테리사 메이 영국 총리가 이달 중순께 브렉시트(영국의 유럽연합 탈퇴) 합의안에 대한 의회 승인 투표를 실시하겠다며 반드시 합의안을 통과시켜야 한다는 입장을 거듭 밝혔다. '노 딜(영국이 EU와 아무런 협정을 맺지 못하고 탈퇴하는 것)' 브렉시트 가능성이 여전히 남아 있는 가운데 의회 내 의견이 엇갈리고 있어 지정학적 긴장감이 높아지고 있다.
메이 총리는 6일(현지시간) BBC와의 인터뷰에서 "이달 의회 승인투표가 반드시 열릴 것"이라며 "구체적으로는 14~15일께가 될 것"이라고 밝혔다. 승인 투표 일자가 연기될 수 있다는 일부 언론의 보도를 정면 반박한 것이다.
메이 총리는 또 "브렉시트 찬반 국민투표 결과를 지키기 위해서는 합의안이 통과돼야 한다"며 "부결될 경우 영국은 앞날을 예측하기 어려운 '미지의 영역(uncharted territory)'이 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브렉시트 찬반 여부를 묻는 제2 국민투표에 대해서는 수용 불가 입장을 강조했다. 국가 분열 우려가 있는 데다 현실적으로도 브렉시트 발효일 안에 투표를 개최하는 일이 불가능하다는 것이다. 브렉시트는 오는 3월 29일 발효된다.
메이 총리는 자신이 EU와 좋은 합의를 이끌어낸 만큼 '노 딜' 가능성을 염두에 둘 필요가 없다는 설명이다. 그러나 합의한 승인의 열쇠를 쥐고 있는 영국 의회 내 의견이 엇갈리고 있어 불확실성은 여전히 남아 있다고 블룸버그통신 등 외신은 전했다.
영국 의회의 통제권을 강화하기 위해 지난해 제정한 EU 탈퇴법에 따르면 정부는 비준동의 이전에 EU와의 협상 결과에 대해 하원 승인 투표를 거쳐야 한다. 승인 투표는 사실상 브렉시트의 마지막 단계로, EU 잔류파와 의회 내 강경파의 입장이 크게 엇갈리는 상태다.
한편 메이 총리는 북아일랜드 국경 문제와 관련해 논란이 되고 있는 '백스톱(영국이 합의하기 전까지는 EU 관세동맹에 잔류하는 것)' 채택 여부와 관련해서는 EU 측과 논의를 계속해 나갈 것이라고 밝혔다. 그러나 브렉시트 강경파들은 일종의 안전장치인 백스톱이 가동될 경우 영국에 불리해질 수 있다며 반발하는 상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