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광웅의 데이터 政經] 연동형 비례제의 가장 큰 수혜자는 민주당?

2018-12-31 04: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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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광웅 데이터정치경제연구원장



독자 대부분도 아는 상식이지만 17대 열린우리당이 승리한 까닭은 탄핵역풍 때문이다. 20대 민주당이 차지한 총선 1위 역시 어부지리 성격이 짙다. 박근혜 정부의 누적된 국정난맥상과 여권이 벌인 공천추태, 그리고 안철수 신당 창당으로 인한 보수분열 때문에 민주당은 지역구 득표율과 비례대표 득표율 둘 다 1위를 내주고도 의석에서만큼은 1위를 차지했다. 두 선거 공통점은 모두 내부 실력을 키워서이기보다는 외부변수가 승부를 갈랐다는 점이다. 당사자들이야 부인하고 싶겠으나 명명백백한 사실이다.
 

1인2표제 도입 이후 원내교섭단체 총선 득표율(단위%) [그래프=최광웅 원장 제공]


2004년 1인 2표 정당명부 비례대표 투표제도 도입 이후 민주당이 의석과 득표율 모두 1위를 차지한 건 특수 환경에서 치른 17대 총선이 유일하다. 이는 우리나라 유권자 지형이 여전히 중도·보수 우위에 있음을 보여주는 지표라고 할 수 있다. 지난해 대선 당시 문재인 대통령이 역대 최다 표 차이로 승리했지만 전체 유권자 대비 득표율은 31.6%에 불과했다. 민주당이 싹쓸이 하다시피하며 전무후무한 기록을 남긴 2018년 지방선거 파랑물결도 그 속살을 자세히 들여다보면 전체 유권자 대비 28%(광역의원 비례대표 기준)만을 민주당 지지자로 불러냈을 뿐이다. 따라서 18대 총선 결과와 같이 81석, 20%대 득표율이라는 최악의 성적표를 언제든지 받아들일 준비를 단단히 해야 한다는 점이다. 툭하면 날치기 처리에 당하고 별 뾰족한 대책도 없이 번번이 장외로 나갔던 18대 국회를 생각한다면 진짜 냉엄한 현실이다. 그렇기 때문에 민주당 지지도가 급속하게 추락하는 이때가 바로 독일식 연동형 비례대표제를 적극 도입할 수 있는 절호의 기회이다.
 

독일 통일 이후 연방의회선거 노르트라인베스트팔렌주 개표결과 (단위 : %, 석) [그래프=최광웅 원장 제공]


독일경제의 중추는 루르공업지대가 속한 노르트라인베스트팔렌이다. 약 1800만명에 달하는 최대 인구가 살고 있는 주이며, 임금노동자들이 밀집해있어서 오랫동안 사민당 강세지역이었다. 노르트라인베스트팔렌에는 현재 연방하원 지역구의석 299석 가운데 64석이 배정돼 있기 때문에 정치적 비중으로도 매우 중요하다. 1998년 총선에서 사민당은 16년 만에 정권탈환에 성공했다. 바로 이곳에서만 지역구의석으로 53석 대 18석, 즉 무려 35석이라는 격차를 벌린데 힘 입은 바 크다. 의석율로 환산하면 74.6% 대 25.4%이며 상대방과 3배 가까운 엄청난 차이이다. 하지만 사민당 후보들이 실제로 얻은 득표율 합계는 50.2%, 기민련 후보들 합계(38.8%)보다 11% 남짓 앞서는데 그쳤다. 소선거구 다수득표제라는 특이한 요술 때문이다. 바이에른은 독일 제2의 인구를 자랑하는 농업주이며 유일한 원내 지역정당인 기사련의 활동무대이다. 기사련은 오직 바이에른에만 존재하는 지역정당으로 바이에른 이외의 지역에서는 기민련과 협력하고 있다.
 

