급선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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