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베이징에서 사흘간 진행된 차관급 미중 무역협상이 긍정적인 기류를 남긴 채 종료됐다. 미중 무역갈등이 해소될 수 있다는 기대감이 나오면서 시장도 안도하는 모습을 보였다.
미국 무역대표부(USTR)는 9일 성명을 통해 "미중 간 무역 관계에서 공정함과 상호 이익, 균형을 달성하기 위해 이번 협상을 개최했다"며 "다음 단계(steps)는 백악관에 보고한 뒤 결정하겠다"고 밝혔다. 미국 측 대표단이었던 테드 매키니 농무부 통상·해외농업 담당 차관은 협상 이후 "(협상이) 잘 되었다고 생각한다"며 "좋은 시간이었다"고 말했다고 로이터통신은 전했다.
이에 따라 일단 중국 측이 미국산 농산물과 에너지, 공산품 등에 대해 상당한 양을 구매할 것이라는 약속을 재확인했을 가능성에 무게가 실린다. 또 지식재산권 보호, 시장 진입 제한, 기술 강제이전 제동 등 미국 측 제안에 대한 입장을 마련했을 가능성도 점쳐진다.
USTR의 성명 내용이 공개된 뒤 양국이 무역전쟁을 재개하기보다는 추가 대화를 준비할 것이라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추가 협의가 이뤄진다면 로버트 라이트하이저 USTR 대표와 류허(劉鶴) 중국 부총리가 직접 논의를 이어갈 것으로 보인다.
미중 간 갈등이 봉합될 수 있다는 기대감이 나오면서 시장은 안도하는 모습을 보였다. 이날 뉴욕증권거래소(NYSE)에서 다우존스 30 산업평균지수가 전날 대비 0.39% 오르는 등 주요 지수가 일제히 상승했다. 서부 텍사스산 원유(WTI)도 5% 이상 급등했다.
다만 넘어야 할 산은 아직 남아 있다. 월스트리트저널(WSJ) 등은 양측이 일부 진전을 이루기는 했지만 미국 측이 지식재산권, 기술 강제이전 등을 두고 강경한 입장인 만큼 최종 협상 타결까지 시간이 걸릴 수 있다고 지적했다. 중국 입장에서도 무역전쟁 해결과 굴욕적인 행보 경계 사이에서 줄타기를 할 수 있다는 것이다.
제프리 게리시 미국 무역대표부(USTR) 부대표와 왕서우원(王受文) 중국 상무부 부부장이 이끄는 미중 대표단은 지난 7일부터 베이징에서 다양한 주제에 대해 협상을 벌였다. 이번 협상은 당초 이틀간 진행될 예정이었으나 하루 연장, 사흘간 진행됐다.
양국 대표단이 협상 테이블에 앉은 것은 작년 12월 1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90일간 조건부 무역 전쟁 휴전에 합의한 이후 처음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