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트남 호찌민에는 '작은 뉴욕'이 있다. 센트럴파크는 없지만 맨해튼은 있다. 최신 뉴욕 라이프스타일을 표방하는 39층짜리 고급 주상복합 건물인 '그랜드 맨해튼' 얘기다. '사이공(호찌민의 옛 이름)의 월스트리트'로 통하는 호찌민 1구역에 위치한 이 건물이 베트남 초호화 부동산 투자의 상징으로 떠오르고 있다.
다국적 부동산정보업체 CBRE그룹에 따르면 호찌민의 고급 콘도미니엄 가격이 지난해 17% 상승하는 등 베트남 호화 부동산 시장이 활기를 띠고 있다. 저렴한 콘도미니엄 가격이 1% 오른 것에 비춰보면 상승폭이 가파르다. 현재 호찌민 부동산의 평균 가격은 제곱미터당 5518달러(약 622만원)로, 2020년 초까지 약 10% 추가 상승해 제곱미터당 6000달러에 달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구매력이 높은 베트남의 중산층이 급증한 것도 이런 트렌드를 부추기고 있다고 블룸버그통신은 평가했다. 글로벌 부동산 컨설팅 회사 나이트프랭크에 따르면 2006년부터 10년간 베트남에서 3000만 달러 이상의 순자산을 보유한 사람들의 수는 320%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주택 보유율이 세계 최고 수준인 90%를 상회하는 상황에서 부동산으로 돈을 벌고자 하는 사람들을 대상으로 하는 고급화 전략이 먹힌 셈이다.
작년 한해 동안 호찌민에서 거래된 매물 4곳 중 1곳은 베트남 최대 부동산 회사 중 하나인 노바랜드그룹의 손을 거친 것으로 알려졌다. 올해는 제곱미터당 6000달러부터 시작하는 투룸과 쓰리룸 건설 프로젝트를 준비하고 있다. 일반 아파트 가격의 거의 두 배 수준이지만 당분간은 베트남의 고급 부동산 투자 열기가 식지 않을 것이라는 판단이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정부의 적극적인 외국인 투자 유치 정책 덕에 부동산 재벌로 거듭나고 있는 노바랜드지만 경쟁자가 없는 것은 아니다. 싱가포르의 최대개발업체인 캐피털랜드는 이미 호찌민과 수도 하노이 내 호화 건설 프로젝트를 보유하고 있다. 영국 런던과 호주 시드니, 미국 뉴욕 등 세계적인 부동산시장이 불안한 양상을 보이는 상황에서 베트남이 여전히 매력적인 부동산 투자처라는 점을 보여주고 있는 셈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