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상철 칼럼] 수출비상대책, ‘땜질 처방’으로는 더 큰 위기 부른다

2019-02-11 18: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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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6개월, 1년, 2∼3년 후에 나타날 효과에 대비하는 포트폴리오적 접근 필요-

김상철 전 KOTRA 베이징·상하이 관장

우리 경제의 젖줄인 수출 적신호가 현실화되고 있다. 2개월 연속이라는 수치적 감소에 더하여 구조적 한계에 직면하고 있다는 불안감이 확산되고 있는 듯하다. 올 것이 왔다는 긴장감이 팽배하다. 반도체·석유화학 등 특정 품목 혹은 대기업에 연명하던 수출 전선에 먹구름이 잔뜩 끼고 있는 것이다. 설상가상으로 주력 시장의 기상도는 연일 흐린 쪽으로 급변하고 있는 상황이다. 미·중 무역전쟁 여파로 주력시장인 중국 리스크가 불거져 나오고 있고, 미국 시장마저 위축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유로 존은 성장률 반 토막 경고등이 켜졌다. 수출 강국 독일이 보호무역의 직격탄으로 휘청거리고, 브렉시트 여파로 영국은 산업 공동화가 빨라지고 있다. 포퓰리즘에 발목 잡힌 이탈리아 경제는 마이너스 성장을 멈추지 목하고 있는 추세다. 일본 경제도 하강 기미가 역력하다. 인도, 동남아 등 신(新)남방 시장의 경우 아직은 수출 증가세를 보이고 있지만 여기도 안심할 수 있는 상황은 아니다. 수출 경쟁력과 대내와 여건에 대한 종합적인 진단과 대책이 필요한 시점인 것은 분명하다.

물론 글로벌 경기의 불확실성으로 인해 우리 수출만 뒷걸음질 치고 있는 것은 아니다. 수출 강국인 중국, 독일, 일본, 대만 등 이들의 수출도 동반 하락하고 있기는 하다. 그렇다고 해서 경기 순환적 현상이라고 단순하게만 평가하는 것은 너무 안일한 접근 방법이라고 지적하지 않을 수 없다. 수급 조정으로 하반기부터 반도체 가격이 회복되고, 국제유가가 오름세로 돌아서면 수출이 다시 제자리로 돌아갈 것이라는 발상이 그렇다. 설사 그렇게 된다고 하더라도 안정적인 수출 기반이 유지되지 못한다는 것은 삼척동자도 다 아는 사실이다. 수출이 잘 될 때도 시중에 돈이 잘 돌지 않고, 일자리도 과거와 같이 만들어지지 않는다고 아우성이다. 왜 그럴까? 전통 주력 제조업 혹은 일부 대기업의 수출에만 지나치게 의존하기 때문이다. 신(新)산업 혹은 기업이 참여하는 수출 인프라가 만들어지지 못하면 수출에 대한 회의론과 불안감이 사라질 수 없다. 따라서 수출을 유지하면서 한편으로 늘려가기 위한 주력산업과 신산업의 포트폴리오를 만들어가는 지혜가 시급하다.

벌써부터 정부에서는 통해 범정부·민관합동 수출 총력지원체계를 가동하면서 이 달 중에 수출활력제고 방안을 내놓겠다고 한다. 수출이 부진하면 의례히 내놓는 단골 메뉴처럼 되어있기도 하다. 이를 위해 별도의 예산을 투입할 것이 분명하다. 수출지원기관들은 새로운 일거리를 만들어내기 위해 동분서주할 것이다. 그러나 호떡집에 불난 것처럼 밀어붙인다고 해서 수출을 획기적으로 늘릴만한 아이디어나 사업거리가 갑자기 나올 리 만무하다. 또 과거 흘러간 레퍼토리나 돌리면서 재탕 혹은 삼탕이나 하지 않을까 걱정된다. 반짝 쇼를 해서라도 성과가 나면 다행이지만 생색이나 내고 호들갑만 떨다가 용두사미로 끝나지나 않으면 다행이다. 혹시나 또 우리끼리 특정 시장에서 한국 상품 단독 전시회를 한다거나, 해외 바이어를 국내로 초청하여 수출상담회를 한답시고 예산을 대거 투입하는 것은 가장 근절해야 할 처방들이다. 그런 행사에 참가하는 국내기업이나 해외 바이어들로 수출을 늘릴 수 있다고 판단하는 그 자체가 시대착오적인 것이다.

생색내기, 전시행정, 반짝 쇼 등 구태에서 이제는 완전히 벗어나야 한다

이왕 대책을 세우려고 한다면 제대로 해야 한다. 단기적인 방법과 중장기적인 접근이 동시에 필요하다. 단기적인 판에 신생 수출기업 혹은 얼치기 바이어를 집어넣어서 효과를 보려는 것은 금물이다. 아마추어가 아닌 수출 프로들을 더 끌어들여야 하고, 가장 성과가 날 수 있는 장사판에 기웃거릴 수 있는 기회를 늘려야 한다. 일례로 우리가 주최하는 한국 상품 전시회 같은 것 보다는 타깃 시장에서 개최되는 검증된 유망 박람회에 우리 수출 유망기업들이 더 많이 참가할 수 있도록 한국관의 횟수나 규모를 확대하는 것이 보다 효율적이다. 무리하게 판을 벌리는 것보다 실사구시적인 접근 방법으로 우선 할 수 있는 일을 찾아야 한다는 의미이다. 그 보다는 오히려 1년 혹은 2∼3년 후에 수출이 늘어날 수 있는 기회를 조성하는 데에 더 초점을 맞춰야 한다. 자칫 당장의 실적에만 급급한 나머지 또 다시 소 잃고 외양간 고치는 우(憂)를 범하지 말자는 것이다.

이미 1년 여 전부터 우리 수출에 이런 시기가 올 것이라는 지적이 많았음에도 불구하고 손을 놓고 있었다는 점이다. 미래 발생할 수 있는 위기 상황에 대처하는 ‘컨틴전시 플랜’이 전혀 없다는 것이 안타깝다. 그나마 수출이 잘 되던 시절에 이런 플랜이 가동되었더라면 하는 아쉬움이다. 어공(정당이나 선거캠프에서 일하다 '어쩌다 공무원'이 된 사람)은 탁상공론에 사로잡혀 있고, 늘공(늘 공무원)은 어공 눈치 보기에 바쁜 현실이다. 이제 사람까지 바깥으로 내몰려는 어공의 무책임한 발언과 ‘한국판 CES' 급조를 보면서 한숨마저 나온다. 우울한 소식은 계속 들려온다. GM에 이어 르노삼성도 한국에 신차 물량을 배정하지 않고, LCD TV는 글로벌 시장에서 중국에 1위 자리를 내주고 있다. 마침내 한국의 자동차 생산량에 멕시코에도 뒤져 졸지에 두 단계 떨어진 7위로 내려앉았다. 이 와중에 지난 1월 25일 자 파이낸셜타임스(FT)는 미·중 무역전쟁으로 반사이익을 가장 크게 챙길 수 있는 나라로 한국을 지목했다. 관세 폭탄으로 미국 시장에서 중국산 가격이 올라가면 경쟁 제품인 한국산이 이득을 볼 것이라는 견해다. 새겨들을만한 이야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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