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게임 시장에 중국 게임이 물밀듯이 들어오는 가운데 중국 자본이 넥슨을 인수할 경우, 기술력과 서비스 노하우는 물론 개발자들의 이탈을 가속화할 수 있다는 우려가 쏟아지고 있습니다. 출입기자이기 전에 게임을 사랑하는 유저로서 펜을 안 들 수 없었습니다.
김 대표는 한 기업의 대표이기 이전에 벤처 1세대 신화의 주역으로 불려왔습니다. 그는 1994년 12월 송재경(엑스엘게임즈 대표), 김상범(전 넥슨 이사), 이민교(전 넥슨 대표) 등과 함께 지금의 넥슨을 창업합니다. 그의 나이 스물여섯살 때였죠.
2년여의 개발 기간을 통해 1996년 4월 고구려 대무신왕의 정벌담을 그린 PC온라인 게임 '바람의 나라' 유료 서비스를 시작합니다. 국내 첫 PC온라인 다중역할접속수행게임(MMORPG) 바람의 나라는 지금의 MMORPG를 있게 한 기념비적인 작품으로 꼽히죠.
김 대표는 2011년 넥슨재팬을 설립하고 일본 도쿄증권거래소에 8조원으로 입성합니다. 비록 넥슨의 매출이 1조원으로 닌텐도 매출(21조원)의 20분의 1 수준에 불과했지만, 성장성을 높이 평가받아 닌텐도 시가총액(25조원)의 3분의 1 수준으로 상장하게 됩니다. 닌텐도를 넘어서겠다는 그의 꿈에 한 걸음 다가간 동시에 게임 업계에 여러 귀감이 된 사례입니다.
김 대표는 넥슨의 오랜 생존과 성공 비결로 '사람'을 꼽은 바 있습니다. 지속가능한 기업이 되려면 오랫동안 함께 일할 만한 사람을 고르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는 것은 그의 한결같은 철학이었습니다. 유능한 인재가 아닌 좋은 인재와 일하면 언젠가는 좋은 결과로 보상받을 수 있다는 지론이죠.
이처럼 좋은 인재들과 넥슨을 25년 동안 키워온 김 대표가 회사를 떠난다는 소식이 전해지면서 주위의 안타까움은 더욱 커지고 있습니다. 그가 밝힌 공식 입장문에서 매각이라는 단어를 굳이 언급하지 않을 정도로 수없이 고뇌한 흔적도 엿보입니다. 2년간의 검찰 조사와 정부의 게임 규제로 흥미를 잃었다는 일각의 해석도 어느 정도 공감됩니다.
시장경제 논리에서 기업 간 매각과 M&A는 자연스런 현상임을 부정하는 이는 없을 것입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넥슨 매각에 논란이 일고 있는 것은 대한민국 게임 산업을 이끌어 온 주역이라는 점에서입니다. 김 대표를 중심으로 6000여명 직원들의 땀과 노력이 깃들인 회사이기 때문이죠.
금융 시장에서 넥슨의 기업가치는 10조원으로 평가받지만 김 대표가 빠진 넥슨은 얼마의 가치로 인정받을까요. 반대로 김 대표가 포함된 넥슨이 향후에도 존속된다면, 그 기업가치는 얼마나 오를까요. 중요한 것은 김 대표가 25년 동안 운영한 넥슨은 금액으로 환산할 수 없는 가치를 담고 있다는 점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