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터키 경제를 파괴해버릴 수 있다고 위협했다. 미국의 시리아 철군 발표 후 터키가 이슬람국가(IS) 격퇴의 일등공신인 쿠르드족에 대한 공격을 선언하자 터키 정부를 향해 엄중 경고한 것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13일(현지시간) 트위터를 통해 “만약 터키가 쿠르드족을 공격하면 터키를 경제적으로 파괴할 것”이라고 단언했다. 그러면서 터키와 쿠르드족 사이에 20마일(약 32km) 두께의 안전지대를 설정하라고 촉구했다.
트럼프 대통령의 이날 트윗은 쿠르드족을 보호하라는 국제사회의 목소리가 높아진 상황에서 나왔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달 19일 IS 박멸을 선언하면서 시리아에 주둔하던 미군을 철수한다고 깜짝 발표했다. 이에 반발해 제임스 매티스 미국 국방장관이 사임했고 브렛 맥거크 IS 담당 대통령 특사가 떠나갔다.
시리아에서 IS 격퇴에 앞장 섰던 쿠르드족의 운명도 위태로워졌다. 시리아 쿠르드족 민병대인 인민수비대(YPG)는 미국에 협조해 IS를 몰아내는 데 혁혁한 공을 세웠다. 그러나 미국은 돌연 철수를 선언했고 터키는 기다렸다는 듯이 쿠르드족을 몰아내겠다고 선언했다. 터키는 YPG와 관련 정당인 쿠르드민주연합당(PYD), 자국내 분리주의 단체 쿠르드노동자당(PKK)을 모조리 테러집단으로 규정하고 있다.
대규모 유혈사태에 대한 우려가 높아지자 이달 앞서 존 볼턴 미국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은 터키로 날아가 레제프 타이이프 에르도안 터키 대통령을 만나 쿠르드족 보호를 요청했다. 그러나 에르도안 대통령은 볼턴 보좌관의 요청을 거절한 것으로 알려졌다. 뒤이어 마이크 폼페이오 미국 국무장관도 중동 순방에 나서면서 쿠르드족의 안전 보장을 촉구했다. 여기에 트럼프 대통령은 터키를 향한 경제 보복 경고를 추가했다.
하지만 터키는 종전에 계획했던 군사작전을 계속하겠다는 방침을 거듭 밝혔다. 알자지라에 따르면 이브라힘 칼린 터키 대통령 보좌관은 트럼프 대통령의 트윗에 대한 응답으로, 13일 트위터에 "시리아 쿠르드족을 PKK와 그 분파인 PYD/YPG와 동일시하는 것은 큰 실수"라면서 "터키는 쿠르드족이 아니라 테러리스트와 싸운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