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새해 첫 인터뷰다. 작년에는 법정관리를 졸업했고, 2019년이 밝았다. 완전히 부활했다고 봐도 되나.
“작년 법정관리를 졸업하고 기자간담회를 했다. 약 2~3년을 납작 엎드려 있다가 진행한 기자간담회에 관심 있을까 걱정했는데, 자리가 부족할 정도로 많은 기자들이 오셨다. 그런 관심에 너무나 감사했지만, 한편으로는 ‘정말 잘해야지, 이번엔 정말 잘해야지’ 생각했다. 법정관리는 당연히 어려웠지만, 더 좋은 회사가 될 수 있는 경험이었다고 생각한다.
사람으로 치면 20살은 성인이다. 올해는 의미 있는 20주년을 만들려고 한다. 매출 1000억원이 넘었던 한창때와 비교하면 다시 초심으로 새로 시작하는 상황이다. 이제는 탄탄한 기업 운영이 중요하다. 공간을 차지하지 않고, 1인 가구에서도 편하게 사용할 수 있는 스팀다리미를 개발하고 있다. 1500만 가구에 보급하는 게 목표다. 올해는 몇 년 동안 준비했던 신사업도 선보일 예정이다."
- 어떤 신사업을 말하는 건가.
"스마트 홈과 인테리어 사업이다. 우리나라가 IT 강국이지만, 4차 산업혁명에 맞는 스마트 홈이 발달하지 못하고 있다. 스마트 홈이나 IoT(사물인터넷)는 뭔가 멋있지만, 일반인과는 거리감이 있다. 한경희생활과학은 대한민국을 스마트 홈 강국으로 바꿀 수 있는 플랫폼을 준비하고 있다. 디자인이 중심이 된 인테리어 패키지와 함께한다. 단순한 가구 컨설팅과 차원이 다른 서비스다. 상반기 중에는 선보일 수 있지 않을까 싶다"
- 기존 사업에 집중하지 못한다는 우려도 있다.
"즉흥적인 결정이 아니다. 3~4년 전부터 전사적인 의사결정을 통해 준비해 왔다. LED 마스크나 직판유통 등도 이야기했지만, 신사업에 집중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판단했다. 한경희생활과학에 '혁신 DNA'는 가장 중요한 부분이다. 우리 회사가 앞으로 주력할 사업이 무엇인지 고민했다. 정확한 론칭 시기나 공개 방법은 계속 논의 중이다. 오랫동안 준비했고, 향후 회사의 명운이 걸려 있는 사업이라고 생각한다."
- 여성 활동에도 관심이 많은 것으로 알고 있다.
"처음 사업 시작할 때는 여성 속옷 상품기획자(MD)도 남자였다. 소비자 절반이 여성인데, 사업을 평가하는 분들은 다 남성이었다. 남성 최고경영자(CEO) 비중이 높기 때문에 생긴 현상이다. 세계여성이사협회 한국지부를 통해 유리천장을 없애고, 기업 의사결정에 참여할 수 있는 문화를 만드는 데 노력하고 있다. 메리츠자산운용과는 ‘메리츠 더우먼펀드’를 조성해 여성 친화적인 기업이나 개선 의지가 있는 기업을 발굴하고 있다. 현재 기업 이사회 여성 임원 비율은 평균 2%다. 한 성별이 전체 3분의 2를 넘지 못하게 하는 법안도 제의했다. 일본 경제가 살아난데는 여러 영향이 있겠지만, 여성의 경제 참여가 큰 역할을 했다. 국내 경제가 어렵다. 여성이 적극적으로 나서야 국가 경제가 좋아질 수 있다."
- 유튜브 채널도 생긴다.