독일 통일 이후 연방의회선거 바이에른주 개표결과 (단위 : %, 석)[그래프=최광웅 원장 제공]


또한 보수적인 색채는 기민당보다 기사련이 더 강하지만 기민련은 바이에른의 특수성을 감안해 바이에른에서만큼은 후보를 따로 내지 않고 기사련을 지지한다. 연방의회에선 두 당이 연대하여 ‘기민·기사연합(UNION)’이라는 공동 원내교섭단체를 구성해 활동한다. 우리 한국으로 분류하면 보수색채가 강한 TK 또는 비민주당계 의원을 웬만해선 허용하지 않는 호남지역 같은 데라고 할 수 있다. 그런데 바로 이 바이에른 일부가 파열음이 났다. 사민당이 총선에서 압승한 1998년 그 해, 통독 이후 사민당은 바이에른에서 지역구의석을 무려 7석이나 획득했는데, 이때가 처음이자 마지막이다. 그러나 바이에른에서 사민당은 35.6% 득표율로 15.6% 의석율을 보였으니 20% 손해였다. 그나마 이 해가 가장 좋은 성적표였다. 나머지 1990~94년과 2002~05년 등 네 차례는 손해가 더 많았다. 2009년부터 세 차례는 아예 지역구의석을 전혀 하지 못하고 있다. 그런데 이를 보완해주는 게 바로 독일식 연동형 비례대표제이다. 사민당은 연동형 비례의석으로만 바이에른에서 1998년에 28석, 통독 이후 여덟 차례 총선에서 평균 23석을 배정받아 전국정당의 면모를 유지했다. 특히 2차 대전 이후 최악의 성적표(비례대표 기준 20.5%)를 기록한 지난해 제19대 총선 때도 18석의 연동형 비례대표를 배정받았다.
 

[2017년 독일총선 개표결과 및 병립형으로 환산 (단위 : %, 석)[그래프=최광웅 원장 제공]]


독일연방은 전후 19차례 총선에서 1998년과 2002년을 제외하고 17차례를 기민련 중심의 보수우파가 승리했다. 1969년부터 네 차례 총선을 통해 사민당이 집권했지만 보수우파인 자민당과 연정방식이었기 진정한 좌파의 승리라고 보기는 어렵다. 그러므로 독일은 우리 한국보다 보수우파유권자 우위 지형이 훨씬 더 강하다고 할 수 있다. 지난해 총선 당시 기민·기사연합(UNION)은 30.2%라는 초라한 득표율로도 지역구의석에서만 231석(지역구 의석율 77.3%)을 휩쓸었다. 4년간 원외정당으로 추락했던 자민당이 원내정당으로 복귀하고 난민반대 등을 외치는 포퓰리즘 신당 독일대안(AFD)이 일약 3위로 약진하면서 벌어진 착시현상이다.

소선거구 다수제는 다자구도에서 낮은 득표율로도 당선자를 가능하도록 하는 함정까지 있다. 그 후 연동형 비례제에 의한 배분의석을 추가해 기민·기사연합(UNION)이 246석, 사민당은 153석을 차지했고 합계 의석율은 56.3%인 대연정이 출범했다. 만약 우리나라처럼 초과의석제도가 없이 병립형 방식이고, 지역구 1 대 비례대표 1 비율이라고 가정한다면 기민·기사연합은 각각 84석과 19석을 추가한다. 그래서 UNION합계의석은 334석, 과반수에서 34석이나 너끈히 초과한다. 이 두 정당만으로도 내각출범이 가능하므로 사민당에게까지 대연정 제안은 결코 없다. 메르켈 총리가 첫 집권에 성공한 2005년 총선은 이와 반대인 케이스다. 사민당 지역구 의석은 145석이고 좌파당(3석)과 녹색당(1석)을 합하면 과반수에서 1석 미달이었다. 역시 병립형으로 가정해 계산한다면 사민당(107석), 좌파당(31석), 녹색당(27석) 등 순서가 되므로 314석(의석율 52.5%)의 적·적·녹 연정 출범이 가능했다. 물론 이때의 반대급부의 수혜자는 기민련과 메르켈 총리이다.

민주당 일부에서 우려하는 바와 같이 독일식 연동형 비례대표제는 결코 소수당만을 보호하기 위한 제도가 아니다. 오로지 소수만을 위한다만 진입장벽 5%를 굳이 고집하겠는가. 오히려 정국을 주도하는 양대 정당 가운데 어느 한쪽이 독주하지 못하도록 안전장치를 만들어놓았다는 시각이 타당하다. 과연 누가 먼저 고양이 목에 방울을 달겠는가?

최광웅(데이터정치경제연구원 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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