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현재 대행체제로 유지되고 있는 세계은행(WB) 총재 자리에 데이비드 맬패스 미 재무부 국제담당 차관을 추천한 것으로 알려졌다. 총재가 된다면 특정 국가 지원 중단 등을 골자로 하는 구조조정에 나설 것으로 보여 신흥국, 개발도상국과의 마찰이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NPR, 영국 일간 가디언 등 외신에 따르면 트럼프 대통령은 6일(현지시간) 백악관에서 "맬패스 차관은 오랫동안 WB의 책임을 강력하게 호소해왔다"며 WB 총재로 지명했다.
보호주의 통상 정책과 WB의 역할 확대 등을 경계한다는 점에서도 트럼프의 측근으로 통한다. 등을 실행에 옮기는 트럼프 충성파로도 통한다. 대(對)중 강경파로 알려진 맬패스 차관은 현재 미중 무역협상에 참여하고 있다.
WB의 역할 확대에 비판적이었던 만큼 신임 총재로 선출되면 구조조정에 속도를 낼 것으로 보인다. 일단 중국을 비롯한 개발도상국에 대한 지원 프로그램이 축소될 가능성이 있다. 대출을 필요로 하는 신흥국, 개도국과의 갈등이 불거질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오는 이유다. WB가 추진해온 친환경 정책도 트럼프 대통령의 입김에 따라 예산이 삭감되거나 폐지될 가능성도 점쳐진다.
파이낸셜타임스(FT)는 "WB가 변화하려면 대통령의 본능적 이데올로기가 아닌 변화하는 세계에 적응해야 한다"며 "(이번 선택은) 해당 기관이나 다자주의에 있어 좋지 않다"고 지적했다. 블룸버그통신도 "맬패스는 중국을 강력하게 비판해온 트럼프의 충성맨"이라고 전했다.
한편 WB 이사회는 내달 14일까지 189개 회원국에서 차기 총재 후보를 추천받아 최종후보 3인을 발표한 뒤, 4월 중순께 새 총재를 선출한다. 앞서 지난달 한국계 미국인인 김용 전 WB 총재가 임기를 3년여 남겨두고 돌연 사퇴한 데 따른 것이다.
당시 주요 외신들은 기후변화 정책이나 중국 대출 등에 있어 김용 전 총재가 트럼프 대통령과 불화를 겪었을 것이라는 점에 관심을 보였다. 현재 불가리아 출신 크리스탈리나 게오르기에바 WB 최고경영자(CEO)가 WB의 임시 총재 대행직을 수행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