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해욱 회장(51)이 대림그룹의 새 선장이 됐다. 이 회장은 '글로벌 디벨로퍼 도약'이라는 닻을 올리고 해외사업을 위한 큰 그림을 그려나갈 전망이다.
이 회장은 이준용 명예회장의 장남이자 창업주인 고(故) 이재준 회장의 손자다. 1995년 대림에 입사한 뒤, 2010년 부회장으로 승진하면서 ‘3세 경영 체계’의 신호탄을 쏘아 올렸다. 이번 회장 승진은 3세 경영 체계를 본격화하는 것으로, 이 회장이 대림의 키를 잡는 것이다. 대림은 2011년 3월 전문경영인이었던 이용구 전 회장이 물러난 이후 회장 자리가 줄곧 공석이었다.
다만, 이 회장은 계열사 대표이사는 맡지 않는다. 앞서 대림산업은 지난해 3월 경영쇄신안을 발표하고 지배구조 개선과 일감몰아주기 해소를 약속했었다. 현재 석유화학사업부와 건설사업부는 김삼우·박상신 대표가 각각 이끌고 있다.
시장에서는 이해욱 회장이 해외사업을 위한 큰 그림을 그려나갈 것으로 예상한다. 국내 주택 시장 침체를 우려하는 목소리가 큰 만큼, 이 회장이 신성장 동력을 확보하는 데 주력할 전 망이다.
무엇보다 글로벌 디벨로퍼로 도약하기 위한 가속 페달을 밟을 것으로 보인다. 이 회장은 2017년 대림산업의 사업목표로 ‘디벨로퍼 사업 확대’를 제시한 바 있다. 이에 따라 건설업에선 성수동 서울숲 아크로 서울포레스트와 세계 최장의 현수교로 건설 중인 터키 차나칼레 대교를 추진 중이다. 칠레·네팔 등에선 태양광·풍력 사업도 이어지고 있다. 또 태국 글로벌 케미컬과 함께 미국에 대규모 석유화학단지 투자를 검토하고 있다.
이 회장이 넘어야 할 파고는 플랜트다. 대림산업은 지난해 3분기까지 영업이익과 당기순이익이 사상 처음으로 각각 6000억원을 돌파하는 등 호실적을 기록하고 있다. 하지만 플랜트 부문은 지난해 3분기까지 이익률이 0.7%에 불과한 등 침체에 빠져 있다. 최근 플랜트사업본부 임원 감축 등 비상경영체제에 돌입했지만 추후 플랜트 사업을 완전히 접을지, 아니면 새로운 길을 모색할지는 이 회장의 손에 달려 있다.
장문준 KB증권 산업재 건설 애널리스트는 "올해에도 주가상승 흐름을 이어가려면 플랜트사업본부의 비상경영 돌입이 중장기 신규수주에 영향을 미치지 않을 것이라는 확신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한편, 1968년생인 이해욱 회장은 1992년 미국 덴버대 경영통계학 학사, 1995년 미국 컬럼비아대 응용통계학 석사 학위를 받은 뒤 1995년 대림엔지니어링에 입사해 대림산업 구조조정실 부장, 대림산업 기획실장, 대림코퍼레이션 대표이사 등을 거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