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유한국당 차기 당권 구도가 ‘3대 대형 변수’에 휩싸이면서 격랑 속으로 빠져들고 있다. 핵심은 탄핵 후 2년 만에 되살아난 ‘박심(박근혜 전 대통령 의중)’ 마케팅과 한국당 2·27 ‘전당대회 보이콧’ 논란, ‘세기의 핵담판’인 제2차 북·미정상회담이다.
설 연휴 전후로 ‘샤이 보수(보수성향 유권자가 자신의 성향을 숨기는 현상)’가 결집하는 상황에서 한국당이 돌출 변수의 파고를 넘지 못한다면, 정치적 이벤트 이후 지지율이 상승하는 전대 컨벤션 효과가 반감하는 최악의 상황으로 치달을 것으로 보인다.
오세훈 전 서울시장과 홍준표 전 대표 등 6명은 10일 “전대 일정을 2주 안 늦추면 등록을 거부할 것”이라며 황교안 전 국무총리와 정면충돌했다.
홍 전 대표를 제외한 오 전 시장과 심재철·안상수·정우택·주호영 의원 등은 이날 여의도 한 호텔에서 긴급회동 후 언론 브리핑을 통해 전대 2주 이상 연기를 담보하지 않을 경우 보이콧에 나서기로 합의했다.
홍 전 대표는 회동에는 불참했지만, 의견을 같이한다는 입장을 전해 공동 입장문에 이름을 올렸다. 한국당 전대가 ‘황교안 대 비황교안’ 구도로 재편된 셈이다.
한국당 당권 주자 후보 등록은 12일 오전 9시부터 오후 5시까지다. 보이콧 6인방은 김병준 비상대책위원회가 결단할 때까지 전대 레이스 일정을 전면 취소키로 했다. 최악의 경우 황 전 총리와 김진태 의원 2명만 당권 경쟁에 참여해 ‘반쪽 전대’로 전락할 수도 있는 셈이다.
◆3월 親朴 신당설 솔솔…黃 마이웨이 행보
‘당의 뜻을 따르겠다’고 원론적인 입장을 밝힌 황 전 총리는 이날도 마이웨이 행보를 이어갔다. 특히 박 전 대통령의 이른바 ‘옥중 메시지’ 이후 친박(친박근혜)계의 ‘3월 신당 창당설’이 힘을 받자, “진박(진정한 친박근혜) 논란에 휘둘릴 겨를이 없다”며 정면돌파를 시도했다.
황 전 총리는 자신의 페이스북에 “연관 검색어에 배신론과 한계론이 등장했다. 분명히 하는데 모두가 사실이 아니다”라며 “저는 새로운 정치를 하고자 한다. 제가 두려운 것은 국민”이라고 밝혔다.
이는 박 전 대통령의 법률대리인격인 유영하 변호사가 지난 7일 한 언론과 인터뷰에서 "황 전 총리는 친박이 아니다"라고 정면 공격한 이후 한국당 전대가 박심 논란에 휘말리자, 이를 사전에 차단하려는 의도로 분석된다. 황 전 총리는 친박계 지지를 업고 당권 도전을 선언했다.
그러나 박심 논란이 잦아들지는 미지수다. 당내 일각에선 박 전 대통령이 유승민 바른미래당 의원을 향해 한 ‘배신의 정치 발언’과 흡사하다는 얘기도 나온다. 홍 전 대표는 이와 관련해 “박 전 대통령의 정치 생리상 배신자는 용서치 않는다”고 일갈했다.
한국당 전대의 대형 변수는 이뿐만이 아니다. 한국당 전대 일정이 2차 북·미정상회담(2월 27∼28일)과 겹치면서 흥행에도 빨간불이 켜졌다. 1차 북·미회담 다음 날 치러진 지난해 6·13 제7회 전국동시지방선거에서 한국당은 참패를 면치 못했다.
박상병 인하대 정책대학원 초빙교수는 한국당 전대와 관련해 “황 전 총리에게 유리한 상황”이라면서도 “북·미정상회담이란 역사의 큰 흐름은 막을 수 없다. 한국당도 여기에 발맞춰 변화된 모습을 보여줘야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