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계가 새해 첫 문재인 대통령과 만남에 유의미한 성과를 내며, 향후 경제활성화에 박차를 낼 것으로 관측된다.
정부는 이날 5G(5세대 통신망 서비스), 빅데이터, 스마트시티, 사회적 기업 등 우리 경제가 한층 더 성장하기 위한 사업의 경쟁력 강화를 위해 ‘규제 샌드박스’ 등을 통해 적극 지원할 것을 약속했다. 기업들은 정부의 당면 과제인 일자리 활성화와 투자 확대에 적극적으로 기여해 화답한다는 계획이다.
이날 정부는 최근 경제 위기로 어려운 가운데 모처럼 기업인들과 환담을 나누며, 밝은 분위기를 연출했다. 특히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정의선 현대자동차그룹 수석부회장, 최태원 SK그룹 회장, 구광모 LG 회장 등 4대그룹 수장들은 행사가 끝나고 별다른 말은 하지 않았지만 밝은 모습을 보이며, 새해 대 정부 관계와 소통이 증진될 것이라는 기대감을 들게 했다.
실제 이날 청와대에서는 평소 말수가 적던 이 부회장도 농담을 하며 적극적으로 대화에 나선 것으로 알려졌다. 행사가 끝난 뒤 문 대통령은 이 부회장을 비롯한 4대 그룹 수장과 박용만 대한상공회의소 회장, 서정진 셀트리온 회장, 방준혁 넷마블 의장 등과 영빈관에서 본관-불로문-소정원 거쳐 녹지원까지 25분가량 산책을 했다.
이 자리에서 이 부회장은 날씨에 관한 얘기를 하다가 나온 삼성전자와 엘지전자의 미세먼지연구소 관련 발언에 “에어컨 공기청정기 등 때문에 연구소를 세웠다”며 말하고, 미세먼지연구소는 LG전자가 먼저 시작했다며 지켜세워 주는 여유를 보였다.
또 이 부회장은 문 대통령에게 “지난번 인도 공장에 와주셨지만 저희 공장이나 연구소에 한번 와주십시오”라며 적극적인 자세도 보였다.
문 대통령은 이에 “삼성이 대규모 투자를 해서 공장을 짓는다거나 연구소를 만든다면 언제든지 가죠”라며 답하고 최근 반도체 가격 하락 등으로 인한 삼성전자의 근황도 물었다.
이 부회장은 “좋지는 않습니다만 이제 진짜 실력이 나오는 거죠”라고 자신감을 내비치자 최 회장도 “삼성이 이런 소리하는 게 제일 무섭습니다”라며 거들었다.
이에 이례적으로 이 부회장은 “(최태원 어깨를 툭 치며) 이런 영업 비밀을 말해버렸네”라며 현장에 웃음꽃이 피게 했다.
SK하이닉스를 계열사로 두고 있는 최 회장도 “반도체 시장 자체가 안 좋은 게 아니라 가격이 내려가서 생기는 현상으로 보시면 됩니다”라며 “반도체 수요는 계속 늘고 있으며. 가격이 좋았던 시절이 이제 조정을 받는 겁니다”고 지나치게 우려하지 않아도 된다는 뜻을 내비쳤다.
이밖에도 최 회장을 비롯한 4대그룹 회장은 이날 행사에서 질문도 적극적으로 하며, 경제 활성화에 대한 의지를 드러낸 것으로 알려졌다.
이 같은 오랜만의 정부와 재계의 훈풍에 대한상의, 한국경영자총협회, 전국경제인연합회, 한국무역협회, 중소기업중앙회, 한국중견기업연합회 등 주요 경제단체에서도 저마다의 입장을 밝히며, 기대감을 감추지 않았다.
대한상의 관계자는 "사전 시나리오 없는 자유로운 형식 속에 대기업과 중견기업, 지역상공인들이 산업현장의 생생한 목소리를 허심탄회하게 전달했다"며 "사상 유례없는 방식으로 열리는 이번 기업인 대화를 통해 경제활력 회복의 물꼬를 트는 다양한 해결책이 마련됐다"고 평가했다.
한국경총 관계자도 “기업의 어려움을 듣고자 하는 정부 정책의 변화에 현장의 기대가 크다”며 “모쪼록 기업의 어려움을 많이 들어주는 소통의 자리가 됐으면 좋겠고, 이런 자리가 앞으로도 많았으면 좋겠다”고 전했다.
중견련 관계자도 "악화하는 대내외 경제 상황을 엄중하게 인식하고 대한민국의 재도약을 이끌어갈 핵심 주체인 기업인들과 적극적으로 소통하려는 정부의 의지를 높게 평가한다"면서 "보여주기식 이벤트를 넘어 기업 현장에서 체감할 수 있는 수준의 변화를 끌어내는 첫걸음이 되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추문갑 중소기업중앙회 홍보실장은 “경제성장률은 2%대인데 임금이 무려 30% 올라 글로벌 경쟁하는 우리나라 기업들이 인건비 부담으로 경쟁력을 유지하기 힘든 상황”이라며 “최저임금 인상과 주 52시간 근무제 도입 등 기업들이 가장 힘들어하는 부분을 향후 적극 해결해주길 바란다”고 강조했다.
이밖에도 전경련과 무역협회 등도 이들 단체와 비슷한 입장을 밝혔다.
한편 이번 행사에는 대한상의가 추천한 대기업 대표 22명, 업종을 대표하는 중견기업인 39명, 대한상의 및 지역상공회의소 회장단 67명 등 총 130여명의 기업인이 참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