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민국 새로운 100년] 한국이 운전대 잡으려면 '남북 워킹그룹' 띄워라

2019-01-07 00: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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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1운동 및 임시정부 수립 100주년 기획…①한반도 빅뱅이 몰려온다

비핵화 대전환기 남북관계 묘수 필요…"트럼프가 판 깰 때 대비해야"

북·미 정상회담 결과에 따라 한반도 비핵화가 중대 분수령을 맞을 전망이다. [사진=연합/로이터]


한반도 빅뱅이 몰려오는 기해년(己亥年), 구체제 외교와 단절하는 핵심은 '발상의 전환'이다. 특정 국가에 대한 의존성에서 벗어나 '국민 중심의 국익외교'로 재편하는 게 중요하다. 21세기 외교는 기존의 국가 안보만이 아닌 '경제·사회·환경·생태적 안보개념'이 국가 간 경쟁외교를 대체하는 프레임으로 등장했다.

특히 우리 정부는 비핵화의 대전환기에 북·미 관계에 따라 '남북이냐, 한·미'냐를 강요받을 가능성이 크다. 한·미 동맹을 해치지 않으면서도 남북 관계를 획기적으로 전환하는 '묘수'를 짜내야 한다.
기반은 '인간 중심의 자주외교'다. 1919년 3월 파리강화 회의에 신한청년단 대표로 파견된 우사(尤史) 김규식 선생의 발자취는 100년이 지난 지금도 한반도 한가운데를 관통한다. 그는 1948년 최초의 남북협상에 참여한 후 "우리 장단에 춤을 추는 것이 제일"이라고 밝혔다. 그 정신은 문재인 대통령의 '한반도 운전자론'으로 이어졌다.

◆한·미는 워킹그룹 있는데··· "南北도 띄워야"

6일 정치·외교 전문가들은 신년 초 발상의 전환 첫발로 '남북 워킹그룹(실무협의체)' 구성 여부를 꼽았다.

앞서 한·미 양국은 지난해 11월 20일 워킹그룹을 띄웠다. 이는 비핵화와 대북 제재, 남북협력 방안 등을 포괄적으로 논의하는 실무협의체다. 채진원 경희대 후마니타스칼리지 교수는 "일종의 '조정 기구'"라고 밝혔다.

그러나 한·미 간 미묘한 균열 조짐이 일었다. 한·미 워킹그룹 구성 착수 당시 주한 미국대사관이 국내 5대 대기업(삼성·SK·현대자동차·LG·포스코)에 대북사업 관련 콘퍼런스콜(전화회의)을 요구했다는 의혹이 대표적이다. 한·미 워킹그룹이 대북 제재의 속도 조절을 위한 '과속 방지턱'에 가깝다는 주장까지 제기됐다.

김준형 한동대학교 교수는 "미국이 판을 깰 때를 대비해야 한다"며 "남북 워킹그룹을 구성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그간 남북 협상은 비밀특사에 의존했다.

무엇보다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의 신년사와 북·미 정상회담 결과의 '현실론'은 남북 워킹그룹 구성의 당위론을 뒷받침한다. 당장 이탈리아로 잠적한 조성길 북한 대사대리의 미국 망명 추진설로 북·미 협상의 파장이 불가피하다.

또한 남북과 미국은 9·19 군사분야 합의를 둘러싼 갈등에 휩싸일 수밖에 없다. 김 위원장은 신년사에서 '외세와의 합동군사연습 허용 불가', '외부로부터의 전략자산 등 전쟁장비 반입 중단'을 요구했다. 북한은 지난해 신년사에서는 '외세와의 모든 핵전쟁 연습' 등으로 표현했다. 북한이 제시한 비핵화 전제조건이 한·미 연합훈련 및 재래식 군비 감축 등으로 구체화한 셈이다.
 

서울 도렴동 외교부 청사 .[아주경제 최신형 기자]


◆北·美, 남북 위협요인 되나··· 中·日 변수

하지만 이는 주한미군 철수와 한·미 동맹의 성격 전환 등을 초래한다. 미국 국방부는 '김정은 신년사' 발표 직후인 지난 2일(현지시간) 북한의 한·미 연합훈련 중단 요구에 대해 "한·미 동맹에 대한 약속을 계속 지지할 것"이라고 말했다.

한·미 양국이 합의할 수 있는 최대치는 '규모 축소' 및 '한반도·일본'을 제외한 제3의 장소 물색 정도다. 로키는 할 수 있지만, 북한이 요구한 '허용 불가'는 어렵다는 의미다. 지난해 제10차 한·미 방위비분담특별협정(SMA)도 불발, 우리 정부로선 대미 협상 여력도 많지 않은 상태다.

초읽기에 들어간 제2차 북·미 정상회담의 결과물도 마찬가지다. 핵심은 '영변 핵시설 폐기 검증 과정'과 이에 상응하는 '단계별 체제 보상 조치'다.

외교부 산하 국립외교원 외교안보연구소는 '2019 국제정세전망'에서 "제2차 북·미 정상회담에서 교환할 추가적인 비핵화 조차와 상응 조치는 '초보적 단계'일 것이라고 말했다. 

문재인 정부 집권 기간, 한반도 비핵화를 둘러싼 지정학적 경쟁이 치열하게 전개될 경우 북·미 관계가 남북관계를 제약하는 요소로 작용할 수도 있다. 미국 대선 전후로 한·미 공조 여부가 뜨거운 감자로 부상할 것으로 보는 이유다.

대(對)중·일 관계도 변수다. 김정은 신년사 이후 중국 역할론은 부상하고 있다. 한·일은 지난해 말 강제징용 대법원 판결 이후 일촉즉발 상황으로 치닫고 있다.

여권 관계자는 "한·미 동맹과 남북관계 진전이 중국 소외로 이어지면, 경제적 손실이 크고 일본도 파트너십 외교의 중요한 축"이라며 "외교만큼은 실용주의적 노선을 견지하되, 전문가와 시민단체 등이 함께 결정하는 민주적 거버넌스 구성도 검토할 시기"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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