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7일 서울 소공동 롯데호텔에서 열린 '베트남 국회의장 초청 한-베트남 투자·무역 포럼'은 응우옌티낌응언 베트남 국회의장의 방한에 맞춰 기획됐다. 한·베 양국의 정치계 고위급 관계자와 기업인 등 300여명이 참석한 가운데 신(新)남방정책을 중심으로 한 단계 높은 한·베 경제 협력에 대한 논의가 이뤄졌다.
◆ "정책 토대로 한국 기업 등에 선진형 경영 환경 제시할 것"
응우옌티낌응언 의장도 "한·베트남 양국은 교류를 시작한 지 4반세기 만에 역사적으로 유례를 찾기 힘들 정도로 큰 발전을 해왔다"며 "국가의 중대 문제를 결정하고 활동에 대한 감시 역할을 수행하는 베트남 국회는 행정부와 함께 정책을 마련해 한국 기업을 비롯한 외국인 투자자에게 최적의 경영 환경을 제시할 것이며 공적기관·양질의 인적 자원·인프라 등의 전략과 연동해 공동 번영의 여지를 마련하겠다"고 강조했다.
베트남에 대한 기업들의 관심이 높아지면서 경제 관련 포럼도 다양한 형태로 개최되고 있지만 경제 포럼에 정치·입법 분야 고위급 인사가 참석하는 것은 이례적이다. 경제 교류를 넘어 정치 부문까지 협력 범위를 넓히면 한·베 간 전략적 동반자 관계가 시너지를 낼 수 있다는 데 한·베 양국의 뜻이 모아지면서 성사된 것으로 보인다. 윤강현 외교부 경제외교조정관이 '한국 신(新)남방정책 추진 전략 및 한·베 협력'이라는 주제로 강연을 진행한 것도 같은 맥락으로 풀이된다.
윤철민 대한상공회의소(KCCI) 아주협력팀장은 "이례적으로 베트남 국회의장이 참석하는 경제 포럼을 마련하게 된 것은 자국 기업 육성보다 외국 기업 투자에 집중하고 있는 베트남이 한국에 큰 관심을 보이고 있다는 점을 방증한다"며 "한국 기업을 격려하고 베트남에 대한 투자를 촉진하는 기회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번 포럼은 베트남기획투자부, 주한베트남대사관, 대한상공회의소가 공동 주최했다.
◆ 금융·의료 등 베트남 민영화에 주목..."인프라 구축도 중요"
이날 포럼에서는 오종남 김앤장 법률사무소 고문을 좌장으로 하는 정책토론도 마련됐다. 토론에는 응우옌반히우 베트남 기획투자부 차관, 응우옌득키엔 베트남 국회 경제위원회 부회장, 프엉호앙낌 베트남 산업무역부 전력재생애너지국장, 김두희 코트라 투자진출실장이 참여했다.
토론 과정에서 한·베 양국의 경제 협력 성과에 대한 평가가 이뤄진 가운데 '베트남 민영화'에 큰 관심이 모아졌다. 현재 베트남은 국영 기업의 민영화 작업을 적극 추진하고 있다. 지난해부터 올해까지 2년간 민영화로 완전히 전환한 국영 기업이 18곳에 이른다. 가장 많이 민영화되는 분야는 은행과 부동산 등이다.
응우옌반히우 차관은 "베트남 정부는 2020년까지 모비폰, 화학그룹, 섬유봉제 업체, 항공사 등을 민영화할 예정"이라며 "항만 건설 등 인프라 구축, 금융, 개인병원 건립 등의 분야는 한국 투자자도 참여할 수 있는 분야"라고 전했다. 프엉호앙낌 국장도 "한국은 풍력 발전 등 재생에너지 분야에 있어 가장 우수한 기술과 경험을 보유한 외국인 투자자 중 하나"라며 "베트남 내 전력 수요가 갈수록 증가하는 가운데 중앙·지방 정부가 (외국인 투자자를) 적극 지원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4차산업혁명 도래와 더불어 핀테크의 중요성이 대두되는 만큼 은행 민영화와 더불어 핀테크 산업도 외국인 투자자에게 열려 있다고 응우옌득키엔 부회장은 진단했다. 그러면서 "롱탄 국제공항, 하노이-호찌민 간 남북 고속도로 등 인프라 건설에도 한국 기업 등 외국인 투자가 필요한 부분"이라고 말했다. 하노이-호찌민 간 고속도로는 20조 베트남동이 투입되는 대규모 국책 사업으로, 베트남 정부는 이 가운데 3분의 1에 달하는 6조 베트남동을 투자한다는 계획이다.
응우옌반히우 차관은 마무리 발언을 통해 "베트남상공회의소(VCCI)의 협조를 통해 투자할 만한 검증된 베트남 기업의 리스트를 코트라에 제공할 수 있다"며 "양국의 '전략적 동반적 관계'는 장래 실질적으로 한 단계 높은 단계로 격상될 것"이라고 평가했다.
이날 포럼이 끝난 뒤에는 4개 분야(무역·서비스, 농업·식품, 에너지·건설, 금융) 한·베 기업 간 '밀착형' 네트워킹 기회가 마련돼 눈길을 끌었다. 과자류를 생산하는 베트남 바오흥 그룹의 짠티낌장 부회장은 "2016년부터 중국과 미얀마, 캄보디아, 팔레스타인 등에 수출하고 있는데 (이번 포럼을 계기로) 앞으로는 고급 상품을 개발해 한국과 미국, 일본 등에 수출하고 싶다"고 전했다.