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대책을 냈지만 미세먼지에 갇혀 보이지 않는다.”
정부의 미세먼지 저감 노력에도 지난 6일까지 엿새째 고농도 미세먼지가 전국을 뒤덮은 상황을 두고 비난의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이날 대책은 △한·중 미세먼지 비상저감조치 공동 시행 △미세먼지 예보·조기경보 시스템 구축 등 공동 대응 △미세먼지 저감을 위한 서해 인공강우 공동 실험 등 중국 당국과의 협조 방안이 주된 내용이었다.
국내 대책으로는 3일 이상 미세먼지 비상저감조치 발령 시 공공부문 국가·공공차량의 전면 사용을 제한하는 방안이 담겼다.
이 밖에 도로 미세먼지 제거를 위한 살수차 운행 확대, 석탄발전 80% 상한제약 대상 확대(40기→60기) 등을 추진하기로 했다. 대부분이 2017년 문재인 정부 출범 당시 발표했던 대책들과 대동소이하다.
'미세먼지 배출량 30% 감축 추진'을 핵심 공약으로 내세웠던 문 정부는 당시에도 △봄철 석탄 화력발전기 일시적 폐쇄(셧다운) △친환경차 보급 확대 및 전기차 충전 인프라 조기 구축 △도로먼지 제거 청소차 보급 확대 등을 밝혔다.
미세먼지 저감 협력을 한·중 양국의 주요 의제로 격상시키는 방안도 제시했었다. 2년이 지난 지금, 정부가 낸 미세먼지 저감 대책이 재탕, 삼탕 수준에 그쳤다는 비판이 제기되는 이유다.
최근 고농도의 미세먼지가 연일 지속되고 있는 상황에서도 쳇바퀴 돌 듯 반복된 미세먼지 대책은 국민 체감도와 동떨어져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초미세먼지 주범으로 알려져 있는 노후 경유차의 경우 배출가스 5등급 차량으로 분류돼 비상저감조치 발령 시 운행이 제한된다.
제한대상은 2.5t 이상 배출가스 5등급 차량만 전국 269만대, 수도권 97만대로 추산된다. 문제는 서울시를 제외하고 경상남도 등 지방자치단체는 관련 조례조차 없어 운행 제한을 못 하고 있다는 점이다.
정부 지원으로 노후 경유차에 저감장치를 부착하거나 폐차를 유도하고 있다. 그러나 각 지자체마다 열악한 재정 탓만 하고 있는 데다 생계형 경유차 등의 거센 반발 등에 막혀 제대로 된 조치가 이뤄지지 않고 있는 실정이다.
미세먼지 저감을 위해 ‘경유차 NO작전’을 강력히 추진했던 일본과도 비교된다. 도쿄의 경우 1999년 경유차·화물차 협회의 반대에도 불구, 경유차 판매와 구매를 금지하고 경유 가격을 올렸다. 10년 후 초미세먼지는 연중 평균치의 50% 넘게 줄어든 것으로 조사됐다.
또 다른 미세먼지 주범인 석탄화력발전소 감축 정책도 거꾸로 가고 있다.
산업통상자원부에 따르면 올해 전국의 석탄발전설비는 총 3만6031MW(메가와트)지만 2020년 3만7281MW, 2021년 3만9911MW, 2022년 4만2041MW로 매년 증가할 전망이다.
전력수급, 전기요금 인상 등의 우려로 정부가 섣불리 석탄발전 의존도를 낮추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미세먼지 저감을 위해 필요시 추가경정예산(추경)을 긴급 편성할 수 있다는 정부 발표도 도마에 올랐다.
공기정화기 보급 확대, 중국과의 공동협력 사업 등에 추경을 편성하겠다는 계획인데, 예방보다 사후대책에 불과해 예산 낭비로 이어질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보건환경연구원 관계자는 “정부 대책은 ‘사후약방문’ 식으로 미세먼지 발생 후 대응에 중점을 두고 있어 실효성이 낮을 수밖에 없다”며 “정부가 보다 강력한 의지를 갖고 국민들이 노후경유차 운행 제한, 석탄발전 감축 등에 동참할 수 있도록 설득해 나갈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