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전력공사가 지난해 2000억원 대의 영업적자를 기록, 6년 만에 적자로 전환했다. 연료가격 상승, 전력구입비 증가, 정책비용 증가, 원자력발전소 이용률 저하 등의 영향이다.
한전은 2018년 연결기준 60조6276억원 매출에 2080억원 영업적자를 기록했다고 22일 밝혔다.
한전이 적자를 기록한 것은 6년 만이다. 지난 2012년 8180억원 영업적자를 낸 이후 2013년 1조5000억원, 2014년 5조8000억원, 2015년 11조원, 2016년 12조원, 2017년 4조9000억원의 영업이익을 기록했다.
한전은 "여름철 판매량 증가로 전기판매수익은 2조2000억원 증가했으나, 발전자회사의 연료비 상승(3조6000억원), 민간발전사로부터의 전력구입비 증가(4조원), 신규 설비투자 확대에 따른 감가상각비 증가(4000억원) 등으로 영업비용이 더 크게 증가했다"고 설명했다.
원유와 액화천연가스(LNG) 등 수입연료의 국제가격이 2017년 대비 가파르게 상승하면서 발전자회사의 연료비 부담이 3조6000억원(21.6%) 증가했다. 두바이유는 2017년 배럴당 53.2달러에서 2018년 69.7달러로 30% 증가했다. 유연탄은 1t당 88달러에서 107달러로 21%, LNG는 1t당 66만1000원에서 76만8000원으로 16% 늘었다.
발전자회사 외에 민간발전사로부터 구매한 전력비용도 전년 대비 4조원(28.3%) 늘었다.
민간발전사는 주로 LNG를 연료로 사용하기 때문에 LNG 가격 상승이 여기에도 영향을 미쳤고, 폭염으로 여름철 전력수요가 증가하는 바람에 민간 구입량이 18.0% 증가했다.
또 원전 이용률이 2017년 71.2%에서 2018년 65.9%로 하락하면서 한전이 자회사인 한국수력원자력 대신 민간발전사에서 사들인 전력량이 증가했다. 원전은 LNG보다 발전단가가 낮다.
원전 이용률은 계획예방정비가 순차적으로 마무리되면서 작년 4분기 72.8%까지 회복했고, 올해 77.4%에 달할 것으로 한전은 전망했다.
한전은 적자가 탈원전 정책의 결과가 아니냐는 지적에 원전 이용률 하락은 필요한 정비 때문이었고, 실적에 미친 영향이 다른 요인보다 크지 않다고 설명했다.
박형덕 한전 부사장은 "연료가격 상승, 전력구입비 증가, 정책비용 증가가 적자 원인의 82% 정도를 차지하고, 원전 이용률 하락의 영향은 18% 정도"라고 설명했다.
한전은 올해 고강도 자구노력으로 약 2조원의 비용을 절감할 계획이며, 연료가격 하향 안정세와 원전 이용률 상승이 실적 개선에 긍정적으로 작용할 것으로 전망했다.
한전이 지난해 적자를 기록함에 따라 전기요금 인상 압력이 커진 게 아니냐는 우려도 나온다.
전기요금은 한전의 비용에 해당하는 적정 투자보수와 적정 원가를 보장하는 수준에서 산정하는 것을 원칙으로 하며 산업통상자원부 장관 인가를 받아야 한다.
박 부사장은 "전기요금 인상이나 현실화에 대해서는 우리도 고민이 많지만 이런 것은 국민경제와 물가에 미치는 영향을 고려해 정부와 협의해 결정해야 할 사안이기 때문에 충분히 정부와 협의하겠다"고 말했다.
다만 한전이 지난해 적자를 기록했다고 정부가 전기요금 인상을 결정할 가능성은 크지 않을 것으로 관측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