"유튜브는 회사와 제품을 알리는 효과적인 방법이다. 창업에 대해 궁금한 점을 묻고, 답하는 코너나 효율적으로 영어 공부하는 방법, 생활상식 등 ‘꿀팁’을 제공하는 채널을 만들려고 한다. 제가 직접 토크쇼를 진행하거나 함께 점심 먹는 생방송을 할 수도 있다. 유튜브 채널을 통해 회사에 조금이라도 도움 되면 좋겠다는 생각이다."
- '혁신 기업인' 한경희 대표의 10년 뒤는 어떤 모습이겠나.
"한경희생활과학은 훌륭한 전문경영인이나 후배가 키우고 있을 것 같다. 10년 뒤면 우리가 글로벌 회사가 되고, 그때쯤이면 은퇴해도 되지 않을까 싶다. 개인적으로는 건강을 유지하면서 비정부기구(NGO) 일을 하고 싶다. 지금은 여성 관련 역할을 하고 있지만, 나중에는 환경 NGO 일을 적극적으로 펼치고 싶다. 은퇴하면 할 일이 아주 많다."
◆대담한 후기
대한민국 1세대 여성벤처 신화. 20년의 흥망성쇠를 발판 삼아 왕년의 생활가전 강자 '한경희생활과학'이 다시 날아 오를 수 있을까. 한경희 대표의 '독한 리더십'이라면 가능성이 커 보인다.
한경희생활과학은 지난해 3월 기업회생 절차(법정관리)를 종결하고 정상화에 돌입했다. 2017년 11월 법원에서 회생 계획을 인가받은 지 4개월 만에 조기 졸업했다.
한 대표는 법원의 이번 결정이 여러 의미에서 고무적이라고 자평한다. 통상 빚을 갚지 못해 법원 회생 절차에 들어갈 경우 외부에서 신규 자금을 수혈하는 방식으로 돌파구를 찾는 경우가 많고, 그 과정에서 회사가 매각되거나 경영자가 바뀌기도 한다. 그는 경영 내실화를 통해 올해 영업 이익을 흑자로 전환함으로써 홀로서기에 성공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한 대표는 이 과정에서 직원이이 절반 수준인 50여명으로 줄었지만 회사 형편 탓에 타의로 떠난 사람들과는 언젠가 다시 같이 일하고 싶다고 말했다. 무엇보다 소비자와 협력사의 신뢰가 무너지지 않았고 오랜 준비 기간을 가진 만큼 채무 이행에 무리가 없다고 덧붙였다.
한 대표는 ‘제2의 창업’이라는 자세로 선택과 집중에 몰두하겠다는 입장이다. 만족도 높은 신제품 개발과 서비스 제고로 브랜드 로열티를 강화하는 한편, 렌탈·스마트홈·인테리어 사업에도 주력한다는 방침이다.
다만, 최근 대기업뿐만 아니라 중견·중소기업의 가세로 더 치열해진 생활가전 시장에서 한경희 대표의 노력이 얼마 만큼 성과를 낼지는 아직 미지수다.
한 대표의 독한 리더십은 외형적 태도나 스타일의 문제가 아닌 리더가 지닌 내면의 속성에 관한 것이다. 리더가 개인을 뛰어 넘어 조직, 고객, 사회, 인류를 생각할 때, 올바른 생각과 판단을 내릴 수 있으며, 결과적으로 구성원으로부터 신뢰를 확보할 수 있다. 사익을 쫓지 않는 확고한 신념과, 단호하며 일관된 행동의 리더라면 스타일이나 태도가 아무리 낯설어도 사람들은 속으로부터 존경심을 가지기 마련이다. 그가 앞으로 펼쳐갈 미래가 궁금해 또 다시 찾기로 했다.
대담=김진오 성장기업부장
정리=신보훈 기자 bbang@ajunews.com
'아주(AJU)人'은 독자들에게 놀라운(Amazing) 기쁨을 주는(Joyful) 특별한(Unique) 오피니언 리더들입니다. 아주경제 성장기업부는 각 분야 최전방에서 활약하는 '아주人'을 찾아 데스크가 직접 생생한 이야기를 듣고 오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