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과 일본의 통화정책에 대한 시장의 전망은 맞아 떨어졌다. 미 연방준비제도(Fed·연준)는 기준금리를 0.25%포인트 높였고 일본중앙은행(BOJ)는 현행 마이너스 금리 수준으로 동결했다. 세계 경제에 대한 비관론이 커지면서 '출구 전략'의 채택 시점을 선택하기 어려워졌다는 지적이 나온다.
◆ "경기 완만하게 확대중" 현행 마이너스 금리 동결
실제로 BOJ는 19~20일 양일간 진행된 통화정책회의에서 기준금리를 현행 마이너스 0.1%의 기준금리를 동결하고 10년 만기 국채금리 목표치는 현행 수준(0%)을 유지하기로 했다. 경기가 완만하게 확대되고 있는 만큼 대규모 금융 완화의 틀을 유지하되, 장기 금리의 경우 지속적인 상승을 허용하는 조치를 마련하기로 한 것이라고 NHK 등 현지 언론은 전했다.
최근 일본 안팎에서는 경기 후퇴 가능성에 대비해 완화 정책을 필요로 하는지에 대한 논의 필요성이 제기됐지만 종전 기조를 유지하기로 한 것으로 알려졌다. 일본은행은 2016년 1월부터 마이너스 금리를 도입, 현행 금융 완화 정책을 이어오고 있다.
구로다 하루히코 BOJ 총재는 20일 기자회견을 통해 "해외 경제 동향을 중심으로 볼 때 경제는 하락 위험이 크다"며 "미국발 주가 하락에 대해서는 국내외 금융 시장의 동향이 일본의 경제와 물가에 미치는 영향을 주의깊게 지켜보고 있다"고 말했다.
◆ 글로벌 경기 침체 주목..."긴축 타이밍 놓쳐 딜레마"
세계 최대 중앙은행인 연준이 10여년 만에 긴축으로 돌아서면서 시장에서는 유럽중앙은행(ECB)과 BOJ가 출구 전략을 언제 선택할지 주목해왔다. 그러나 글로벌 경제 둔화 우려에 따라 연준이 긴축 정책의 속도 조절에 나설 것이라는 입장을 밝히면서 BOJ의 고민이 깊어질 것으로 보인다.
미즈호종합연구소의 다카다 하지메 연구원은 "연준이 금리 인상을 중단할 경우 BOJ의 출구 전략이 사실상 어려워진다"고 지적했다. 니혼게이자이신문은 "1970년대 이후 BOJ가 금리를 인상할 타이밍은 연준이 금리를 인상하는 국면이었다"며 경제 회복기에 긴축해야 하는 타이밍을 놓치고 있다고 전했다.
BOJ가 초저금리를 채택, 유지한 데는 엔화 약세를 유도해 기업 수익을 개선시켜 물가 상승을 압박하기 위한 판단이 깔려 있다. 그러나 물가 상승률은 목표치인 2%에 한참 못미치지는 1% 수준에 머물러 있다. 미국의 기준금리가 2.25%~2.50%로 조정돼 미·일 금리 차이가 확대되면서 엔고·달러 하락을 경계하는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현행 통화정책이 외려 지역 은행의 이익에 부담을 준다는 지적도 적지 않다.
옥스포드 이코노믹스의 일본 경제 담당인 나가이 시게토는 "BOJ는 완화 정책을 유지할 만한 도구를 별로 갖고 있지 않다"며 "세계 경제 침체 등 비관론이 커지면서 글로벌 중앙은행의 금리가 하락할 경우 BOJ가 금리 정상화로 볼 수 있는 모든 조치를 취하기가 어려울 것"이라고 말했다고 로이터통신은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